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태상준 기자] '울릉군민' 가수 이장희씨가 30년만에 신곡을 냈다. 10년전부터 울릉도에 둥지를 틀고 생의 마지막 시즌을 준비해 온 그다. 1970년대 '그건 너' '한잔의 추억'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등으로 잘 알려진 가수 이장희씨가 낸 신곡 '울릉도'는 그의 울릉도 사랑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7~8년 전부터 울릉도 노래를 만들고 싶던 이씨는 지난해 한 TV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출연해 "꼭 울릉도 노래를 만들 것"이라고 덜컥 말해 버렸다. 그 후로 울릉도 주민들이 이씨만 보면 언제쯤 그 곡을 들을 수 있냐고 채근해 온 것이 신곡 발표의 단서가 됐다. 대학시절 밴드 '동방의 빛'의 베이스 조원익씨도 힘을 보탰다. 그의 도움을 받아 이씨가 '울릉도'의 멜로디를 기타로 만들기 시작한 것은 그 무렵이다.
깎아지른 울릉도 평리 앞바다에서 그는 "나 죽으면 울릉도로 보내주오. 나 죽으면 울릉도에 묻어주오"라는 노랫말도 만들어 냈다. 피아니스트 김광민의 편곡과 합주를 통해 이씨의 울릉도 예찬가 '울릉도'는 이렇게 완성됐다.
대마초 파동에 연루되어 1975년 가수를 그만 두고 도미한 이씨가 울릉도에 정착한 것은 미국 한인방송 라디오코리아 대표직을 그만 둔 이듬해인 2003년이다. 1997년 울릉도 도동항에 처음 내리면서 이씨는 울릉도의 엄청난 자연 경관에 반했다. 나중에 은퇴하고 제대로 울릉도에서 살기 위해 그는 충북 괴산에 있는 자연농업학교도 다녔다. 돈과 명예를 뒤로 하고 이씨는 자연으로 돌아가 자연과 혼연일체가 되는 삶을 일찌감치 꿈꿔왔다.
이씨의 이같은 꿈은 드디어 현실이 됐다. 당초 은퇴하면 하와이에서 여생을 마무리하겠다는 계획 대신 이씨는 2003년 울릉도로 돌아왔다. 100년 넘은 오래된 농가를 고쳐 거처할 집을 만들었고 텃밭에서 더덕을 길러 팔기도 한다. 집 앞에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근사한 정원도 있다. 이씨는 이를 자랑스럽게 '울릉 천국' 이라고 부른다. 이씨의 요즘 삶은 도연명의 '귀거래사(歸去來辭)' 그 자체다.
태상준 기자 birdc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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