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활기차게 시작한 5월 증시는 첫날만 반짝하고, 연일 급락세였다. 급기야 지난주 마지막날인 6일은 한달 반 이상 지켜온 20일 이동평균선을 크게 밑돌았다. 4월말에서 5월초까지 이어져 오던 사상 최고점 부근에서 박스권 등락은 6일 급락으로 기술적으로는 완전히 깨졌다.
정치적으로 의미가 큰 9.11테러의 주역, 오사마 빈 라덴의 사살은 증시 참여자들의 머리 속도 복잡하게 만들었다. 사살 소식이 전해진 직후는 중동 정세의 안정 기대감이 시장 분위기를 지배했지만 잠깐이었다. 곧바로 보복테러에 대한 우려가 투자심리를 악화시켰다.
반가워야 할 유가 급락도 악재로 해석됐다. 석유를 비롯한 상품가격 하락이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라는 해석이 투심을 압박했다. 미국의 고용부진이 상품가격 하락으로 이어졌다. 그간 투기적 수요에 의해 이상급등했던 상품가격은 고용부진이라는 경제지표를 계기로 차익실현 매물 압박을 고스란히 받았다.
4월까지 금융위기 이전의 고점을 연이어 경신하던 뉴욕증시도 이 영향에서 온전하지 못했다. 5월 들어 연일 급락세였다. 다행히 지난주 마지막날 반등하며 악화만 돼가고 있는 투심은 진정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도 상품가격 급락과 이 여파로 인한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이 지속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유가에 대한 해석은 다르지만 미국 경제의 회복세가 바로 꺾이지는 않을 것이라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고유가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과 봄방학 등 비경제적인 요인으로 미국의 고용지표가 다시 악화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경기부양적 정부정책 및 통화정책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경제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단계도 아니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최근 주식시장과 원자재시장을 비롯해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다시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 대지진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온 주식시장 입장에서는 변동성의 확대는 곧 물량소화과정이나 주가조정으로 이어질 소지가 크다.
인플레이션과 긴축에 대한 우려감으로 최근 약세를 이어가고 있는 이머징 주식시장과 함께 선진국 주식시장도 실적시즌이 지나면서 모멘텀 공백기에 진입하면서 호재보다는 악재에 민감한 시장반응을 보여주고 있다.
추세적인 흐름에는 큰 변화가 없더라도 단기적 변동성 확대를 대비하지 않을 수 없는 시점이란 얘기다. 물론 단기변동성에 '일희일비' 하지 않는 장기투자자라면 지금과 같은 변동성 확대 시기는 좋은 주식을 저가에 살 기회도 될 수 있다.
이번주 변동성에 영향을 미칠 요인으로는 11일로 예정된 중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표 발표와 5월 옵션만기일, 한국은행 금통위의 금리결정 이벤트 등이 있다. 변동성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다보면 '저점매수, 고점매도'가 아니라 '고점매수, 저점매도'로 거꾸로 갈 수 있다. 냉정할 자신이 없다면 그냥 묻어두거나 지켜보는 게 현명할 수도 있다. '윈드 서퍼'나 작은 배는 잔 파도를 타야겠지만 큰 배는 큰 파도만 신경쓰면 된다.
전필수 기자 phil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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