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달중 기자] 한ㆍ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의 4일 국회 표결처리를 앞두고 야권이 극심한 내홍에 휩싸였다. 민주당 내 강경파들은 기업형 슈퍼마켓(SSM) 규제 조치 등이 미흡하다며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고,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3일 저녁부터 국회 본회의 장 앞에서 농성에 들어갔다. 한나라당은 야권이 참여하지 않더라도 본회의를 열어 비준안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최종 표결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은 민주당의 어정쩡한 입장 때문이다. 여야 원내대표와 수석부대표, 정책위의장 등 협상 대표단은 2일 민주당 소속인 국회 지식경제위원장과 농림수산식품위원장 등이 참여한 자리에서 한ㆍEU FTA 비준안을 4일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키로 합의했었다. 당 원내대표와 피해산업의 이해관계가 얽힌 상임위원장까지 협상에 참여한데다 야당이 요구한 내용을 상당부분 정부가 수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반대론자들을 설득하지 못한 셈이다.
정동영ㆍ천정배 민주당 최고위원은 의원총회에서 여야 협상 결과를 뒤집고 비준 반대를 당론으로 만들겠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3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한ㆍEU FTA 비준 반대 집회에 참석해 "(여야 합의를) 원점으로 되돌리도록 당내의 모든 동력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비준 반대론자들은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한 SSM 규제법은 7월1일 한ㆍEU FTA가 발효되면 종이조각이 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여야 협상을 주도해온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국제분쟁이 일어나더라도 경우에 따라서는 (판결까지) 10여년이 가기 때문에 (SSM 규제법의) 5년 발효 기간에 다 소멸될 수 있다"며 "의원총회에서 공개토론을 할 용의도 있다"고 반박했다.
진보정당의 반발도 거세다. 이정희 민노당 대표와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는 철야 농성에 돌입했고, 한ㆍEU FTA 비준 저지를 위해 모든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필요할 경우 온몸으로 본회의 표결처리를 저지하겠다고 결의를 다지고 있다.
문제는 협상 과정에서 민주당의 내부 소통과 지도력 부재로 야권연대가 위기에 놓였다는 점이다. 지난 4ㆍ27 재보선에서 야4당은 '전면적 검증 없는 한ㆍEU FTA 비준 저지'를 정책연합 합의문으로 채택했었다. 민노당과 진보신당이 농성을 진행하면서 야권연대 파기를 언급하며 엄포를 놓은 것은 손 대표를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손 대표 역시 이같은 상황을 보고 받고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 합의문을 뒤집으면 대안 없이 발목만 잡는 야당이라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고, 비준 처리에 동의하면 야권연대 판이 깨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서 비준 찬성과 반대 모두 당론으로 채택하기에도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다"며 "의원 개개인이 판단해 결정하는 자유투표로 결론을 내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남경필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은 "야당의 피해대책 요구 등을 100% 수용하면서 합의한 만큼 반드시 오늘 처리해야 한다"며 "소수 야당이 물리력을 동원해 또 다시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든다면 국민들로부터 퇴출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달중 기자 d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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