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현대 산업에서 디자인은 시작이자 끝이다. 실제로 스티브잡스는 디자인 경영을 통해 애플을 세계 최고로 이끌었다. 삼성, LG는 물론 해외 유수의 기업들은 수백명의 디자이너들이 속한 디자인 연구소를 운영 중이다. 그만큼 중요하다.
위생도기 업계에도 디자인 바람이 불고 있다. 기존에 위생도기는 디자인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변기에 무슨 디자인이냐'는 말이 많았다. 뒤늦은 각성인 셈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체질변화의 선두주자는 아이에스동서다. 이 회사는 지난해말 남성용 소변기 '이누스 U551'를 들고 '2010 굿 디자인 어워드'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굿 디자인 어워드는 지식경제부가 주최하고 한국디자인진흥원이 주관하는 국내 최고 권위의 디자인 상이다. 위생도기 업계에서 디자인 관련 수상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당시 한 심사위원은 U551을 보고 "변기 디자인을 보고 섹슈얼리티(sexuality)를 느껴보긴 처음"이라고 평했다. 제품 디자인을 맡은 정지철 아이에스동서 디자인파트장은 "남성이 가장 친근함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여성의 가슴이라는 점에 착안해 여성의 가슴골을 형상화한 제품"이라고 말했다.
현재 이 회사가 보유한 제품 디자이너는 5명으로 업계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 투자도 따른다. 최근 3년간 디자인 부문에 대한 투자액은 매년 200%가량 증가했다. 주로 디자이너 교육비, 해외 전시비, 각종 박람회 참가비 등이다. 정 파트장은 "위생도기 업계는 전통적으로 디자인 투자가 미흡하다"며 "이 정도로 투자가 이뤄지는 건 대단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아이에스동서의 라이벌인 대림바스도 디자인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이 회사는 올해 중국에서 열릴 '상하이 국제 건축자재 및 주방 욕실 박람회'에 참석해 디자인이 강조된 프리미엄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 박람회는 중국 내 건축관련 전시회 중 규모가 가장 크다.
우리나라와 달리 해외 위생도기 선진 시장은 이미 디자인 강조가 안착돼 있는 상황이다. 일본 이낙스의 경우 자체 디자인 R&D 센터를 갖추고 있을 정도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는 이미 위생도기 산업에도 디자인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며 "우리나라도 이에 맞춰 늘어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업계는 앞으로도 디자인 강화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아이에스동서 관계자는 "디자인이 강조되는 건 산업의 자연스런 흐름"이라며 "인원과 예산을 더 늘려나가는 등 앞으로도 디자인 경영에 주력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승종 기자 hana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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