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스포츠 기록분석학, 개척자 위한 기회의 땅③

시계아이콘02분 26초 소요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글자크기

스포츠 기록분석학, 개척자 위한 기회의 땅③
AD


[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스포츠기록분석학은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분야다. 스포츠 경기에서 파생되는 기록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팀이나 선수의 기량과 전략을 파악한다. 이를 통해 전력을 향상시키고, 승리에 가까워진다. 나아가 유망 선수의 육성에도 도움을 준다. 스포츠 경기를 분석하기 위한 기록 시스템과 분석기법의 개발도 스포츠 기록분석학의 몫이다.

스포츠라는 영역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조한다는 매력이 더해져 적지 않은 이들이 스포츠 기록분석학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최형준 명지대 스포츠 기록분석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초등학생도 문의 메일을 보낼 정도"라며 기록분석학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전했다. 그는 스포츠기록분석학에 뜻을 둔 이들에게 가장 먼저 꿈과 이상을 분명하게 구분할 것을 주문했다.

"흥미와 기대만을 갖고 이곳에 온다면 실망이 클 수 있다. 모든 전문분야가 그렇듯 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건 그만큼 길도 좁다는 뜻이다. 특히 이를 통해 신분상승을 하려고 한다면 큰 착오다"


물론 스포츠 기록분석학이 갖는 매력도 밝혔다. 그는 "스포츠마케팅이 처음 등장한 것이 1980년이다. 지금이야 스포츠 산업 발전과 함께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뤄냈지만, 당시 그들의 입장이 지금 우리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스포츠기록학의 성공 여부는 기존 선배들과 새롭게 뛰어드는 후배들에게 달려있다.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조하고, 선구자가 되고 싶은 사람에겐 최고의 분야다. 스스로 흥밋거리를 찾고, 개척하고 싶은 이에게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스포츠기록분석학에 뜻이 있는 이들은 명지대학교 대학원에 설치된 스포츠기록분석학과에 입학해 본격적인 공부를 시작할 수 있다. 입학 상담 학생들 대부분의 고민은 역시 취업이다. 졸업 후 스포츠기록분석 연구원이 되어 스포츠기록분석 관련 연구기관이나 스포츠 기록 통계 전문업체 등의 진로를 선택할 수 있다. 국가대표팀이나 프로팀에 소속돼 전력분석관 등으로 활동할 수도 있다. 영국에선 스포츠베팅 분석 등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에 대해 최 연구원은 "실제로 학생들이 취업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한다"며 "그럴 때마다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보다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말해주곤 한다"며 자신의 경험을 내놓았다.


스포츠 기록분석학, 개척자 위한 기회의 땅③


최 연구원은 영국 유학 당시 한 여자 농구팀의 분석관으로 두 시즌을 보냈다. 영국 여자 농구는 축구처럼 승강제가 있는데, 당시 그의 팀은 2부리그 실업팀이었다.


그가 팀에 합류했을 때 팀 분위기는 상당히 가라앉아 있었다. 또 기록분석관을 스태프로 받아들인 것도 처음이어서 선수들의 반감이 만만치 않았다. 선수출신도 아닌 이가 자신을 과학적인 수치로 평가한다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가졌던 것. 특히 부진했던 경기 기록을 건네주면 "오늘 컨디션이 안 좋았다"는 말로 무시했다.


이를 극복하고자 경기가 없는 주중에도 세 차례씩 코치·선수들과 만났다. 보안에도 신경을 썼다. 개인 기록은 오직 선수 본인에게만 알려줬다. 그러다 보니 선수들이 차츰 마음의 문을 열었고, 인식도 바뀌었다. 기록에 귀를 기울였고 그에게 조언도 구했다.


시즌 막바지에는 그가 바쁜 일이 있어 경기장에 나타나지 않으면 선수들이 먼저 궁금해했고, 경기에 이기면 "당신 덕분에 이겼다"고 말할 정도였다.


스포츠 기록분석학, 개척자 위한 기회의 땅③


결국 그 팀은 2부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이후 기록분석팀을 정식으로 만들어 2명을 더 영입해 기술분석, 전술분석, 전담분석 등을 맡겼다. 이후 그는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그 팀은 지금도 1부리그에서 꾸준히 잔류 중이다. 최 연구원은 그때를 기록분석학을 시작한 뒤 최고의 성취감과 보람을 느꼈던 사건으로 기억하고 있다.


이규민(30) 연구원은 기록분석학과 다른 영역의 시너지 효과를 비전으로 제시했다. 그는 "기록분석 및 정보를 통해 우수선수 육성을 체계적으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대한축구협회의 축구지도자 교육과정인 4급 지도자 강습회도 참가했다. 그는 "아는 만큼 보인다고, 축구를 알아야 분석할 수 있고 유망주 육성도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스포츠기록분석학은 생각보다 넓은 영역을 다루기도 한다. 김혜미(28) 연구원은 컴퓨터를 전공했지만 축구를 좋아해 기록분석학의 바다로 뛰어들었다. 그는 K리그 수원삼성 서포터즈 그랑블루 출신이다. 가장 관심 있는 분야도 서포터즈와 관련되어 있다.


"기록분석학과는 말 그대로 기록을 다루는 학과다. 기록엔 수치 뿐 아니라 구술적 기록도 포함된다. 내 경우엔 서포터즈에 대한 기록을 수집, 체계화하고 싶다. 그동안 경기 내적인 수치 기록은 체계적으로 관리됐지만 경기 외적의 구술 기록은 그렇지 못했다. 언론을 통해 남아있는 기록도 해당 조직이 해체되면서 사라진 것이 많다. 역사적 기록을 통해 서포터즈 문화가 발전하는데 공헌하고 싶다"


스포츠 기록분석학, 개척자 위한 기회의 땅③


물론 이들에게도 ‘직업병’이자 고충은 있었다. 김 연구원은 학생 시절 수원의 경기는 빼놓지 않고 경기장에서 직접 관람했다. 그런데 이 일을 시작하고 조금 달라졌다. 예전에는 함성도 지르고 응원가도 부르며 경기를 즐겼다면, 지금은 기록 측정을 위해 90분 내내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며 경기를 봐야 한다. 맡은 일에 따라 수원 경기가 아닌 다른 경기도 봐야 하는 것이 ‘고역’이란다.


황정욱 연구원도 같은 의미에서 "일에 보람을 느끼고 있지만, 좋아하는 팀의 경기를 못 본다는 것은 당연히 섭섭한 일"이라고 웃어보였다. 더불어 "하지만 그것조차 극복할 만큼 어떤 것보다도 스포츠 현장을 사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 spree8@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