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투데이 고경석 기자]이요원이 '화려한 휴가' 이후 3년 만에 출연한 영화 '된장'을 들고 15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다.
영화 '된장'은 다큐멘터리 PD가 희대의 살인마를 사로잡았던 된장찌개의 비밀을 파헤치는 과정을 그린 미스터리 멜로. 이요원은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된장 달인녀 장혜진 역을 맡았다.
드라마 '선덕여왕'을 마치고 휴식을 취하던 이요원이 9개월간의 공백을 깨고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아 아시아경제 스포츠투데이와 인터뷰를 가졌다.
"'선덕여왕' 끝나고 나니까 일하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졌어요. 종영 즈음에는 정말 정신력으로 일할 정도로 힘들었거든요. 어릴 때는 일하는 게 마냥 재미있어서 쉬지 않고 했는데 그러다 보니 건강이 많이 안 좋아졌죠. 이젠 에너지를 충전하지 않으면 힘들어요."
영화 '된장'은 '선덕여왕'이 시작되기 전에 대부분의 촬영이 끝났던 작품이다.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는 도통 무슨 이야기인지 몰랐다"던 그는 읽다보니 사랑이야기라는 것을 알게 됐고 '유치하지 않고 특이하게 풀었네'라고 생각하게 됐다.
"제작을 맡으신 장진 감독님의 설득에 넘어간 거죠. 이걸 할 사람은 나밖에 없다는 착각을 하게 만드셨어요. 나를 그런 이미지로 높게 평가해주는 것도 감사했어요. 계속 해왔던 캐릭터지만 굳이 거부할 필요는 없겠다고 생각한 거죠."
영화제의 초청을 받긴 했지만 '된장'은 어렵거나 심각한 작품은 아니다. 이요원에게 어려웠던 것은 색깔이 뚜렷하지 않은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이었다. '광식이 동생 광태'의 윤경처럼 '된장'의 혜진은 알쏭달쏭한 인물이다. 그는 "처음에는 캐릭터에 대한 감이 잡히지 않아 힘들었는데 감독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캐릭터를 잘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 흥행적으로 큰 기대는 안 했어요. 다만 좋은 작품이 나와서 참여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겠구나 생각했죠. 색다르고 즐겁게 작업해서 좋았어요. 개봉시기가 늦춰지긴 했지만 불안감은 없었어요. 마음을 비웠거든요. 하지만 기대 이상으로 부산영화제에 초청도 받아서 반응도 좋아서 뜻밖이었어요."
이요원이 연기를 시작한 지도 벌써 10년이 지났다. 그 사이 결혼도 하고 아이도 생겼다. 연기자로서 달라진 점이 무엇인지 물었더니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며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대신 "책임감이 강해진 것 같고 하나의 팀으로서 같이 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커진 것 같다"고 우회적인 대답을 내놓았다.
이요원은 인터뷰 도중 2001년 출연작 '고양이를 부탁해'에 대한 강한 애착을 드러냈다. 그리고 '된장'에 대한 느낌이 그 작품에 대한 애정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그의 이런 생각이 부산영화제의 관객들과 통했는지 '된장'은 단기간 매진 사례를 기록한 데 이어 호평이 잇따르고 있다. 21일 비밀의 '된장' 맛을 극장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스포츠투데이 고경석 기자 kave@
스포츠투데이 사진 박성기 기자 musict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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