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조범자 기자]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은 미약했다.
수목극 정상을 지켰던 SBS '대물'이 23일 종영한다. 박인권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수 년 전부터 기획되어 온 '대물'은 제목답게 대작의 기운을 느끼게 하면서 뜨거운 주목을 받았다. 캐스팅과 편성에서 다소 시간을 끌었고 마침내 올 가을 첫 전파를 탔다. 원작으로 입증된 탄탄한 이야기 틀에 고현정과 권상우, 차인표 등 호화 출연진까지 더해져 시작부터 큰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물'은 기대만큼의 큰 성공을 거두진 못했다. 물론 시청률에선 20%를 상회하며 수목극 정상을 굳건하게 고수했지만 단 한 번도 30%를 찍지 못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가장 큰 요인은 방송 초반 보여준 압도적인 카리스마와 스피디한 전개에 대한 시청자들의 높아진 눈높이를 제대로 충족시켜 주지 못한 것이었다.
'대물' 첫 회는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 서혜림(고현정 분)이 중국 영해에서 좌초된 한국 잠수함의 승조원들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그리며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다. 우리 군을 구하기 위해 중국 주석에게 고개를 숙이는 것을 마다하지 않으면서도 당당함과 품위를 잃지 않는, 현실에선 찾기 힘든 대통령의 모습에서 시청자들은 묘한 통쾌함을 느꼈다. '여성 대통령'이라는 국내 드라마에서 유례없던 소재도 눈길을 사로잡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대물'은 시청자들의 기대감을 만족시키는 데 실패했다. 방송 초반 작가와 PD가 전격 교체되면서 당초 이 드라마에서 기대됐던 강한 파워와 동력을 찾아보기 힘들었던 게 가장 컸다. 작가와 PD의 교체로 배우들이 촬영을 보이콧하는 사태까지 생겼고 이때부터 '대물'은 시청자의 눈길과 신뢰를 잡는 데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서혜림은 극이 진행될수록 너무나 수동적이고 뻔한 인물로 그려졌고 국회의원과 도지사, 대변인, 당 대표 등을 거치면서 어느 하나 차별화하지 못하고 천편일률적인 이미지로 일관했다.
아나운서 출신으로 남편의 갑작스런 죽음에 사회운동가로 변신했다가 주위의 도움과 우연, 천운 등에 의지해 대한민국 첫 여성대통령으로 올라선다는 이야기는 충분한 납득을 얻지 못한 채 맥없이 진행됐다. 서혜림이 극적인 역전극을 펼치며 대통령에 당선되는 장면에서 감정의 정점을 찍었어야 했지만 막상 그 장면을 본 시청자들은 별 감흥이 없었다. 이는 시청자들의 감정의 선을 흐트러뜨리지 않도록 잘 끌고 가서 최고조에서 폭발시켜야 하는 '스토리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 지 다시한 번 깨우쳐준 사례가 됐다.
정치 경험이 전무한 서혜림이 모든 현안을 척척 처리하고, 하도야 검사(권상우 분)가 아버지(임현식 분)의 죽음을 밝힌다며 느닷없이 곰탕을 끓이는 내용 등은 설득력을 떨어뜨려 '대물'이 될 수 있는 드라마를 '소물'로 만들어버린 꼴이 됐다. 시청자들은 "'대물' 스토리가 산으로 간다"며 푸념의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톱배우들의 열연과 카리스마는 시청자의 눈길을 끝까지 붙들어맬 수 있게 한 유일한 재산이었다.
고현정과 권상우, 차인표는 맡은 역할에 완벽하게 몰입하며 자신의 최대치를 보여줌으로써 시청자들의 집중도를 높였다. 고현정은 '선덕여왕'에서 보여준 미실과 또다른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연기했고 권상우와 차인표는 그대로 극중 인물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실감나는 연기를 펼쳤다.
또 이순재, 박근형, 이재용, 임현식 등 베테랑 연기자들의 내공 충만한 열연과 이수경, 장영남 등 조연들의 알토란 활약도 힘을 보탰다.
스포츠투데이 조범자 기자 anju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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