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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말년 “사실 <이말년씨리즈>는 내 스타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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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램덩크>의 마지막 장면 같은 걸 기대했던 것 같다. 자신을 가리키며 ‘나는 천재니까’라고 말하는. 현재 네이버에서 웹툰 <이말년씨리즈>를 연재 중인 만화가 이말년에 대한 이미지는 그런 식이었다. 방에서 뒹굴거리다 갑자기 이거나 그려볼까 해서 ‘불타는 버스’와 같은 황당한 이야기를 선보이는 천재형 인간. 실제로 그는 디시인사이드에서 소위 ‘병맛’ 가득한 단편을 연재하다가 야후를 거쳐 네이버에 입성하며 은둔 고수의 강호 정복기 같은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실제로 만난 이말년은 ‘말년’이라 적힌 모자를 쓰지도 않았고, 자신에 대한 좋은 평가에 대해 웃음을 터뜨리며 쑥스러워하는 의외로 수줍은 성격이었다. 하지만 <이말년씨리즈>가 그러하듯, 진정한 재미란 예상이 무너지는 지점에서 시작되는 법이다. 다음, 그와의 인터뷰처럼.


얼마 전 교보문고에서 팬 사인회를 하는 모습이 사람들 트위터를 통해 퍼졌는데 바깥까지 줄이 길게 늘어섰더라.
이말년 :
사실 거기까지 사인 받으러 오는 건, 그림이라도 그려드리니까 오는 건데 줄이 너무 길어서 못해드렸다. 옆에서 담당자가 더 빨리 하라고 해서. 한 두 시간씩 기다리고 그런 사인을 받으시니까 미안하더라. 사인회 같은 건 앞으로 하지 말아야겠다.

“<이말년씨리즈>는 댓글 받아먹으려고 그린 작품”


이말년 “사실 <이말년씨리즈>는 내 스타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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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많이 몰려들 줄 예상 못했나.
이말년 :
그렇지, 내가 뭐라고. 연예인도 아니고. 소화할 수 있을 줄 알았고, 많이 오셔도 1시간 정도 더 해서 다 해드리고 싶었는데 그럴 수 없었다. 멀리 대구에서 오신 분에게도 찍찍 써서 드려야 하니까 많이 미안했다. 그렇다고 그분만 해드릴 수도 없고. 하도 성의 없게 해서 사인회 다녀오고 나서 좀 비참한 짓이지만 (웃음) 검색을 해봤는데, 디시인사이드 같은 사이트에서 욕이 올라오더라. 이런 거 받으려고 그렇게 기다렸느냐고. 사실 내가 봐도 민망할 정도로 대충 사인한 거 같다.

이건 결국 인기가 많아서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다. 과거 <이말년씨리즈>라고 하면 마니악한 만화라는 느낌이 강했는데 이제는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게 된 것 같다.
이말년 :
나는 <이말년씨리즈>거 소수 마니아용 만화일 수밖에 없다고 본다. 조석 작가님 만화처럼 많은 분들이 보고 재밌어할만한 만화는 아닌 거 같다. 애초에 디시인사이드 애들에게 보여주고 댓글 받아먹으려고 그린 작품이고. 그래서 이런 반응이 왜 생기는 건지는 모르겠다. 사실 <이말년씨리즈>가 내 스타일은 아니다. 나는 지금보다는 덜 자극적이고 무난한 개그만화를 좋아한다. 김진태 작가님의 <시민쾌걸>처럼 아기자기하거나, 모로호시 다이지로의 만화처럼 상상력을 자극하는. 그런데 어떡하다보니 언젠가부터 나는 자극적인 만화를 그리고 있더라. 내용은 없고 자극적이기만 한 MSG 같은 만화. 그래서 요즘은 조금 심심하게 바꿔보려 하는데 반응은... 되게 안 좋다. 으하하하하. 사실 최근에 올린 ‘가정집 냉장고’ 같은 건, ‘아, 이거야, 내가 하고 싶은 건 이거야’ 해서 올렸는데 어우, 사람들은 아이디어 고갈됐냐고.


아니, 여성 독자들은 오히려 이거라고,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은 걸로 아는데.
이말년 :
여자 커뮤니티에선 반응이 좋더라. 내가 좋아하는 개그 스타일이 여성적인 부분이 많다. 그런데 대부분 내 만화에서 기대하는 건 다르지. 잔잔하기보다는 뭔가 빵 터지는 거, 시류 타는 패러디. 가령 최근에 올린 ‘싸가지 없는 흰동가리’의 경우도 아기자기하게 가는데, 거기에 폭력성 실험을 패러디해서 넣은 거지. 그나마 그거 없었으면 망할 뻔 했다.


전에는 디시인사이드에서 올라오는 게시물을 이용한 패러디가 많았는데 그런 게 줄어든 것 같긴 하다.
이말년 :
웬만한 건 다 썼다. 그리고 최대한 안 하려고 한다. 요즘에는 스토리를 끝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할 경우, 마감이 몇 시간 안 남았을 때 넣는다. 사실 내가 하는 건 패러디라고 하기에도 뭐하다. 그냥 가져다 옮겨 붙이는 거지. 위트 있게 분위기에 맞춰 하는 건 별로 없다. 그런데도 시의성이 있다고 포장해서 받아주는 분들이 있다.


결국 어떤 패러디를 붙이느냐의 문제일 수도 있는데 어떤 게 가장 효과가 좋던가.
이말년 :
일단 김성모 화백님 만화의 패러디가 보증수표다. 90년대의 한석규. 하하하. 내보내면 일단 중박은 쳐주니까. 그분 만화는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센스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것 같다. 존경스럽다. 귀찮아서 한 거라도 그건 대단한 거다. 허점을 보여도 재미없게 허점을 보이는 만화가 있는데 그건 이야기할 거리가 있지 않나.


“나름 치밀하게 연습장에 그린 다음에 옮겨 적는다”


이말년 “사실 <이말년씨리즈>는 내 스타일이 아니다”

사실 작가 입장에선 그러지 않을 수 있는데 보는 사람들은 만화 내용보다 패러디 사용을 먼저 기획하고 스토리를 만든 건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 가령 ‘힙합 베짱이’ 같은 경우에는 내용이 먼저였는지, 유노윤호의 ‘진리랩’이 먼저였는지 궁금하더라.
이말년 :
내가 사용하고 싶은 게 있으면 다 적어놓는다. ‘진리랩’, 김성모 패러디, 꾸에엑, 이런 식으로. 그러다 어느 날 랩하는 베짱이의 이야기를 그리다가 적어놓은 목록을 보면 진리랩이 있어서 넣은 거다.


그럼 그 수많은 아이디어들은 보통 어디에서 출발하나.
이말년 :
여러 가지다. ‘올림포스 스쿨’ 같은 건, 어느 날 신들이 모여 있으면 어떨까 생각해보다가 모인 장소를 학교로 설정하면 무난할 것 같아서 시작한 만화다. 그와 달리 그냥 재밌는 장면 하나가 생각나서 시작하는 만화도 있다. ‘마왕 원정대’ 같은 경우 마왕의 엄마가 용사에게 잡힌 장면이 생각났다. 그 하나를 위해 그 전 스토리를 깔아주는 것도 있다. 그도 아니면 아무 생각 없이 한 번 해보자 하다가 쭉쭉 이상하게 뻗어가는 것도 있다.


처음과 끝의 콘티를 잡지 않는 편인가.
이말년 :
사실 잡는데, 질문하는 분들은 안 잡는다는 대답을 원하더라. 하하하. 나름 치밀하게 연습장에 그린 다음에 옮겨 적는다. 그런데 많은 분들은 내가 척 포토샵을 열고, ‘자, 해볼까’ 이럴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성격상 그렇게 못한다. 나름 치밀하게 한 건데, 짜 놓은 게 너무 허술해서 막 그린 것처럼 보인다.


사실 사람들이 천재적 캐릭터를 기대하는 면이 있으니까.
이말년 :
그렇다. 그에 부응해야 해서 그런 질문이 있으면 가만히 있다. 하하.


그런 천재 이야기가 나온 게, 정말 다양한 소재로 다양한 만화를 만든다. 삼국지부터 밀리터리까지. 이 사람이 뭘 보고 사나 궁금하더라.
이말년 :
사실 콘텐츠를 잘 즐기는 편은 아니다. 책이나, 영화, 심지어 만화책도 잘 안 본다. 인터넷 시대니까 뭔가를 알고 싶으면 검색하면 된다. 예를 들어 ‘밀덕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할 때도 나는 밀리터리에 대해 하나도 몰랐다. 그런데 커뮤니티에서 ‘밀덕’들이 총 자랑 하고 그런 거에 착안해서 자기들끼리 경쟁하는 만화를 그려보면 어떨까 해서 그린 거다. 사실 내가 아는 건 별로 없다. 그냥 검색해서, 깊이 없이, 얕게, 쪽 빨아먹는 수준이다.


그럼 세상을 보는 창이 주로 인터넷 커뮤니티인 건가.
이말년 :
그런 거 같다. TV도 잘 안 보고, 뉴스도 잘 안 보는데 커뮤니티 안에서 ‘~했다더라’ 하면 자연스럽게 리플 달리고 의견 나오는 거 보면서 이런 일이 있구나, 한다. 그런데 그게 커뮤니티마다 반응이 전혀 다르다.


“나는 쿨하지 않은데 쿨한 걸 기대한다”


이말년 “사실 <이말년씨리즈>는 내 스타일이 아니다”


그럼 그 중 본인에게 제일 재밌는 건, 역시 디시인사이드인가.
이말년 :
그렇다. 커뮤니티 중 가장 안정망이 없지 않나. 사실 너무 심해서 눈살 찌푸려질 때도 있는데 되게 악질적이면서도 웃긴 것들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창작물이 자유롭게 많이 나오는 것 같다. 그렇게 잘 나온 게 추려져서 다른 데 뿌려지고.


당신의 만화 역시 그런 케이스다.
이말년 :
원래는 노히트노런이라는 사이트에서 만화를 올리다가 거기에는 리플이 한계가 있어서, 한 만화로 리플을 또 받아먹으려고 디시인사이드에 올린 거다. 그런데 반응이 생각보다 좋았지.


댓글은 돈이 되는 것도 아니고 지나가던 네티즌들이 던져주는 것일 뿐인데 왜 그렇게 그걸 받고 싶었나.
이말년 :
그건 본능이다. 피카소도 사람들이 봐주지 않았다면 그렇게 많은 작품을 만들지 않았을 거다. 자기가 창작을 해서 남에게 보여줬을 때 그 반응을 보는 것, 그게 창작의 큰 원동력이다.


그래서 앞서 말한 것처럼 본인 이름으로 검색을 하는 건가. (웃음)
이말년 :
병적이다. 내가 생각해도 심한 거 같다. 만화 그리는 시간보다 내 이름으로 검색해서 확인하는 시간이 더 많다. 그런 댓글은 다 읽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다만 거기에 얽매여선 안 되겠지. 내가 휘청휘청 하니까. 그런데 잘 안 된다. 전에는 내 마음대로 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제는 뭔가 차곡차곡 쌓이는 느낌이다. 사람들이 조금씩 내 만화를 알아봐 주고 이름을 기억하면서 재미는 오락가락 하더라도 인지도는 조금씩 높아진다. 그렇게 탑처럼 쌓여 있으니 헝클어뜨리고 무너뜨릴까봐 조심하게 된다. 전에는 몰라 망하면 어쩔 수 없지, 이랬는데 지금은 밥그릇을 놓치기 싫어서, 하하하, 안절부절 못한다.


혹 그 모든 걸 엎어버리고 싶을 때는 없나.
이말년 :
아니, 전혀. 하하하하. 그러니까 이러고 있지.


뭐랄까, 만화의 자유분방함 때문에 사람도 그러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다.
이말년 :
그런 게 많다. 너무 기대하더라. 부담스럽다. 뭐랄까, 나는 쿨하지 않은데 쿨한 걸 기대한다. 그리고 내가 쿨하지 않게 대답해도 쿨한 것만 뽑아서 캡처를 돌리니까 나란 사람이 그렇게 인식되는 거다. 전에 유구미 사건이라고, 쌀을 경품으로 받는 이벤트에 필명으로 하나, 본명(이병건)으로 하나 응모했다가 걸려서, 미안하다고 말했는데 그조차도 쿨하다고 하더라. 사실 처음에는 욕먹겠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사람 때렸다고 밝혀도 좋아할 거 같다. 약간 이상하다.


이렇게 사람들이 생각하는 본인과 스스로 생각하는 본인의 간극이 큰 편이다. 취향도 그렇고. 그럼 본인이 원하는, <이말년씨리즈> 같지 않은 작품 계획은 없나.
이말년 :
삼국지를 재해석한 장편을 생각하고 있다. ‘제갈공명전’ 비슷한 건데, 스토리가 이어지는. <이말년씨리즈>에는 특별히 캐릭터라 할 만한 게 없는데 캐릭터가 있는 만화를 그리고 싶다. 가령 관우가 수염을 기르는 이유는 탈모가 진행되어서 털에 대한 집착이 있어서라는 식의 캐릭터를 잡고 싶다. 화웅과 싸우는 것도 화웅이 털이 많아서라는 설정으로 가고. 주인공으로는 유비를 생각하는데 유비 역시 ‘우울한 만화’에 나오는 남애수의 눈을 가지고 있어서 그냥 쳐다만 봐도 모든 게 해결되는 그런 캐릭터로 만들고 싶다.


그런 작품을 하고 싶은 게 스토리가 있는 걸 하고 싶은 건가, 언제 봐도 재밌는 걸 하고 싶은 건가.
이말년 :
후자다. 내가 늙어서 아들이랑 손주한테 만화를 보여줬는데, 만화에서 ‘한 뚝배기 하실래예’라고 하는는 이 외국인처럼 생긴 사람은 뭐냐고 하면 할 말이 없지 않나. 그 때 봐도 재밌는 만화, 아기자기한 만화 캐릭터들이 살고 있는 동네 같은 느낌의 만화를 그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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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말년의 삼국지는 정말 재밌을 거 같다.
이말년 :
그게 망하면 과일 장사를 생각하고 있다. 대출도 좀 받고, 아파트 단지 앞에 총각네 과일 가게 점포를 내야지. 아주머니들에게 내가 총각이라는 걸 강조하는. 하하하. 망할 때를 다 대비하고 있다.


<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10 아시아 인터뷰, 글. 위근우 eight@
10 아시아 인터뷰. 최지은 five@
10 아시아 사진. 채기원 ten@
10 아시아 편집. 이지혜 seve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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