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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경선칼럼] '부끄러움'을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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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경선칼럼] '부끄러움'을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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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벽두부터 우울한 소식들뿐이다. 수입은 빤한데 하루가 다르게 물가는 치솟고 전세가는 뜀박질이다. 빚 갚을 길은 막막한데 금리가 올라 이자부담이 이만저만 아니다. 경기는 좋아졌다는데 살림살이는 더 쪼들리기만 하니 맥이 다 풀릴 지경이다. 날씨마저 꽁꽁 얼어붙었다. 다가오는 설이 무심하기만 한다.


그뿐인가. 전국을 휩쓸고 있는 구제역 파동은 해가 바뀌었어도 끝이 보이질 않는다. 조류독감(AI)까지 덩달아 기승이다. 또 있다. 전문계고 출신 KAIST 대학생의 자살은 학력사회의 그늘을 보는 듯해 마음이 무겁다. 강원도 강릉에서는 공사장 거푸집이 무너져 4명이 숨지고 멀리 바다에서는 소말리아 해적에 삼호해운 소속 삼호 주얼리호가 납치되는 등 크고 작은 사건 사고도 끊이질 않는다.

서민들의 아픔을 알고 있기나 하는지, 하루가 멀다 하고 들려오는 정치권과 고위 공직자들의 불법 비리 소식은 가슴을 더욱 후벼 판다. 가뜩이나 지쳐 있는 서민들 마음을 다독거려 주기는커녕 그 잘난 '머슴'의 권세로 잇속 챙기기에만 골몰하는 꼬락서니에 절로 울화가 치민다. 그저 나만 잘 먹고 잘 살면 된다는 생각으로 염치없는 행동에 스스럼이 없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못된 자'들이 넘치고 있는 것이다.


전직 경찰 총수와 현직 간부는 물론 정치인, 지방자치단체장, 차관급 기관장, 청와대 비서관, 공기업 사장, 대기업 대표 등 건설현장 식당 운영권을 둘러싼 '함바 게이트' 연루자들이 그렇고 로비 입법 정치인에 '스폰서 검사', 인사 청문회 때마다 부동산 투기, 탈세, 논문표절 의혹 등을 받는 고위 공직 후보들이 또한 그렇다. 그런데 과문한 탓인지 누구 하나 부끄러움에 잘못을 시인하고 스스로 물러나는 꼴을 못 봤다.

한 달 1억원의 월급이 뭐 그리 큰 문제이냐는 낙마한 감사원장 후보의 '당당함'도 따지고 보면 부끄러움이 뭔지 모르는 '뻔뻔함'이나 마찬가지다. 여당의 부적격 결정에 불만을 표시하며 "청문회를 했으면 통과됐을 것"이라는 청와대의 반응은 더 볼썽사납다. 국민들이 왜 잘못 됐다고 하는지 그 이유를 알려 하지는 않고 되레 앙앙불락하는 꼴이라니. 권력에 취해 자리에 걸맞은 처신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모르는 것인지, 부러 모르는 체 하는 것인지 안쓰럽기까지 하다. '관직은 정직(Ab Officio Ad Honestatem)'이라는 말을 들어나 봤는지 모르겠다.


식탐이 과하면 탈이 나기 마련이다. 탈이 나는 건 조심하라는 신호다. 과식을 해도 소화가 잘 되는 것은 위장이 튼튼해서가 아니다. 경고 기능이 망가진 것이다. 중풍 환자나 당뇨병, 관절 환자들 가운데는 평소 음식을 과하게 먹고도 소화가 잘 된다며 위장이 좋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국민들이 인사에, 정책에 손가락질을 하고 반대하는 것은 분수에 넘는 권력을 탐하지 말라는 경고다. 귀를 쫑긋 세우고 새겨들어야 한다. 그런데, 못 들은 체 한다. 그러니 탈이 날 밖에. 부끄러움을 모르는 권력의 작폐(作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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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정부 복지부에서 일하고 있는 사회심리학자 신화연 박사는 '부끄러움 코드'에서 우리 사회가 "제 몫을 손에 넣기 위해서라면 부끄러움을 부끄러워하는 시대가 됐다"고 진단했다. 얼어 죽어도 곁불은 안 쬐는, 과도하리만큼 부끄러움에 얽매이던 '동방예의지국'이 산업사회 이후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남을 짓밟는 짓쯤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사회로 변했다'는 것이다.


모두가 지켜야 한다고 믿는 도덕적 규범을, 법을 어기고도 부끄러워하기는커녕 되레 목에 핏대를 세우는 '못된 자'들이 득세하는 사회는 썩은 사회와 같다. 사라져가는 '부끄러움'을 되찾아야 한다.






어경선 논설위원 euhks@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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