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지난주 뉴욕증시는 급격한 방향전환을 겪었다. 달러는 6주만에 강세로 전환됐고 뉴욕증시가 3주만에 약세로 돌아서는 결과를 낳았다. 강한 상승세를 유지하던 상품 가격은 된서리를 맞았다.
시장의 급격한 방향 전환은 언제나 논란을 야기한다. 과도했다는 시각과 기존 추세는 이미 끝났다는 시각이 동시에 나타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주 뉴욕증시는 시장의 급격한 방향 전환에 대한 의미를 해석하는데 시간을 소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기존 자산 가격 상승의 배경이었던 약달러가 과연 끝난 것인지에 대한 논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논란 속에 뉴욕증시는 뚜렷한 방향성을 보여주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달러 강세 반전이 불안감 가중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에 따른 것이라면 증시 하락은 깊어질 수 있다. 반면 상대적으로 견조한 미국 경기를 반영해 그동안의 달러 약세가 지나쳤다는 시각이 대두된다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다.
지난주 다우 지수는 1.34% 하락해 3주만에 약세로 돌아섰다. 나스닥과 S&P500 지수도 각각 1.60%, 1.72% 밀려 3주만에 하락반전됐다.
◆ 상품시장 기록적 폭락
지난주 뉴욕증시는 달러가 강세로 반전되고 그동안 상승장을 주도해왔던 상품 가격이 급락하면서 된서리를 맞았다.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가격은 지난주 14.7% 폭락했다. 유가 폭락 탓에 올해 뉴욕증시 상승을 주도했던 시가총액 1위 엑슨모빌의 주가는 지난주에만 6.01% 급락했다.
상품 가격 급락을 촉발했던 은 선물 가격은 1980년 이후 최대인 주간 27.4% 폭락을 기록했다. 금 선물도 4.2% 하락했다. 상대적으로 금 선물 가격 하락이 적었던 것은 불안심리가 반영되며 안전자산으로 투자심리가 몰렸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달러 인덱스는 지난주 2.7% 급등했다. 특히 달러는 유로에 대해 3.1% 급등했다. 1.50달러 돌파를 노리던 유로·달러 환율은 단숨에 유로당 1.43달러로 주저앉았다.
월가는 달러 급락이 모든 투자자들을 극도로 예민하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급격한 달러 강세 전환은 수출에 의존해왔던 미국 기업들의 이익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를 불러왔다.
또한 달러 강세는 안전자산으로 투자심리가 쏠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이기도 하다. 지난주 공포지수인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 지수(VIX)는 무려 24.54% 급등하기도 했다.
◆ 견조한 고용·소비가 확인된다면
하지만 주말을 앞두고 뉴욕 시장에서는 달러와 주가가 동시에 상승할 수 흐름을 보였다.
기대 이상의 노동부 고용지표가 발표되면서 미국 경기가 상대적으로 견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인식한 때문으로 판단된다.
노동부가 발표한 4월 비농업 부문 고용지표에서 기업들은 예상보다 크게 일자리를 늘린 것으로 확인됐다. 비용 증가 우려로 고용을 꺼릴 것이라던 시장의 예상과는 달리 기업들은 늘어난 이익을 바탕으로 일자리를 늘리고 있음을 확인한 셈이다.
어닝시즌은 호조를 띄고 있다. 지금까지 S&P500 지수 중 87%에 해당하는 437개 기업이 실적을 발표했다. CNBC는 이중 69% 기업이 기대 이상의 순이익을 발표했다고 전했다. 이익이 기대 이하였던 기업 비율은 19%에 불과했다.
물론 노동부 고용지표에 앞서 발표됐던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급증하는 추세를 이어가 상반된 흐름을 보였다.
때문에 RBC 캐피털 마켓츠의 뮬레스 지블록 수석 투자전략가는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평소보다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경기가 상승 모멘텀을 잃고 있다는 우려가 생겨나고 있는 시점에서 지켜봐야 할 적절한 지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강달러도 나쁠 것 없다
강달러가 결국 유가를 급락시켰고 기업의 비용 부담 감소로 연결될 수도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JP모건의 톰 리 수석 투자전략가는 상품 가격의 하락은 주식 시장에 긍정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상품 가격 하락은 소비자들의 지갑 부담을 완화시켜주고 낮아진 물가는 연준의 느슨한 통화정책과 주식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지난주 소비 관련주들은 강세를 보였다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주 뉴욕증시 하락은 올해 들어 상승을 주도해왔던 에너지 관련주의 약세로 인한 조정이었을 뿐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만들어준 셈이다.
때문에 오는 12일 공개될 4월 소매판매는 주목해야 할 가중 중요한 지표라고 할 수 있다. 이번주 실적 발표도 소비 관련주들에 집중돼 있다. 월트 디즈니(10일) 메이시스, 시스코 시스템즈(이상 11일) 콜스, 노드스트롬(이상 12일) 등이 분기 실적을 공개한다.
RBC 캐피털 마켓츠의 데이비드 와트 선임 외환 투자전략가는 지난주 달러 강세가 지나쳤다는 분석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달러가 가차없는 강세를 보였다"며 "따라서 어느 시점에서 매도가 있을 것이고 안도 랠리를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머징마켓은 지난 주말을 앞두고 급락을 멈추는 모습을 보였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급락하던 인도 센섹스 지수는 6일 10거래일 만에 반등하며 1.69% 올랐다. 러시와 브라질 증시도 각각 1.12%, 1.59% 오르며 5일만에 상승전환했다.
박병희 기자 nut@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