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공수민 기자]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고로 일본 내 전력 공급의 27%를 차지하는 핵 연료 공급이 차질을 빚게 되면서 일본의 액화천연가스(LNG)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국제시장에서 LNG 가격이 상승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16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원전 폭발 사고로 일본의 전력 공급량이 부족해지면서, 이를 메우기 위해 LNG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보도했다.
로얄더치셸의 사이몬 헨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LNG 시장의 공급 경색을 불러올 수 있다"면서 "특히 유럽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이 원조 차원에서 LNG 유럽 공급분을 일본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현재 일본은 11개 원자로 가동을 중단해야 할 위기에 처해있다. 여기에서 생산되는 전력량은 9.7기가와트에 달한다. 전력공급량 부족으로 일본 최대 전력업체 도쿄전력은 제한송전을 실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본이 원전 가동 중단에 따른 전력 부족분을 석유, 석탄, 천연가스를 통한 발전으로 채울 것으로 예상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이에 따라 일본에서 LNG 수요가 늘어나면서 국제시장, 특히 유럽시장에서의 LNG 가격 상승을 부추길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의 LNG 수입량은 매우 작아 미국 LNG 가격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때 상당한 양의 LNG를 수입했던 미국은 셰일가스 개발로 자체 조달이 가능해지면서 수입량을 크게 줄였다.
도이체방크 애널리스트들은 "연간 50억~120억 입방미터(㎥) 규모의 LNG가 유럽에서 일본으로 다시 보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어 “이는 유럽 가스시장 상황을 바꿔놓을 사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이체방크는 영국이 유럽 최대 소비국이란 점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유럽에서는 760억㎥의 가스를 수입했는데 이 가운데 152억㎥ 가스를 영국이 수입했다.
지난해 유럽이 수입한 가스 가운데 260억㎥는 다른 국가로 재공급됐기 때문에, 이 가운데 대부분이 일본으로 다시 보내질 것으로 보인다.
헨리 CFO는 "지난 2007년 지진으로 가시와자키 가리와 원전이 가동을 중단하면서 일본 정부는 가스연료 발전으로 전환했고, LNG 수입량이 크게 늘어나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면서 이번에도 같은 상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도이체방크는 "이번 원전 사고로 원전 가동이 정상화되는 기간은 2007년 때의 두 배 정도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2007년과 다르게 셰일가스 개발로 미국의 LNG 수입량이 크게 줄어들면서 전 세계적으로 가스 재고가 풍부하다"면서 "전 세계가 가스 부족 사태에 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수민 기자 hyun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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