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후판 가격 20% 인상 놓고 신경전
국내 철강사도 관심 높아···구매선 전환 여부에 초점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전세계 철강제품 가격 인상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 철상업계와 한국 조선업계간 2·4분기 후판 구입가격을 놓고 ‘t당 1000달러’ 눈치 싸움이 가중되고 있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일본 철강업계는 한국 조선업계와 진행중인 올 4~6월에 해당되는 2분기 후판 수출가격 협상에서 현재보다 최소 t당 200달러 인상된 t당 1000달러선(본선인도가격(FOB) 기준)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내 2위 철강사인 JFE스틸이 일찌감치 2분기 조선용 후판 공급가격을 t당 300달러 인상시키는 주문을 제시했으며, 신일본제철 등 다른 고로사들도 현지 언론을 통해 이에 맞춰 가격을 올려야 한다는 분위기를 만들어가고 있다.
올 1분기 우리 조선업계의 일본산 후판 구매가격은 지난해 4분기(10~12월)보다 수십달러 오른 t당 700달러 후반대에 합의된 것으로 추정됐다. 만약 일본업계의 주장을 받아들일 경우 2분기에는 전분기 대비 최소 20% 이상 인상이 불가피 하다. 후판 수입가격이 1000달러이상을 기록하는 것은 지난 2008년 2분기 4~6월 이후 처음이다.
하지만 국내 조선업체들이 호락호락 인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신조 시장이 회복되긴 했으나 수주 가격은 2008년 이후 상당히 떨어진 상태이며 현재도 공급(조선사)이 수요(선사)를 추월한 상황이라 반등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선박 제작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후판 가격이 오를 경우 조선사들인 수익을 내기 어렵다.
하지만 일본 철강업계들도 더 이상 가격 인상을 미룰 수 없을 정도로 절박하다. 철광석 및 석탄 등 원자재 가격의 상승을 더 이상 감내할 수 없는 수준까지 도달했기 때문이다. 특히 엔고로 인해 가격이 추가 인상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에 후판을 구매하는 일본 조선업계의 반발도 커지고 있고, 동시에 한국업체들의 내수 공급 가격(포스코 기준 t당 840달러선)보다 높게 책정해야 덤핑 논란을 피할 수 있다는 계산도 숨어있다.
이와 관련, 복수의 국내 대형 조선사 관계자는 “아직 일본 철강사들로부터 공식적으로 인상 수준을 제시받은 사실은 없다”면서 “다만 협상에 앞서 주도권을 쥐기 위해 일본 업계가 소문을 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이는 예전부터 벌어진 일이었다”고 설명했다.
국내 철강업계도 이번 협상을 그 어느 때보다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포스코와 동국제강에 이어 지난해 현대제철까지 후판시장에 뛰어들어 국내 공급량이 늘었지만 수입 대체 효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철강업계도 수출가를 낮추는 대신 이로 인한 수입 감소분을 상대적으로 높은 내수 가격으로 감내하는 상황인데, 수요업체들이 쉽사리 공급선을 전환하지 않고 가격이 상대적으로 싼 일본산 후판 수입량을 줄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일본산 중후판(MTI 6131 기준) 수입량은 2008년 195만6748t을 정점으로 2009년 189만4980t, 2010년 175만2146t으로 떨어지고는 있지만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대기업의 구매 비중은 크게 낮아지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한 기업에 철강재 공급의존도가 높을 경우 원자재 부족 현상이 발생했을 때 자재 공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감도 한 몫을 했다.
이런 가운데 일본 업체들이 가격 인상을 고집할 경우 국내 조선업계는 일본산 구매비중을 낮추고 대신 국내 철강사들로 전환할 것이며, 덕분에 국내 철강사들도 가격을 올릴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채명석 기자 oric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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