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지배구조의 중핵 ‘현대상선’ 지배구조·주가 향배는
[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현대차 그룹의 현대건설 인수 완료가 다음 달로 앞당겨지면서 현대건설이 보유한 현대상선지분 7.75%가 현대그룹의 경영권 및 주가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이다.
현대상선 지분이 현대차의 손에 들어오면서 현대중공업, KCC 등 범현대가의 현대상선 지분율이 39%대에 육박하게 된다. 지난해 유상증자 등을 통해 지분을 꾸준히 늘린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측이 보유한 현대상선 지분(우호지분 포함)은 최대 42.4%로 평가돼 격차가 미미하다.
8일 현대건설 채권단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이날 채권단과 현대건설 매입 본계약(SPA)을 체결한다.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3개 회사가 채권단이 보유한 현대건설 지분 34.88%를 취득하며 이에 따라 현대건설이 보유한 현대상선 지분 7.75%의 향배에 관심이 모아지는 것.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채권단측은 현대건설이 보유한 현대상선 지분을 중립적인 투자자에게 매각해 현대그룹의 경영권을 배려할 수 있다는 안을 제한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중재안은 무의미하다고 입장을 바꿨다. 채권단 관계자는 "본계약을 체결하는 시점에서 현대상선의 지분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해 채권단이 왈가왈부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며 "전적으로 현대차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측은 이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현재 현대그룹 지배구조는 지주사격인 현대엘리베이터가 현대상선을, 현대상선이 다시 현대증권, 현대택배, 현대아산을 지배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즉, 현대상선은 현대엘리베이터와 함께 현대그룹을 지탱하는 양축이라 할 수 있다. 현대상선은 현대증권(23.17%), 현대로지엠(37.32%), 현대아산(58.12%), 현대유엔아이(22.73%)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그룹은 지난해 말 현대상선의 유상증자와 계열인 현대엘리베이터의 파생상품계약 등으로 지분을 늘려 우호지분을 포함, 현대상선 지분율을 42.4%까지 끌어 올렸지만 현대차의 현대건설 인수를 통해 추가로 7.75%의 지분이 범현대가 진영에 포함될 경우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
이와 관련, 최근 현대그룹이 계열사 지분을 꾸준히 사들이는 것은 지배구조를 다지기 위한 것이라는 시각이다. 현대상선측은 600억원 한도로 현대증권 주식을 연말까지 장내 매수키로 했다. 유상증자를 통해 현대건설 인수 목적으로 마련했던 현금을 그룹 재정비에 투입키로 한 것이다.
한편 현대상선은 지난해 매출 8조870억원, 영업이익 6017억원, 당기순이익 4371억원의 사상최대의 실적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맥을 못 추고 있다. 특히 지난해 현대건설 인수전이 한창인 9월 한때 5만6000원을 돌파하더니 지난해 말 3만원으로 급락하고, 현재 2만70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시 경영권 분쟁 이슈로 현대상선의 주가가 고평가된 측면이 있다며 2만원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강성진 동양증권 연구원은 “현대상선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실적 개선이 전망되지만 현 주가도 너무 과평가 된 측면이 있다며 연말까지 1만6000원대까지 지속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규성 기자 bob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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