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국방부가 내년 1월중에 발간예정인 '2010국방백서'에 주적(主敵)이란 표현을 사용하지 않을 것으로 전해져 논란이 되고 있다. 올해 천안함피격사건과 6.25전쟁이후 우리 영토를 첫 공격한 연평도도발 이후에도 주적을 정확히 표기하지 않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27일 "올해 국방백서에 주적이라는 직접적인 표현은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직접적인 표현은 아니지만 '주적'이라는 의미가 분명하게 담긴 더 강한 표현이 사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내부적으로 북한군을 주적으로 표기하고 있고 대외적으로도 북한군을 '적'으로 표현하고 있기 때문에 국방백서에는 넣지 않겠다는 것이다. 국방부가 제시한 더 강한표현은 '북한의 재래식 군사력과 핵, 미사일, 군사력의 전방배치 등은 우리 안보에 직접적이고 심각한 위협'또는 '핵심적인 위협세력'이란 표현을 재표기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올해만큼은 국민적 정서를 고려하고 정치적인 색깔을 배제한 명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자주국방네트워크 신인균 대표는 "우리를 직접 포격하고 잠수함으로 군함을 침몰시키는 집단을 주적으로 보지 않는다면 어떤 상대가 주적이 되는 것인지 의문스럽다"며 "단어사용에 대한 혼란을 일으키지 말고 올해만큼은 국민정서를 담아 국방부의 의지를 표현해야한다"고 말했다.
한국위기관리연구소 허남성 소장은 "현 정부가 남북정상회담 가능성 등을 염두해 놓고 직접적인 표현을 넣지 못했을 가능성도 크다"며 "국방백서는 정치적인 색깔을 배제하고 주적을 표현해 이번 천안함사건과 연평도사건 등을 마무리해야한다"고 말했다.
국방연구원 김태우 박사는 "지난 두 정부를 거치면서 국민의 정신전력을 강화하는 기관이 줄거나 많이 없어졌다"면서 "북한은 동포이자 주적이기 때문에 통일부 등은 다른 사안을 가지고 동포라고 할 수 있지만 국방부에서는 주적의 개념을 확실히 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주적 개념은 지난 1994년 제8차 실무 남북접촉에서 북한측 박영수 대표의 '서울 불바다' 발언이 나오면서 1995년 국방백서에서 처음 사용됐다. 그러나 참여정부 시절인 2004년 국방백서 이후 '직접적 군사위협', '현존하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 등으로 대체됐고, 2008년 국방백서에선 "북한의 재래식 군사력, 핵·미사일 등 대량 살상무기의 개발과 증강, 군사력 전방 배치 등은 우리 안보에 직접적이고 심각한 위협이다"라는 표현이 들어갔다.
한편, 북한은 결국 우리가 떠 안아야할 문제이기 때문에 자극적인 표현은 자제하는 것이 옳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국방대학교 김연수 교수는 "북한은 현존하는 위협인 동시에 궁극적으로 떠안고 가야할 대상"이라며 "국제사회에 공개할 국방백서에서 '한반도는 분쟁지역'이라는 개념을 상기시키고 고착화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군에서는 대비태세를 갖춰야 하겠지만 통일을 위한 준비도 해야한다"면서 "직접적인 표현보다는 전략적인 단어를 선택하는 것이 옳다"고 덧붙였다.
양낙규 기자 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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