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현정 기자]올해 초 취임 하자마자 '미친 존재감'으로 통하며 금융업계를 잔뜩 긴장시켰던 김석동 금융위원회 위원장, 지난달 '한국금융의 종결자'를 자처하며 시장 개혁을 선언한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의 공언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이 주요 현안에 대한 안일한 대처로 곤경에 빠져있다.
금융위는 당초 8일 예정됐던 '서민금융 기반강화 종합대책' 발표를 연기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세부 내용 중 검토할 부분이 남아있어 연기하기로 했다"며 "아직 발표 시기에 대해서도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번 대책의 골자는 서민들의 이자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대부업체나 캐피털사가 매기는 대출금리 상한선을 낮추는 것이다. 정부와 청와대·한나라당은 최근 회동을 갖고 이자율 상한선을 현행 44%에서 39%로 제한하는 데 합의했으나 홍준표 한나라당 최고위원을 중심으로한 서민특별위원회가 30%로 내려야 한다며 제동을 걸고 나오면서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것.
이와 함께 개인 신용등급 평가에 국민연금, 건강보험료, 전기요금 등의 납부 실적을 반영하는 과정에서 국민연금관리공단, 건강보험관리공단 등 관계기관과의 의견조율이 더 필요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여러 관계부처 및 기관과 얽혀있는 문제가 많아 세부내용 조정에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리고 있다"며 "발표시점이 크게 늦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가장 큰 관심거리자 논란이 되고 있는 외환은행 대주주인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 관련, 금융위는 6일 정례회의에 이 안건을 상정하지 않았다.
금융위 관계자는 "법무법인의 법리검토가 끝나지 않았고 워낙 이견차가 커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며 "여러가지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는 만큼 신중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김석동 위원장은 주자조작 사건에 대한 법원의 확정판결 이전에라도 이달 안에 결론을 내리겠다는 입장을 밝혀온 만큼 오는 20일 정례회의 안건으로 상정할 것으로 보이지만,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와 맞물려 있어 상황은 한층 더 복잡하게 됐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외환은행 매각 승인 지연은 하나-외환 간 갈등의 골을 더 깊게 만들 뿐 아니라 타 은행들에게도 금융당국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며 "이달마저 넘기게 되면 국부유출 논란은 물론 우리나라 금융에 대한 국제적 신뢰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달 취임한 권혁세 금감원장도 검사기능 대폭 방침을 밝히며 전 금융업권에 대한 고삐죄기에 나섰지만 업계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은행권 관계자는 "저축은행 부실 등의 문제가 금융당국의 낙하산 인사 등에 따른 관리감독 소홀에서 비롯됐는데 단순한 인력부족을 원인으로 돌리는 것 같다"며 "과열경쟁 등을 앞세워 앞으로 과도한 검사에 나설 것이 뻔한데 '적반하장'격 아니냐"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도 "업계를 향해 칼날을 겨누기 전에 당국 내부의 조직쇄신부터 나서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현정 기자 hjlee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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