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황용희 연예패트롤]SBS 수목드라마 '대물'이 고현정의 호연 속에서도 주인공 서혜림의 캐릭터 실종은 '옥에 티'임에 틀림없다.
방영 전부터 ‘대물’은 화제를 모았던 작품. 고현정, 차인표, 권상우 등 탄탄한 연기력을 갖춘 톱스타가 대거 캐스팅됐고, 한 평범한 여성이 대한민국 최초의 대통령이 되는 과정을 통해 현실 정치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과 정의로운 사회에 대한 이상향을 그리겠다는 기획의도도 대담하면서 참신했다.
특히 겉은 나약한 아줌마지만, 자신의 가족과 주변사람들을 위해 어떤 고난과 역경도 이겨내는 서혜림의 성공 스토리는 고현정의 탁월한 연기력과 맞물리면서 날개를 달은 듯 했다.
그러나 방영 초반 잘나가던 '대물'은 예상치 못한 암초에 부딪혔다. 기획·준비단계에서부터 제작을 둘러싼 구설수에 시달렸던 ‘대물’은 결국 방송 시작 4회만에 작가와 연출자가 내분을 일으키며 연달아 교체되는 이례적인 상황에 휩싸인 것.
이는 드라마 전반에 커다란 변화를 몰고 왔다. 최근들어 고현정보다 차인표와 권상우의 카리스마 대결이 더욱 빛을 발하는 모습은 이러한 상황변화의 한 모습이다.
권상우는 정의감에 불타는 젊은 검사 차도야의 호기있는 모습을 잘 소화하고 있고, 차인표 역시 당내 권력자에 맞서 야망을 펼치는 국회의원 강태산의 열정적인 모습을 훌륭하게 그려내고 있다.
반면 방영 초반 특유의 강단있고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으로 극 전체 분위기를 이끌다시피했던 서혜림은 갈수록 순수하고 착하기만한 평면적인 캐릭터로 전락하고 있다.
주인공의 급격한 캐릭터 변화는 자칫 드라마 전체에 대한 매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대물'의 성공 여부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부분. 그럼에도 '대물'이 꾸준히 20%의 시청률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그나마 고현정의 탁월한 연기력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연기력에 있어서는 고현정은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배우다. 특히 매 작품마다 탁월한 캐릭터 소화력을 보여준다. 전작 '선덕여왕'에서 미실을 매력적인 인물로 그려냈던 고현정은 '대물'에서도 반쪽짜리 캐릭터가 돼버린 서혜림이 힘을 잃지 않게 하는 '완충작용'이 돼주고 있다.
그러나 고현정의 연기력이 캐릭터가 주는 근본적 한계까지 극복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법. 시청자들도 “아무리 고현정이라도 서혜림의 평범해짐은 매력이 떨어진다” 등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본격적인 서혜림의 대권도전기가 그려질 중반부부터 잠시 방향을 잃었던 서혜림의 캐릭터가 본래의 모습을 되찾는 것은 향후 '대물'의 최대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뛰어난 연기력의 고현정이라도 뒷받침이 없다면 한낱 '힘없는 중년의 여성연기자'에 불과한 것이다.
스포츠투데이 황용희 기자 hee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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