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 본부세관별 동의 얻어 파악한 21곳 중 13곳이 미비…5곳은 원산지기준도 미달
[아시아경제 왕성상 기자] FTA(자유무역협정) 발효에 대비한 우리기업들의 원산지관리시스템이 크게 허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부산, 인천, 광주 등 본부세관별로 관할수출기업을 대상으로 한 원산지관리시스템 실태 파악 결과 허점이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본부세관에서 보낸 사전검증서비스안내문을 통해 동의한 21개 업체의 원산지관리시스템 진단에서 미비점들이 드러난 것이다.
◆61.9%가 원산지관리시스템 갖추지 않아=실태 파악에서 13곳(61.9%)이 원산지관리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않았다.
FTA 내부관리체제도 제대로 돼있지 않는 등 원산지세무조사 준비 또한 부실했다. 5곳(23.8%)은 원산지기준마저 미달돼 FTA 무관세혜택을 보기 어려운 것으로 파악됐다.
관세청 관계자는 “한-아세안 FTA 등 발효된 개발도상국과의 FTA는 상대국이 원산지세무조사를 요청한 사례가 없어 이에 대한 국내수출기업들의 경험과 준비가 없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벨기에로 전자제품을 수출하던 A업체는 한-EU FTA 특혜관세적용을 전제로 EU시장에 대한 공격적 마케팅전략을 세우고 있었다. 그러나 관세청의 원산지 사전진단 결과 원산지기준미달판정을 받아 EU으로의 수출전략을 모두 바꿨다.
관세청의 사전진단과 컨설팅을 받은 기업들은 자체 원산지관리시스템을 마련했다. FTA 경영전담기구를 둬 대응체계를 손질하는 등 원산지관리체계를 글로벌수준으로 높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협력업체간 원산지관리교육 등 상생 분위기=협력업체에 대한 원산지정보제공 필요성이 늘면서 협력업체간 원산지관리교육에 나서는 등 FTA를 통해 대기업과 중소납품업체간의 상생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관세청 관계자는 “세관과 대부분의 참여기업들이 협의와 이해를 바탕으로 모의검증을 해 정확한 진단과 행정지도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검증결과에 대한 강평단계에선 CEO(최고경영자)나 임원진급 이상들이 적극 참여해 회사차원의 FTA대응체제를 꾀하는 기회도 갖고 있다.
관세청 관계자는 “수출회사들이 FTA 상대국의 특혜관세혜택을 받기 위해선 수출품이 한국산임을 입증할 수 있는 증빙서류를 체계적으로 준비하고 원산지관리전산시스템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FTA 관세특혜를 받았더라도 상대국 세관의 세무조사에 대비하지 않으면 세금폭탄이나 벌금폭탄 피해를 당할 수 있어서다.
EU(유럽연합) 관세법상 원산지규정을 어겼을 땐 특혜관세 취소와 물품액의 3배에 이르는 벌금이 나올 수 있다. 원산지증명서를 부정하게 만들어준 우리나라 수출자에 대해선 2000만원 이하 벌금이 떨어진다.
◆미국, EU세관들 고강도 세무조사에 대비한 관세청 대책=한-EU·한-미 FTA가 발효되면 우리 수출품에 대한 미국과 EU세관의 고강도 세무조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EU와 미국은 전기·전자, 기계, 자동차 등 주요 수출품목들이 우리와 경쟁관계에 있고 한국을 거친 중국산제품의 우회수입을 강하게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세청은 외국세관의 세무조사에 따른 우리 수출기업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대책마련에 적극 나섰다. 한-EU FTA 발효가 점쳐지는 7월1일 전까지 EU·미국세관의 세무조사위험이 높은 품목의 수출기업 위주로 사전진단서비스를 늘린다. 세무조사 가능성이 높은 품목은 자동차부품, 가전제품, 직물·의류 등이다.
관세청은 민관협업방식의 검증모델 확산으로 국내 기업들의 FTA 활용바탕을 강화하고 관세행정의 믿음과 기업친화성도 높일 방침이다.
원산지관리시스템을 갖추지 않은 중소기업에 대해선 관세청이 개발한 ‘중소기업용 원산지관리시스템(FTA-PASS)’의 무료보급을 늘릴 방침이다. 또 민간기업의 FTA 담당인력을 길러내기 위한 ‘원산지관리사’ 제도도 적극 홍보한다.
사전진단 결과 원산지인증수출자 인증요건이 충족한 것으로 판명되면 인증수출자 지정에 필요한 증빙서류제출과 심사절차를 생략하는 특혜도 준다.
☞원산지 사전진단서비스란?
FTA(자유무역협정)를 맺은 상대 나라의 원산지세무조사에 대비한 것이다. 실전처럼 수출물품에 대해 원산지 판정을 해주고 FTA 활용컨설팅까지 무료로 해주는 관세청의 FTA 수출기업지원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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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성상 기자 wss4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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