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국토해양위원회 국정감사가 중반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6일부터 시작된 국감은 시작부터 시끄러웠다. 시작부터 끝까지 4대강이 주제였지만 이에 대한 발언은 각양 각색이었다.
◇'여야' 공방= 4일 국감이 시작되면서 감사원의 4대강 사업 감사 담당자인 은진수 감사위원의 증인 채택 문제가 다툼의 씨앗을 낳았다. 김진애 민주당 의원(비례)은 "한나라당이 은 위원의 증인 채택을 만류하는 것은 같은 당 출신 감사위원을 보호하고 4대강 예산을 밀어붙인 후 결과를 얘기하겠다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하지만 김기현 한나라당 의원(울산 남구)은 "감사 결과도 나오지 않았는데 감사위원을 불러 질문하는 것은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해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결국 오전내내 공전을 거듭한 국감은 정회를 맞았다.
이어 5일을 그럭저럭 넘긴 국감은 7일 또다시 갑논을박이 시작됐다. 김재윤 민주당 의원(서귀포)은 "수자원공사가 4대강사업 부담 때문에 부채덩어리로 수몰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희수 한나라당 의원(영천)은 "외환위기시 기업 구조조정 기준이 부채 200%였다"며 "수자원공사의 139%는 크게 높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국감 연장하라!" 농성= 8일 부상항만청 등에 대한 국감에서는 국감장 안에서 농성이 일어났다. 국감 연장이 이유였다.
김재윤 의원은 "4대강 사업의 문제점에 대한 질의해야 한다"며 송광호 국토해양위원장(한나라당)에게 국감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송 위원장은 국감 종료를 선언하고 한나라당 의원들과 함께 서울행 비행기에 올랐다. 야당 의원들은 국감장에 남아서 1시간여 농성을 벌였다. 하지만 국감장엔 공허한 메아리만 울렸다.
◇'니전투구'= 주말간 원기를 보충한 의원들은 11일 대망의 국토해양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의 국감을 맞았다. 10시 국감이 시작되면서 의원들의 니전투구가 시작됐다.
최규성 민주당 의원(김제·완주)은 "102건의 요청한 자료가 오지 않았다"며 "이는 국감장을 모독하는 태도라며 국토해양부 장관을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1시간여 불만이 끝난 뒤 국감이 다시 본론으로 돌아왔지만 이번엔 인심공격이 난무했다.
최철국 민주당 의원(김해)은 정 장관을 가리키며 "언론에서 불통 장관, 호위병 장관, 이렇게 얘기하고 있는 것 아닙니까"고 말했다. 이어 김진애 의원도 "히틀러 시대의 알버트 슈페어 국토부 장관이 생각이 난다. 나중에 군수부 장관까지 했다"고 거들었다.
여당 측은 일제히 들고 일어났다. 장제원 한나라당 의원(부산 사상)은 "같은 동료 의원한테 이런 말을 했다. 요즘 참 고위공직자 해먹기 힘들겠다"고 말했다. 최구식 한나라당 의원(진주)은 "김진애 의원님의 독특한 인생철학에 대해 나는 매우 존중한다"고 비틀었다.
여야의 공방이 극에 치닫는 가운데 정 장관의 성토가 시작됐다. 참다 못한 정 장관은 최철구 의원의 질문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현 정부가 하는 일이 무조건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얼굴을 붉혔다.
김재윤 의원은 이에 대해 "끝까지 듣고 답하라"고 반박했다. 최 의원도 "국감 7년째인데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며 "무조건 정부가 하는 일을 대변하고 반박하는 게 장관인가"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최고의 비유는 장광근 의원(동대문)이 만들어냈다. 그는 주공정이 절반여 끝난 4대강살리기사업을 가르켜 "임신을 못하게 하는 시어머니가 며느리가 임신해놓고 나니, 그걸 낙태시키라고 소리 지르고 있다"며 "이미 6개월 가까이 지났으면 이제 정말 낙태시키라는 건 생명경시 풍조일 뿐만 아니라 얘기 안 되는 얘기"라고 말했다.
◇'시작했음 끝을 봐야'= 이에 대한 반박은 다음날 12일 한국도로공사 국감 초반에 나왔다. 김진애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장 의원의 발언은 시어머니와 여성을 정쟁의 도구로 이용하고, 생명을 경시하는 비유"라며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송 위원장은 정회를 택했고, 의원들 간의 논의 뒤 아직 국감장에 나타나지 않은 장 의원이 오면 얘기하기로 결정했다.
뒤늦게 국감장에 장 의원이 모습을 나타냈다. 김 의원은 문제를 제기했다. 기다렸다는 듯, 장 의원은 김 의원의 모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들어 보이며 "'대통령과 측근이 4대강 준설을 제대로 안하고, 조가 넘는 돈을 착복했다'라는 해괴한 논리를 댈 수 있느냐"며 "김 의원이 먼저 사과하라"고 호통쳤다.
장 의원은 또 '낙태' 발언에 대해 "낙태하라고 해서는 안된다는 비유적 표현인데, 이를 두고 사과하라고 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역정을 냈다.
이에 대해 유선호 민주당 의원(장흥·강진·영암)은 "발언이 대단히 악성적"이라며 "여성을 정쟁의 도구화, 생명 경시 등이 느껴진다. 야당의 역할에 대해 비판할 수 있지만 장 의원의 발언은 정당화될 수 없다. 그렇게까지 화 낼 필요없다"고 꼬집었다.
두 사람의 대화는 의성어로 넘어갔다. 장의원은 "유 의원.. 정말.."이라고 표현했으며 유의원은 "한번 해 볼까요"라고 되받아쳤다. 하지만 다행히 물리적 접촉은 없었다.
한편 이날 류철호 도로공사 사장은 "2008년 이후 통행료를 올리지 못해 도로공사의 부채가 급증했다"며 "통행료를 올리지 못해 죄책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는 장광근 의원이 부채에 대해 지적하자, 류 사장이 "(요금을 올리지 못하면) 후세에 넘기겠다"고 말한 부분에 대한 부연 설명이다.
이날 류 사장의 발언에 여야는 오랜만에 합동으로 같은 의견을 내놨다.
변웅전 자유선진당 의원(태안·서산)은 "부채를 후세에 넘기겠다고 하는 발언이 정상적인 발언"이라며 "경영을 잘못해서 적자가 났는데 이를 요금을 올려 해결하겠다는 거냐"고 성토했다.
박기춘 의원은 이같은 사장의 발언에 대해 "그렇게 힘들면 안하면 된다"며 "그렇게 할 생각이면 용퇴하던지 의사 전달을 오해의 소지가 없게 확실하게 하던지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장제원 한나라당 의원(한나라당)도 "사장이 어떻게 효율적으로 경영할 것인가 고심하지 않고 민간기업이면 파산했을 거다는 식으로 얘기할 수 있느냐"며 따졌다.
황준호 기자 rephw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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