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해수 기자] 지난달 터진 일본 대지진이라는 '블랙 스완(Black Swan)'으로 전통적 안전자산인 금ㆍ은에 자금이 크게 몰렸지만 미국 주식시장도 쏠쏠한 재미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블랙 스완이란 일어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일단 발생하면 엄청난 충격과 파급효과로 이어지는 사건을 말한다.
지난달 세계 금융시장은 중동ㆍ북아프리카의 정정 불안과 유럽의 재정위기가 여전한 가운데 일본 대지진이라는 재앙을 맞았다. 이후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커지면서 지난달 금 값이 2.1%, 은 값은 12% 급등했다.
특이한 것은 미국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도 같은 기간 0.8% 오르며 저력을 과시했다는 점이다. 상당한 자금이 미 증시로 유입된 덕이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펀드 리서치 업체 EPFR의 조사결과를 인용해 "지난달 미국 주식형 펀드로 5억3800만 달러(약 5834억 원)가 순유입됐다"고 10일(현지시간) 전했다. 반면 유럽 주식형 펀드에서는 28억4000만 달러가, 아시아에서도 47억3000만 달러가 빠져나갔다.
지난 1월 이후 지금까지 미국 주식형 펀드로 유입된 자금은 310억 달러에 이른다. 같은 기간 유럽 주식형 펀드에서는 30억달러가 순유입됐다. 반면 아시아의 경우 243억 달러가 순유출됐다.
전문가들은 아시아ㆍ유럽 시장이 휘청거리면서 미국 증시가 반사이익을 누렸다고 분석했다. 아시아 시장에서는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유럽에서는 재정위기가 유령처럼 떠돌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8일 포르투갈로부터 구제금융 지원을 공식 요청 받았다고 밝혔다.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은 크게 개선되고 있다. 특히 미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으로 지목됐던 고용시장이 살아나고 있다. 지난달 미국의 실업률은 8.8%로 2년만에 최저 수준에 이르렀다. 지난달 민간고용은 23만 명 늘었다. 이는 시장 전망치 20만6000명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2월 민간고용은 24만 명 늘었다. 2개월 연속 증가폭은 지난 2006년 2~3월 이래 최대다.
투자자문업체 돌턴스트래티직파트너십의 앤드루 돌턴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미국 경제가 경기 사이클상 회복기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면서 "기업 인수합병(M&A)이 늘면서 미 증시는 더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중소형주에 비해 주가수익비율(PER)이 낮은 대형 우량주를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광통신 케이블 전문업체 코닝, 소프트웨어업체 마이크로소프트(MS)의 12개월 예상 PER는 10배, 제약ㆍ생활용품 제조업체 존슨앤존슨은 12.3배에 그치고 있다. 스탠더드 앤 푸어스(S&P) 500 기업의 12개월 예상 PER는 13배다. PER란 현재 주가가 주당순익의 몇 배인지 보여주는 지표다.
신흥국 투자 비중이 높은 대기업에 투자할 경우 인플레 위험을 상당히 완화하면서 신흥국 경제성장에 따른 수익은 고스란히 챙겨갈 수 있다.
자산운용업체 넵춘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플렉스 윈틀 매니저는 "에너지ㆍ원자재 등 경기선행주에 투자하고 유틸리티 같은 경기방어주에 투자하지 말라"고 충고했다.
조해수 기자 chs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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