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세계 노사관계는 경제 기술사회의 지각 변동에 즈음해 새로운 사태에 직면하고 있다. 지속적 성장, 일자리창출, 양극화 해소 등 노사는 공동운명체적 상황에 처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우리 노사관계에는 불안의 복병이 도사리고 있다.
이른바 양대노총의 춘투(春鬪)와 경제5단체의 공방이 가열되고 있는 모습이다. 양대 노총은 이미 노사합의를 통해 이루어진 노동법의 전면 개정을 요구하면서 올해 임단협 투쟁에서 현행법에 대한 무력화 투쟁을 공언하고 있다. 경영계는 정치권의 노사관계 개입을 비판하면서 정부에 대해서는 노동계의 불법행위에 엄정 대처할 것을 주문했다.
최근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사내하도급 문제도 노동계는 법원 판결의 즉각적인 수용을 주장하면서 집단소송을 연이어 제기하고 있는 반면 경영계는 대법원의 판결에 계속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 양측 간 타협 여지는 없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의외로 대화의 실마리도 숨어 있다. 여기에 '비정치적이고 비사법적인 해결' 즉, 노사정의 '사회적 대화(social dialogue)'를 통한 해법이 적극 요청되고 있다.
노사관계는 이해 동반자 관계이다. 이해대립 관계인 동시에 이해공통관계이다. 이해관계에는 갈등이 생기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노사관계는 갈등동반자관계(Konfliktpartnerchaft)로 규정짓기도 한다.
갈등에는 두 측면이 있다. 파괴적인 측면이 있는 동시에 창조적인 측면이 있다. 창조적인 갈등은 대화를 통해서 갈등을 현재화시켜 타협과 통합을 이룩하도록 하는 것이다.
대화없는 잠재적 갈등(hiden conflict)은 대단히 위험하다. 갈등이 대화의 절차를 통해 현재적 갈등(open conflict)이 되지 않고 계속 쌓이게 되면 오해와 불신으로 인해 과격한 행동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이는 노사 모두가 공멸하는 결과를 초래케 하는 것이다.
자유시장 경제에서 노(勞)와 사(使)는 사회의 양 축을 형성한다. 두 주체들은 서로를 필요로 하는 상호의존 관계에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둘 사이의 관계는 대립과 갈등이 지배하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대화와 협력이 두드러지기도 한다. 일자리가 안정되고 물자의 생산과 교역이 활발한 때도 있지만 실업이 증가하고 경제가 후퇴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지금처럼 경제전체의 불확실성이 증대하면서 정치사회적 불안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노사정의 대화는 너무도 절실하다. 잘못하면 다른 경제문제들과 맞물려 지각의 균열과 폭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노동시장과 노사관계의 영역은 우선 이해당사자들 간의 대화가 최우선해야 한다. 정치권의 개입이나 법원의 판결은 대화와 협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때 필요한 수단들이다.
특히 현 단계에 요청되는 사회적 대화는 당면한 현실 문제와 미래지향적인 의제들을 다루는 것이 좋다. 중소기업의 고용여건 개선, 베이비붐세대 고용대책, 사내하도급 근로자 문제 등 국민들이 공감하는 민생 노동문제들을 놓고 합의점을 찾아야 할 때다.
더구나 최근에 와서 많은 사람들이 관심있게 보고 있는 노동문제들은 대부분 노동시장의 사각지대에 있는 취약계층의 문제들이다.
대학 청소용역, 충무로의 영화스탭, IT분야의 프로그래머 등 사회적 약자들의 문제에 노사정이 할 일이 얼마나 많은가. 앞으로 어떤 영역에서 또 다른 문제가 터져 나올지 모른다.
최종태 경제사회발전 노사정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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