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골프메카'가 바로 올랜도다.
플로리다반도의 정중앙에 위치한 올랜도는 애틀란타공항에서 자동차로 7시간을 달려야 한다. 세계 최대 규모의 종합레저왕국인 월트디즈니월드와 유니버설 스튜디오, 해저공원 시월드(Sea World), 아열대 식물원인 사이프러스 가든, 케네디 우주 센터 등 많은 볼거리가 몰려있는 곳이다.
이 때문에 미국은 물론 전 세계 관광 명소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단지가 워낙 넓다보니 이제는 유명 리조트와 호텔들이 운집해 규모 면에서도 엄청나다. 연중 온난한 기후로 골프장 역시 많고,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등 프로 대회도 1년 내내 열린다. 타이거 우즈 등 세계적인 프로선수들의 집들도 집중돼 있다.
올랜도에서의 라운드는 마치 유니버설스튜디오에서 촬영하는 영화의 한 장면 같다. 멀리 지평선을 바라보며 티샷을 날리면 흰 공이 붉은 노을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다. 또 그린 위에서 퍼팅을 하려고 자세를 취하면 저녁노을이 마치 영화 촬영 조명처럼 골퍼를 감싸 안는다.
올랜도 한가운데 그랜드사이프러스골프장이 있다. 잭 니클로스가 설계한 동ㆍ남ㆍ북코스의 27홀과 신규코스인 18홀을 합쳐 총 45홀로 구성돼 있다. 미국의 대다수 골프장이 지형 여건상 구릉지를 다듬어 인공적으로 건설하는데 비해 이곳은 기존 목초지 위에 자연을 최대한 이용해 만들었다는 점이 독특하다.
1988년 개장한 신규코스 18홀은 특히 스코틀랜드의 세인트앤드루스골프장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드는 링크스스타일이다. 10m나 되는 깊은 항아리 벙커와 울퉁불퉁한 페어웨이의 기복, 페어웨이를 따라 흐르는 실개천 그리고 돌다리 등이 흡사하다. 필자는 벙커 샷을 하다 이른바 '홈런 샷'이 나와 숲과 워터해저드에 공을 4개나 빠뜨려 자존심이 몹시 상했다. 굳이 핑계를 대자면 대여클럽이 너무 낡았다.
동ㆍ남ㆍ북 코스는 쉬운 듯이 보이지만 대부분의 홀이 워터해저드로 둘러싸여 있어 좀처럼 스코어가 나지 않는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올 시즌 최종전인 LPGA투어챔피언십이 북ㆍ남코스(파72ㆍ6518야드)에서 개최된 곳이다. 최나연이 이 대회 공동 5위로 상금여왕과 베어트로피 수상을 결정지어 국내 팬들에게도 낯익다.
글ㆍ사진=김맹녕 골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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