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선수 차출 문제를 둘러싼 한국 축구 A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 간의 불협화음이 점입가경이다.
발단은 겹친 일정이다. A대표팀은 6월 두 차례 국내 평가전을 갖는다. 9월에 있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을 대비한 최종모의고사 격. 문제는 올림픽대표팀 역시 6월 런던올림픽 아시아지역 예선을 치른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기성용(셀틱), 구자철(볼프스부르크), 지동원(전남), 손흥민(함부르크), 홍정호(제주) 등의 차출 여부를 놓고 각급 대표팀 감독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조광래 대표팀 감독은 A대표팀에 꼭 필요한 선수 15명 내외를 '보호 선수'로 묶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은 "중요도에 따라 올림픽대표팀도 배려해야 할 것"이란 의견을 피력했다.
이에 이회택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이 "대한축구협회에는 보호 선수라는 단어 자체가 없다. 아무리 국가대표팀 감독이라도 다른 대표팀에서 뛰지 말라고 할 권한은 없다"며 논란을 키웠다.
양보 없는 대치 속에 해결점을 찾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제3자의 시선은 어떨지 궁금했다. 허정무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 대표팀과 2010 남아공월드컵 대표팀을 모두 경험했던 인물. 그는 이번 사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나는 차출 문제로 한 번도 골치 썩어본 적 없다. 정말 바보 같은 짓이다. 뭣 때문에 이래야 하나."
목소리가 높아진 이유는 분명했다. 그는 차출 논쟁의 책임이 조광래 감독이나 홍명보 감독에게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더불어 이번 사태의 발단은 어디까지나 축구협회와 기술위원회의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 그는 "간단한 문제다. 아무것도 아닌 일로 괜히 싸움만 붙이고 어수선하게 만들고 있는 꼴"이라고 일갈했다.
물론 대안도 있다. 감독끼리의 소모전을 그만두고 기술위원회가 직접 나설 것을 요구했다.
"이건 기술위원회가 할 일이다. 감독들을 불러내 미팅을 갖고 한 선수, 한 선수 살펴보며 교통 정리해주면 된다."
그가 말한 구체적인 방법은 이렇다. 각급 대표팀에 중복 해당되는 선수 리스트를 작성한 뒤, 1차적으로 기술위원회가 각 선수에 대해 현재 기량과 대표팀 활용도, 선수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다.
예를 들어 어떤 선수는 A대표팀에 반드시 필요한 선수지만, 소속팀과 올림픽대표팀 일정까지 모두 소화하기엔 무리라고 판단된다. 그렇다면 특정 경기에 한해서만 올림픽대표팀 차출을 허용하고, 그 외는 무조건 A대표팀 우선이라고 선을 그어주면 된다.
또 다른 선수는 A대표팀 베스트11은 아니다. 아직은 경험을 더 쌓아야 하고,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이 기량 발전에 도움이 될 것으로 평가됐다. 그럼 올림픽대표팀에 주력하게 하되, 어떤 일정에 대해서는 A대표팀 차출을 우선되게 한다.
허 감독은 "이런 식으로 기술위원회가 정리한 결과물을 각급 대표팀 감독에게 제시하고 생각을 물어보면 된다. 이후엔 감독 사이에 대화를 통해 조율하고 결정하면 간단히 해결될 문제"라고 말했다.
답답한 심경도 토로했다. 그는 "이건 아니다. 대표팀 전체로 봤을 때도 그렇고 축구계 선후배끼리 얼굴 붉혀 좋을 것 하나없다. 축구팬들 보기에도 그렇고.. 뭐 때문에 이렇게까지 왔는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물론 그 역시도 A대표팀이 최우선이란 생각에는 동의했다. 그러면서도 "일정만 분석하면 결론은 금방 나오지 않느냐. A대표팀에 중요한 경기가 있는지 없는지 따져보면 올림픽대표팀과도 충분히 조율할 수 있다"며 기술위원회가 발벗고 나설 것을 주문했다.
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 spree8@
스포츠투데이 박성기 기자 musict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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