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의 시샘을 한 몸에 받으면서도 독보적인 1인자로 인정을 받는 거의 유일한 차가 있다. '해치백의 교과서'로 불리는 폭스바겐 골프 얘기다.
질리지 않는 디자인과 체급에 안 어울리는 주행 성능으로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골프가 이제는 리터(ℓ)당 20km 이상을 소화해내는 블루모션 차량으로 전 세계를 놀래키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블루모션 라인업 가운데 골프가 가장 먼저 들어왔다. 지난 달 5일 1.6ℓ 배기량에 디젤(TDI) 엔진을 얹어 선보인 골프 1.6 TDI 블루모션의 인기는 광풍에 가까웠다. 출시 기념으로 300대 한정으로 3090만원에 출시한 모델은 5일 만에 완판됐다. 내달부터는 16인치 알로이 휠과 가죽 패키지(스티어링 휠, 변속기 손잡이, 사이드 브레이크) 옵션이 추가로 장착된 3190만원짜리 차량을 판매한다.
골프 1.6 TDI 블루모션에는 국내에 처음 도입되는 1.6 TDI 디젤 엔진과 건식 클러치 방식의 7단 DSG변속기가 첫 적용됐다. 골프 2.0 TDI와 비교했을 때 힘이 달리는 것이 확연히 느껴졌지만 작은 차체에서 뿜어지는 골프 특유의 '튀어나가려는 본능'이 부담스럽거나 혹은 부드러운 주행 성능을 선호하는 여성 운전자에게는 더 할 나위 없이 적합한 차량이다.
최고 출력은 105마력(4400rpm), 최대 토크는 25.5kgㆍm(1500~2500rpm)이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1.2초다. 주행 성능만 놓고 본다면 역대 골프 라인업 중에서 '꼴찌'이지만 타사 차량에 견준다면 여전히 매력적인 힘을 지녔다고 할 수 있다.
시내 주행을 위주로 시승을 했는데 스타트-스톱 시스템이 가장 신선했다. 1.6 TDI 블루모션에 적용된 스타트-스톱 기능은 전 세계적으로 포르쉐에 이어 폭스바겐이 두 번째로 시도한 것이라고 한다.
운행을 하다 브레이크를 밟고 정차를 했더니 계기판에 'A'라는 문구가 뜨면서 시동이 저절로 꺼졌다. 재출발을 위해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면 시동이 걸리고 가속 페달을 밟으면 다시 움직이는 방식이다.
처음에는 의식적으로 대응하느라 불편했지만 30여분이 지나면 이내 적응이 된다. 오히려 시스템 작동을 중단하면 어색할 정도. 스타스-스톱 기능을 이용하면 약 6% 연비 개선 효과가 있다고 폭스바겐 측은 분석한다. 다만 약간의 소음과 차체 흔들거림은 감수할 부분이다.
참고로 1.6 TDI 블루모션의 공인 연비는 21.9km/ℓ로 국내 출시된 모델 중 가장 친환경적인 차다. 급가속과 급제동을 염두에 두지 않고 3일 동안 서울 시내를 주행했는데 연비는 16km/ℓ 안팎을 기록했다. 고속도로를 달린다면 30km/ℓ는 거뜬하다는 설명이다.
외관은 기존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 데다 군더더기를 찾을 수 없는 완벽한 자태로 설명이 굳이 필요하지 않다.
실내를 살펴보면 저렴한 가격대의 이유를 알 수 있다. 썬루프와 내비게이션이 없고 스티어링 휠에는 크롬 장식은 물론 간단한 조작 기능이 하나도 없다. 센터페시아에는 에어컨을 비롯해 대다수가 수동으로 조작을 해야 한다. 좌석 높낮이 조절도 수동식이다. 고급스러운 가죽보다는 직물 시트로 푹신함을 택했다. 저렴해 보이지 않는 수준에서 인테리어는 거품을 최대한 뺀 느낌이다. 여성 운전자의 환영을 받는 주차 보조 시스템 버튼은 변속기 레버 뒤쪽에 자리하고 있다.
내달부터 판매를 공식화하는 3190만원의 골프 1.6 TDI 블루모션이 친환경 차량 시대의 대표주자로서 인기몰이를 이어갈 것으로 내심 기대해 본다.
김혜원 기자 kimh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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