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일본에서 대지진 여파로 후쿠시마(福島) 원자력발전소 사고가 발생해 원전의 안정성에 대한 논란이 뜨거운 지금 원자로를 지하에 건설해야 한다는 주장이 관심 끌고 있다.
영국의 과학 전문 주간지 ‘뉴 사이언티스트’ 온라인판은 작은 도시국가 싱가포르가 원전 도입에 대해 검토하면서 지하 원자로 건설을 고려 중이라고 29일(현지시간) 전했다.
좁은 땅 싱가포르에서 원전 사고가 발생할 경우 주민들이 대피할 장소는 없다. 싱가포르가 지하 원자로 건설을 두고 고심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싱가포르 당국은 지하 30~50m 지점의 얇은 암상(巖床) 층에 소형 원자로를 건설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하 암상에 원자로를 건설하면 원전 사고가 발생해도 단단한 화강암이 천연 밀폐용기 역할을 한다는 논리다.
지하 원자로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원전과 연결된 터널을 시멘트로 밀봉하면 그만이라는 뜻이다.
원자로를 지하에 건설하자는 아이디어는 싱가포르 국립 대학 에너지학 연구소의 후만 페이마니 박사가 처음 내놓은 것이다.
원자로는 인구 밀집 지역에서 15~20km 떨어진 곳에 건설하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면적 700㎢에 불과한 싱가포르에서는 주거 지역으로부터 3㎞ 떨어진 원전 부지조차 찾을 수 없다.
문제는 지하 원자로의 어마어마한 건설 비용이다. 미국의 경우 지난 1년 사이 생산 전력 킬로와트(kW)당 비용 면에서 차세대 원전 신설 비용이 37% 늘었다.
미 정부의 최근 조사결과 kW당 평균 3902달러에서 5339달러로 치솟은 것이다. 이는 새로운 안전 설계와 경쟁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원전 건설 업계의 현황 때문이기도 하다.
지하 원자로 건설 비용이 이보다 훨씬 비싸게 먹힐 것은 뻔하다. 따라서 페이마니 박사는 “기존 대규모 원자로 크기의 5% 수준인 30~50메가와트급 소형 원자로가 비용 면에서 매우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미니 원자로’ 설계를 제안해온 기업은 미국 워싱턴주 소재 테라파워와 뉴멕시코주 소재 하이페리온이다. 그러나 기술적으로 이를 현실에 적용하려면 수년 더 있어야 한다.
더욱이 지진에 취약한 지역이나 지하수면이 높은 곳은 지하 원자로 건설에 적당하지 않다. 일본이 이런 지역에 속하지만 싱가포르는 다르다.
싱가포르는 현재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에서 수입한 천연가스로 발전소를 돌린다. 싱가포르 같은 에너지 수입국들에 지하 미니 원자로는 심각하게 고려해볼만한 대안이라는 게 뉴 사이언티스트의 지적이다.
싱가포르 정부는 지난해부터 지하 원자로 건설에 대한 예비 타당성 조사를 실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진수 기자 comm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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