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중견건설사들이 잇달아 워크아웃을 신청하며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건설 경기가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여겨졌던 그룹 건설사들에 이어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삼부토건마저 줄줄이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시장에서는 확인되지 않은 무차별적 악성 루머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주가가 요동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1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전일 오후 2시 삼부토건과 동양건설산업은 워크아웃 신청 임박 소식이 돌며 보합권에 머물던 주가가 순식간에 하한가 근처까지 밀려났다. 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 연장여부를 논의중이라는 소식이 발단이었다.
결국 삼부토건은 대출 만기일을 하루 앞두고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서울 내곡동 헌인마을 도시개발사업을 공동으로 진행했던 동양건설산업도 악재를 빗겨가지 못했다.
거래소는 이날 이들 두 건설사에 대해 워크아웃설과 관련한 조회공시를 요구했다.
이 여파는 다른 중견 건설사로 이어졌다. 경남기업과 중앙건설은 각각 -10.18%, -8.42% 급락했고 신한 대림산업 벽산건설 고려개발 태영건설 등도 4% 이상 하락했다.
◆주택사업 발목 공공수주도 줄어 '총체적 난국'= 중견건설사들의 ‘백기투항’에는 부동산경기와 동반상승하던 주택사업 침체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국내 부동산 시장이 침체를 거듭하면서 미분양이 늘고 사업성이 악화됐다.
대한주택건설협회에 따르면 중견건설사들의 주택공급실적은 2007년 22만3324가구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6만6189가구로 급감했다. 다음해인 2009년 10만가구를 조금 넘긴 공급실적은 지난해 다시 6만8779가구로 주저앉았다.
올해 들어서도 건설업 시장은 중견건설사에게 불리한 상황이다. 한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2월 워크아웃에 들어갔던 월드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진흥기업, LIG건설 등 대기업 건설사들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는 등 건설사들의 재무위험이 부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공발주 물량 감소와 부동산 시장 개선이 요원한 상황에서 중소건설사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4대강으로 대표되던 공공부문 수주가 급감한 것 또한 타격이 컸다. 지난 21일 건설산업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에 민간수주가 28.4% 감소한 반면 공공수주는 43.2%나 줄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건설사가 유리한 위치에 있는 공공수주에서 중견건설사가 설자리는 많지 않다"며 "중견건설사들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질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대형 건설사 주가엔 기회"=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중견건설사들의 구조조정 속도가 빨라지면서 대형 건설사의 주가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긍정적인 투자의견을 유지했다.
하나대투증권은 이날 시공능력순위 각각 43위, 49위, 47위인 진흥기업과 동일토건, LIG건설의 워크아웃 및 법정관리 결정에 이어 삼부토건의 법정관리 신청은 중견 및 중소건설사의 빠른 구조조정 계기가 될 것이라며 건설업종에 대한 투자의견은 비중확대를 유지했다.
극도의 '빈익빈부익부' 상황을 보이고 있는 대형건설사들에 대해서는 차별적인 투자시각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판단이다.
이창근 연구원은 "지난 1997년 12월 IMF 체제를 거치며 국내 건설업계는 'Rule of Three' 이론에 따라 구조조정 과정을 겪고 있으며 이러한 시기에 대형 건설사 주가는 새로운 기회요인을 제공한 바 있다"며 "투심위축은 불가피하겠지만 대형 건설사에 대한 차별화된 시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대신증권도 건설업종에 대해 구조조정 마무리 국면 진입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면서 투자의견 '비중확대'를 유지했다.
조윤호 애널리스트는 "삼부토건의 법정관리 신청이 단기적으로 건설업종에 대한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라며 "그러나 건설업종 구조조정이 마무리 국면에 진입하고 있고 본격적인 매수시점이 다가오고 있다"고 판단했다. 하반기로 갈수록 해외수주 모멘텀은 더욱 강화되고 주택시장도 회복국면에 진입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이어 "건설업종 구조조정이 마무리 국면에 진입하면서 살아남은 건설사에 대한 시장상황은 오히려 개선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임철영 기자 cy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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