[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최대길이 34X30m의 건물지, 최대길이 32X30m의 또 다른 건물지, 얼음저장 구덩이, 가마, 우물, 그리고 남북방향으로 쭉 뻗은 도로 등 거대저택 유적이 행정중심복합도시 예정지인 충남 연기군 남면 나성리 일원에서 발굴됐다. 모두 백제 한성기말인 5세기 무렵, 지역 내 유력 세력이었던 호족의 집단 거주 흔적을 보여주는 첫 유적이다.
문화재청(청장 최광식)은 한국고고환경연구소(원장 이홍종)가 한국토지주택공사의 의뢰를 받아 지난 7일부터 발굴조사 중인 '행정중심복합도시 중앙녹지공간 및 생활권 2-4구역 저습 7ㆍ8유적' 9만9358㎡에서 백제 한성시대 호족의 집단 거주 관련 유적, 유물이 발굴됐다고 13일 밝혔다. 백제가 한성에 도읍을 정한 시기에 호족의 집단 거주 생활이 어땠는지를 보여주는 유적이 발굴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에 새로 모습을 드러낸 유적은 주변에 도랑을 파고 그 안에 건물한 배치한 고상가옥 형태의 주거지를 포함한 구획저택 18호, 주거지 3기, 평면 사다리꼴 모양으로 주변에 도랑을 돌린 주구부 건물지 15기, 받침돌 없이 땅에 기둥을 그대로 세워 만든 굴립주 건물지 109기, 가마 7기, 우물 1기 등이다. 이 외에 청동신발, 나무검집, 금동구슬 등 유물과 유적 중심을 남북방향으로 가로지르는 도로가 함께 확인됐다.
공민규 한국고고환경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이번에 발굴된 유적에서 얼음저장고와 가마, 물품 운반을 위한 것으로 보이는 도로가 나온 점, 집단 거주지가 금강 바로 옆에 자리한 점 등을 고려할 때 나성리 유적은 당시 유통을 담당하던 호족이 거주하던 지역으로 보인다"며 "나성리 유적은 백제시대 한성기의 중앙과 지방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일본과의 대외교섭 등을 연구하는 데 귀중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 책임연구원은 이어 "나성리 유적은 유통과 이동을 위한 도로, 생산과 저장을 위한 장소를 만들고 그 주변에 거주지를 배치했다는 점에서 계획적인 도시건설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며 "이는 도시건축사적으로도 중요한 성과"라고 덧붙였다.
성정은 기자 j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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