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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데뷔일기]이선정⑨ 목초액, 인생역전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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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데뷔일기]이선정⑨ 목초액, 인생역전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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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부모님의 치약 유통업은 번창했다. 이선정도 회사에서 일을 도우며 많은 걸 보고 배웠다. 하지만 부모님은 여전히 그에게 신뢰를 주지 않았다. 은퇴할 때 회사를 아들에게 맡기지 않고 매각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이선정도 미련이 없었다. 자신만의 사업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청계천 시장을 돌아다니던 어느날, 우연히 목초액이란 걸 알게 됐다. 향균·살균 효과가 있어 무좀 증상 개선을 위해 민간요법에서 주로 쓰였다. 큰 병에 담은 목초액은 3천 원 정도에 팔렸다.


뭔가 예사롭지 않게 느껴졌다. 인기와 효능에 비해 가격은 저렴했다. 좋은 사업 아이템이 될 것 같았다.

이내 그동안 모았던 1천만원을 종잣돈 삼아 본격적인 사업구상에 돌입했다. 목초액을 대량으로 싸게 구입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냈다. 이어 작은 소독약병을 도매로 구입했고, 스프레이 기능을 부착했다. 깔끔하게 스티커도 붙이고 박스 포장까지 했다. 간장병에 담겨 팔리던 목초액을 그럴듯한 상품으로 재탄생시킨 셈이었다. 물론 모든 과정을 혼자 힘으로 해냈다.


상품을 들고 나와 직접 청계천 상인들에게 세일즈를 시작했다. 처음엔 시큰둥했다. 기존 목초액과의 차이를 못 느끼는 듯했다. 그래서 도매 단가를 파격적으로 낮췄다. 권장소비자가의 30% 정도만 받고 납품을 했다. 이에 몇몇 상인이 서너 박스 두고 가라며 말을 건넸다.


이내 반응이 왔다. 오전에 만난 상인에게서 오후에 연락이 왔다. 물품이 다 팔려 몇 박스 더 사고 싶다는 것. 결국 그날 들고나온 상품을 모두 팔 수 있었다.


깔끔한 용기에 스프레이란 편리함까지 더해진 덕분이었다. 목초액의 효능은 이미 정평이 나있었지만, 바르기가 번거롭다는 점을 정확히 잡아낸 것이다. 획기적인 아이디어 상품이었던 셈. 어느덧 청계천 상인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며 납품 의뢰가 쇄도했다. 초기 제작 물량까지 전부 동났다.


첫 사업 성공이었다. 이선정의 통찰력과 추진력이 빚어낸 결과였다. 그는 기존 상품의 약점과 소비자의 수요를 정확하게 읽어냈다. 아이디어에서 그치지 않은 업무 추진도 한 몫 했다.


더불어 '목초액 무좀약'은 이선정이 제약업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됐다. 제약에 대해선 아무것도 몰랐지만 얼마든지 성공의 길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치약 유통업을 통해 얻은 경험도 있었다. 훗날 제약회사 CEO로 재탄생하게 된 초석이었다.




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 spre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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