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문소정 기자]끝이 안 보이는 전세대란에 부분월세나 월세로 전환하는 세입자들이 늘고 있다. 이사갈 전셋집을 구해야 하지만 전세 물건 자체가 없다보니 울며겨자 먹기식으로 선택하는 식이다. 집주인의 부분월세 전환 통보를 받은 세입자 중에도 어쩔 수 없이 전세금 인상분을 월세로 내는 경우가 많아졌다. 전세대란 현상이 빚은 단면이다.
자칫 이같은 전세난이 임대시장을 월세 중심으로 재편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세 비율의 감소는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세비율은 전달 56.8%에서 56.2%로 줄었고 보증부월세는 40.8%에서 41.2%로 늘었다.
잠실동 인근 G부동산 관계자는 "요즘 부분월세물건 비율이 많아졌다. 전세에 비해 약 2배 정도 많다고 보면 된다"며 "저금리인 상황에서 전세금을 은행에 넣어놓아도 별다른 수익을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월세를 선호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실례로 잠실리센츠 82㎡의 전세금 4억원을 몽땅 은행에 넣는다면 월 120만원(3% 금리적용 시)의 이자 수익이 생긴다. 반면 보증금 2억원에 월세 100만원을 받는다면 은행이자까지 합쳐 수익금은 160만원이 된다. 이 부동산 관계자는 "돈이 당장 급하지 않는 이상 어느 누가 전세로 물건을 내놓겠느냐"며 고개를 저었다.
치솟는 전세금을 감당하지 못해 전세가 부분월세로 전환된 경우도 속출한다. 신천동 the#스타파크 191㎡에 살고 있는 J씨의 경우가 그렇다. 2008년 10월 3억4000만원의 전세로 들어왔는데 2년 후 재계약 할 시점이 되자 5억3000만원까지 가격이 오른 것이다. 다른 전셋집 구하기도 마땅치 않고 '1억7000만원'이라는 추가금을 낼 돈이 없어 일정부분을 월세로 전환하게 됐다. 이처럼 일반적으로 2년 계약을 갱신하는 전세의 경우 최근 전셋값이 큰 폭으로 치솟으면서 임차인이 그 상승폭을 감당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수 발생하는 것이다. 전세금을 월세로 전환해 지불하는 '부분월세' 현상이 지난해 가을 이후 급격히 늘어난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입주 2년된 송파구 등의 아파트 단지가 주대상이 됐다.
집주인들은 월세를, 세입자들은 전세를 선호하면서 월세물건이 '부분월세'로 절충되는 사례도 있다. 이는 월세 중심의 임대시장인 오피스텔과 원룸에서 주로 많이 나타난다. 최근 '부분월세' 계약을 맺은 D씨는 "전세가 워낙 없어 두달을 찾아 헤맸지만 괜찮은 집을 찾지 못했다. 그나마 마음에 드는 집을 구했는데 월세가 80만원으로 너무 비쌌다. 결국 주인에게 '부분월세'로 바꿔달라고 사정을 해서 30㎡ 원룸을 보증금 5500만원, 월세 25만원으로 계약을 맺었다"고 말했다.
이호연 부동산114 과장은 "전셋값의 오름세가 지속되고 전세난까지 겹쳐지면서 전세가 월세로 전환되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중장기적으로 보증금은 그대로이거나 줄어들면서 월임대료가 올라가는 식으로 임대 시장이 재편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문소정 기자 moon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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