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소민호 기자]건설업체들이 지난해 세운 해외수주 716억달러 기록을 다시 경신하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 침체된 국내시장 여건을 돌아보면 지속성장을 위한 먹거리를 해외에서 찾을 수밖에 없어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전망을 보면 건설사 CEO들이 해외시장에 전력투구를 해야하는 이유가 드러난다. 올 공공수주 물량은 41조2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조원 정도 줄어든다. 정부의 SOC 예산이 24조원으로 작년 25조원보다 축소된 영향이 크다. 지자체들이 불어난 부채로 공사발주를 줄일 움직임도 있다. 주택 소비자들의 냉랭한 분위기로 인해 민간수주물량 역시 더욱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71조2000억원 정도에 그쳐 지난해 추정치인 74조6000억원에 비하면 3조원 이상 쪼그라들 것이란 예측이다.
건설업체들의 해외수주 목표치는 내수부진 탓에 작년보다 크게 높아졌다. 국내 감소분을 상쇄하고도 남는 해외 일감을 따내야만 플러스성장이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현대건설은 연간 110억달러를 돌파한 작년에 이어 올해는 138억달러를 달성하기로 했다. 26% 정도 수주물량을 늘려잡았다. 다른 대형 건설사들도 마찬가지다. 삼성건설은 40% 늘어난 60억달러, GS건설은 66% 늘어난 81억달러, 대우건설은 7% 늘어난 49억달러 목표를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사들은 저마다 목표치는 높여잡으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 조직도 개편했다. 현대건설은 김호상 해외영업본부장을 부사장으로 승진시키며 재신임했다. 올해 호주와 중국, 남아공 등지에 지사를 새로 만들어 중동과 동남아 의존도를 낮추고 균형있는 포트폴리오를 갖춰나간다는 계획이다.
삼성건설은 글로벌마케팅사업부를 신설, 글로벌 사업역량 강화에 나서기로 했다. 해외 프로젝트에 대한 조사, 분석기능을 대폭 확대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기 위해 글로벌비즈팀을 2개나 만들었다. 해외영업사업부는 글로벌마케팅팀으로 변경, 지역별로 재편토록 했다. GS건설의 조직개편 기본방향은 글로벌 역량강화와 중장기 성장동력 확보 추진으로 모아졌다. 이에따라 해외사업총괄(CGO)의 전사 해외사업 지원체계를 강화하고 해외사업조직을 강화하는 등 수주능력 제고에 나서기로 했다. 대우건설도 조직개편 기본방향으로 EPC역량 강화와 해외 입찰견적업무의 사업본부 이관 등으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했으며 대림산업은 해외시장 비중을 획기적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에 CEO들은 새해 첫 업무를 시작하며 해외수주 확대를 주문했다. 김중겸 현대건설 사장은 '글로벌 EPCM, 디벨로퍼로서의 조직역량'을 당부하며 프로젝트의 발굴부터 시공에 이르는 디벨로퍼 역량을 키워 광물자원 개발 등을 통해 사업영역을 넓혀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정연주 삼성건설 사장도 "글로벌 시장에서 모든 가능한 기회를 발굴하고 질 좋은 비즈니스로 연결해 질적·양적으로 의미있는 성장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렇듯 건설사들이 앞다퉈 해외수주 확대를 합창하고 있지만 주변 환경은 녹록치 않다. 일본과 중국은 물론 미국과 유럽 건설사들도 해외시장 확대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더구나 국내사들이 일제히 해외시장으로 몰려가며 국내사간 출혈경쟁 가능성마저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몇년간에도 국내사간 비방전과 제살깎기식 헐값제안 등으로 의외의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지적도 심심찮게 흘러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정부가 나서 국내사간 경쟁을 조정할 수도 없는 처지"라며 "저마다 글로벌기업을 지향하며 진출이 과열되고 있지만 건전한 성장을 위해 국익차원에서 신중하게 행동해 줄 것"을 당부했다.
소민호 기자 smh@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