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청정지역 강원도를 엄습한 구제역이 이제는 '명품 한우' 고장인 횡성까지 파고 들었다.
구제역 바이러스가 방역 당국의 차단막을 잇따라 무너뜨리고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말 그대로 속수무책 상황이다.
농림수산식품부는 23일 "전날 강원 횡성군 횡성읍의 한 한우 농가에서 거품섞인 침흘림, 혀 끝부분 피부 벗겨짐 등의 구제역 의심 신고가 들어와 정밀 검사를 한 결과,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 밝혔다.
이 농가는 지난 22일 강원도에서 구제역이 첫 발견된 평창군 대화면 신2리 한우 농가로부터 북동쪽으로 42k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이에 방역 당국은 해당 농가를 기준으로 반경 500m 내에서 사육 중인 소와 돼지 등을 긴급 매몰 처분하고 차단방역에 들어갔다.
전날 강원도에 처음 파고 들었던 구제역이 발생 하루만에 '명품 한우' 지역인 횡성군까지 퍼지며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는 양상이다.
앞서 이날 오전에는 강원도 춘천시 남면 가정1리 농가와 원주시 문막읍 취병2리 농가도 구제역 확진 판정이 내려지는 등 바이러스가 강원도내에 동시다발적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강원도는 그 동안 구제역이 단 한 차례도 발생하지 않아 청정지역으로 불리던 곳이라 해당 농가는 물론 방역 당국까지 당혹감과 함께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방역 당국 관계자는 "그동안 몇 번의 구제역을 겪었지만 이처럼 빠른 속도로 바이러스가 퍼져 나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며 "이제는 더 이상 확산되지 않고 하루 빨리 종식되기 만을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특히 '명품 한우'로 자리매김한 강원도 횡성군까지 구제역 바이러스가 침투함에 따라 횡성한우 브랜드의 이미지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다행히 전날 횡성군과 함께 구제역 의심 신고가 접수된 양양군 양양읍 거마리의 한우 농가와 철원군 갈말읍 내대리의 한우 농가는 구제역 음성 반응이 나왔다.
이처럼 구제역이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자 정부는 마지막 수단으로 '백신 접종' 카드를 꺼내 들고 경북 안동·예천, 경기 파주·고양·연천 등 5개 시군에 우선적으로 접종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한편 지난달 29일 경북 안동에서 시작된 구제역은 지금까지 의심신고 69건 가운데 경북 안동·예천·영주, 경기 파주·고양·가평·김포, 강원 포천·평창·춘천 등 3개 도, 18개 지역, 47건이 구제역 양성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소·돼지 등 살처분될 가축은 27만8000여마리에 이른다.
고형광 기자 kohk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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