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오주연 기자] 4대 메이저 정유사와 달리 비메이저업체가 운영하는 주유소와 개인이 자영 주유소들은 7일부터 시작된 휘발유 가격 인하 추세에 일단 관망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날 서울 신림 11동에 소재한 진영주유소(한화이에스 직영)는 무연휘발유 ℓ당 1926원, 자동차용 경유는 1765원으로 전날과 같은 가격에 판매하고 있었다.
주유소 직원인 양승무씨(48)는 “이틀전 자체적으로 ℓ당 20원을 내렸고 (가격은) 사장님이 결정하는 것이라 확실히 모르겠지만 아직은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보통 밤에 가격이 바뀌니까 저녁까지는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단골고객으로 트럭으로 딸기 장사를 하는 천병수씨(65)는 이날 새벽 주유소에 와서는 “기름값 내렸어?”라고 먼저 물어보더니 직원이 안내렸다고 하자 “내리는 줄 알았는데”라며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천 씨는 “오늘부터 가격이 내리는 줄 알았다. 우리같이 차로 장사하는 사람들은 기름값 때문에 너무 힘들다”고 전했다.
양 씨는 “오전 5시부터 오후 3시까지 일하는 데 20원 내리니고 나니 사람들이 좀 더 많이 오는 거 같다. 여기가 주변보다 좀 더 싼 곳이라 항상 차들이 많다”며 “오후에는 줄을 서서 기다리기도 한다. 오늘은 평소보다 (휘발유)물량도 더 많이 빠지는 것 같다”고 전했다.
현대오일뱅크 등으로부터 제품을 공급받아 전국에 40여개 직영 주유소를 운영하고 있는 STX에너지의 경우, 서울 신정 3동 STX에너지 서울주유소는 3월말 올린 휘발유 ℓ당 1938원, 자동차용 경유 1779원을 유지하고 있었다. 엔씨오일이 운영하는 홍은주유소(홍은동 소재)도 휘발유 ℓ당 1949원, 경유 1769원을 받고 있었다.
이들 주유소는 아직 본사로부터 가격 인하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 받지 못한데다가 기존 판매가격이 메이저 업체들에 비해 저렴한 상황이기 때문에 다른 주유소의 상황을 본 후 인하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늦어도 8일부터는 추가 가격 인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개인이 운영하는 대리점 주유소도 100원보다 소폭만 인하했다. 서울 남태령 고개에 있는 에쓰오일 주유소는 이날 오전 0시를 기해서 휘발유 가격을 80원 내린 ℓ당 1765원에 판매했다.
주유소 영업소장은 “작년부터 인수해 운영하고 있는데 유가 인상으로 구정연휴 이후 매출이 평균 20% 가량 줄었고 가장 심할 때는 30%까지 감소했다. 우리 영업소가 100원을 내려고 다른 주유소도 같이 인하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시흥동 소재한 백운주유소도 ℓ당 70원만 내려 휘발유 1895원, 경우 1791원에 판매했다.
정승욱(40) 주유소 대리(40)는 “직영점은 100원씩 내리겠지만 우리(개인 주유소)는 70원 가량 내렸다”며 “사실 오늘 자정부터 70원 인하해서 파는 것은 손해다. 아직 정유사로부터 인하한 가격으로 물량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단 주유소 가격부터 내리라고 해서 내리기는 했는데 기름값 인하가 사실 갑자기 발표된 게 아닌가. 오피넷에서 가격 업그레이드가 돼 순위가 나오면 다른 주유소들이 즉시 조정에 들어가지 않을까 싶다. 순위가 중요하다”고 전했다.
에쓰오일 성사주유소의 영업소장은 가격 인하의 어려움을 털어놨다.
그는 “당시에는 정유사들이 인하 여부를 주유소에 미리 통보하고 단행시기 수 시간 전에 발표해 업계에 큰 데미지가 없었지만 이번에는 SK가 준비도 안해놓고 미리 발표하는 바람에 이틀동안 매출이 확 떨어졌다. 원래의 논리대로라면 이날 아침부터 북적여야 하는데 아직(오전 6시 25분 현재) 손님이 없다. 온다고 해도 1만~2만원어치밖에 주유하지 않는다. 말이 안된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채명석 기자 oricms@
오주연 기자 moon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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