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0억 규모 복지재단, 대규모 장학사업에
해외 이주여성 '친정 나들이' 여비까지
[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수은주가 뚝 떨어진 지난해 12월 초 제주시 한경면 조수리에 자리한 한 낡은 농가. 추위에 아랑곳하지 않는 듯 집을 둘러 싼 사람들의 손길이 바쁘기만 하다.
이들은 농협중앙회 소속 농가희망봉사단으로 열악한 주거환경 속에서 지내는 다문화가정을 방문해 지붕 개량과 노후 전기시설 교체, 도배와 도색, 보일러 설치, 장판 교체 등에 구슬땀을 흘렸다.
이날 봉사활동에는 윤종일 농협 농촌사랑지도자연수원장(당시 농협중앙회 상무)과 김현근 서울지역본부장(농협중앙회 총무부장), 남기용 노조위원장, 김상오 제주지역본부장, 김동호 한경농협 조합장, 신인준 한림농협 조합장 등 임원들까지 참여했다.
이들의 도움으로 집을 고친 베트남 출신 뷔티튀로안씨(30·한경면 조수리)는 "그동안 집이 춥고 바람이 들어 불편했지만 집을 고치게 될 줄은 꿈조차 못 꿨다"면서 "여기까지 찾아와 도움을 준 농협이 정말 고맙고 덕분에 희망을 보게 됐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농가희망봉사단은 이날 제주시 한경면 조수리와 한림읍 옹포리, 서귀포시 성산읍 시흥리 농가 등 3곳을 차례로 돌며 '사랑의 집 고치기' 봉사활동을 진행해 지역 주민들로부터 호평을 얻었다. 우근민 제주특별자치도지사도 격려차 현장을 방문해 "농협에서 정말 좋은 일을 하고 있다"며 "이는 칭찬과 박수를 받아 마땅한 일"이라고 말했다.
농협중앙회는 1961년 창립 이후 반세기 동안 농업인의 복지증진과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사회공헌 활동을 지속적으로 실천해 오고 있다. 농업인과 지역주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갖가지 '나눔 경영'을 펼치며 농민들과 함께 호흡하고 있는 것.
농협은 농협문화복지재단을 통해 장학사업은 물론 다문화가정 지원 사업과 다양한 농촌문화 복지사업을 통해 농업인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농협의 주요 사회공헌 활동으로는 농촌지역 출신 학생을 위한 다양한 장학사업과 농업인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복지증진 사업, 농촌문화를 보전하고 계승발전을 위한 농촌문화 및 시상사업을 꼽을 수 있다.
◆ 장학사업은 기본 중에 기본 = 10년전인 2002년부터 시작된 농협의 장학사업은 4000억원 규모의 농협문화복지재단에서 전담하고 있다. 100억~200억원 크기의 일반 장학재단과는 씀씀이 자체가 다르다.
농협이 올해 장학금을 지원키로 한 학생은 총 5만1100명에 이른다. 농협문화복지재단 장학금 수혜자 1100여명 외에도 농협중앙회와 전국 1171개 지역단위 농·축협에서 5만여명에게 장학금을 지급한다. 농협은 이들 학생들에게 총 408억원의 장학금을 지원할 예정이다. 지난해 373억원을 지원한 것과 비교하면 10%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농협의 인재육성장학생으로 뽑힌 대학 신입생들은 성적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 한 대학생활 4년 동안 장학금이 전액 지급된다. 한 학기 장학금만을 지급해 일회성에 그치는 다른 장학재단과는 성격 자체가 다르다.
최원병 농협중앙회 회장은 "학비를 걱정하지 않고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전 학년 장학금을 지원한다"며 "인재를 육성하려면 생색이 아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게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어릴 때 부모의 이혼으로 조부모 슬하에서 자란 정진호군(가명)은 서울대 인류지리학에 입학해 농협 장학금을 받게됐다. 정군은 "힘들긴 하지만 불가능한 일은 없다는 것이 제 신조"라며 "나중에 국토해양부장관이 돼 한국의 지역개발 방향을 친환경적으로 바꾸는 한편 농민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물론 농협은 신입생 외에 2~4학년에 올라가는 대학생들에게는 한 학기 장학금을 지급하는 우수장학생제도도 함께 시행하고 있다.
이밖에 농협은 해외에서 다양한 체험을 통해 창의적이고 적극적인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해외 역사체험 견학', 전국 6229개 초등학교에 책을 기증하는 '학교 도서 보내기', 저소득층 청소년에게 학습지원을 하는 '희망 공부방 지원' 등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 출산장려·의료지원 등 다양한 복지사업 = 농협문화복지재단은 셋째 자녀 이상 출산한 농업인 가정에 장려금을 지원하는 '농촌 다자녀 출산 장려사업'을 지난해 처음 선보였다. 고령화사회로 진입한 농촌지역에 출산장려를 통해 활력을 불어 넣으려는 취지다.
3년 이상 농업에 종사하고 지역건강보험료 월 납부액이 5만원 이하인 농업인이 셋째 자녀 이상을 출산할 경우 가정당 출산축하금 100만원을 준다. 지난해에만 600여 가정이 이 혜택을 받았다.
또한 농협은 의료혜택 소외 농촌지역 농업인을 위한 '농촌순회 무료진료 서비스'도 진행중이다. 농협 직원들과 서울대병원 의사, 간호사, 약사 등 총 30여명으로 구성된 공공보건 의료사업단이 한달에 한번 의료취약 농촌지역을 정해 2박3일간 상주하며 봉사활동을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최근 2년 간 3만9000여명이 진료를 받았다.
2005년에 결성된 농가희망봉사단은 매월 독거노인, 장애우, 소년소녀가장 등의 가정을 돌며 '사랑의 집 고치기' 봉사활동을 전개해 현재까지 300여 가구의 농업인 가정에 희망을 줬다.
의료, 법률 등 기업과 단체 등이 갖고 있는 역량을 농촌지역과 연결하는 '농촌 희망 가꾸기운동'은 지역 농업인에게 큰 인기다. 지난해 2550명이 무료의료지원을, 164명이 무료법률지원을 받았다.
또 전통 농촌문화를 계승하고 발전시키거나 지역사회에 봉사한 농업인과 단체에 시상하는 '농협문화복지대상'은 농업인의 자긍심을 고취시키고 있다는 평가다. 올해 벌써 6회째를 맞는다. 지난해에는 9명의 개인 또는 단체에 총 1억9000만원의 상금이 주어졌다.
◆ "국제 이주여성도 우리 농민" = 농협은 사회적 약자인 여성이자 타국살이로 이중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제결혼 농촌이주 여성의 고향방문을 돕는 사업을 시작하면서 농촌지역 다문화 가정으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 '사랑의 집 고치기 운동' 현장
대상은 최소 3년 이상 고향을 방문하지 못한 농촌 이주여성 중 공모를 통해 선발한다. 이주 여성은 물론 이들의 배우자와 자녀들까지 왕복항공권, 체재비를 지원해 준다. 2007년 이 사업을 시작한 이후 지난 4년간 베트남, 필리핀, 태국, 몽골 등 동남아 출신 이주여성 633명이 2463명의 가족과 함께 '친정 방문' 혜택을 누렸다.
이주여성들의 고향방문을 돕는 사업은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간간이 진행하고 있지만 이를 대규모로 정례화한 것은 농협이 처음이다. 고향을 다녀 온 이주여성들은 감사편지 등을 통해 "친정 가족들과 불가피하게 멀어졌던 관계를 회복할 수 있었다"며 "한국의 가족들도 다문화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데 큰 도움이 됐다"는 등의 소감을 농협에 전하고 있다.
농협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농촌지역 이주여성들을 위한 교육·문화프로그램인 '다문화여성대학'을 운영하고 이주 여성들이 한글 개명을 원할 경우 관련 비용도 전액 지원해 주고 있다.
특히 농협은 지난해 3월 3일에는 법무부와 '법질서 확립 및 다문화가족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법무부의 이민자 사회통합프로그램과 연계한 다양한 다문화가족 지원 프로그램을 발굴해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다.
양점남 농협 복지여성팀장은 "이 사업은 남편과 자녀에게도 이주여성의 환경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1회성 이벤트가 아닌 이주 여성들이 한국사회에서 당당한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줄 수 있는 실질적인 프로그램으로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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