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주거 없어 재범 우려" 구속영장 발부...30일 구치소 이감 예정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네티즌들을 안타깝게 했던 인천공항 노숙자 좀도둑 김 모(22)씨가 결국 구속됐다.
30일 인천공항경찰대에 따르면 지난 28일 인천지법은 김 씨에 대한 실질 심사에서 검찰의 신청 사유를 인정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에 따라 김 씨는 이날 오전 중 인천 남구 학익동 소재 인천구치소로 이감돼 수형 생활을 시작할 예정이다.
특히 김 씨는 비교적 처벌이 무거운 야간주거침입 및 절도 혐의를 받고 있기 때문에 최고 10년형까지 받을 수 있어 법원이 정상 참작을 해주지 않을 경우 장기간 수형 생활을 할 가능성도 있다.
인천공항경찰대 관계자는 "직접 재판에 들어가지 못해 김씨가 경찰에서 진술한 자신의 사연이 진실인지 여부를 재판부가 어떻게 판단했는지는 모른다"면서 "아마 김씨가 현재 주거가 뚜렷하지 못한 상태여서 풀어주더라도 또 다시 비슷한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는 점 때문에 재판부가 구속영장을 발부하지 않았나 싶다"고 전했다.
한편 김 씨는 인천공항에 노숙하며 유니세프 모금함과 식당 종업원 등의 지갑을 상습적으로 털어 오다 최근 인천공항경찰대에 의해 검거돼 야간주거침입 및 절도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됐었다.
그러나 김 씨는 경찰에서 자신이 입양아 출신이라며 안타까운 사연을 털어놔 네티즌들로 하여금 동정을 샀다.
김 씨의 사연은 이랬다.
그는 1988년 인천 서구에서 태어나 10살이 되던 1998년 미국으로 입양됐다.
아버지가 도박으로 패가망신한 후 자식들을 방치하자 조부모의 돌봄을 받았지만, 조부모마저 연로하자 동네 사람들의 주선으로 마침 미국으로 이민을 떠난 이웃 동네 주민에게 입양을 가게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입양된지 2년 만에 양부모가 한꺼번에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끔찍한 일이 발생했다.
결국 김 씨는 온전히 미국 국적을 얻지도 못한 채 미국의 사회복지제도의 일종인 '그룹 홈'에 들어가 생활하게 됐고, 만 18세가 되자 독립해 한때 직장을 다니고 여자 친구와 살림도 차리는 등 성실하게 생활하기 위해 노력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 씨의 평온한 생활은 곧 깨지고 말았다. 우연히 개입된 폭력 사태에 휘말려 상해죄로 구속돼 2년형을 받고 교도소에 가게 된 것이다.
특히 미국 사법 당국은 김 씨가 영주권이 없다는 점을 확인한 후 교도소에서 나온 김 씨를 곧바로 한국행 비행기에 태워 귀국조치 시켜 버렸다.
옷가지 하나 챙기지 못하고 돈도 챙겨 오지 못한 김 씨는 오갈 데가 없어져 결국 인천공항에서 노숙을 하게 됐고, 주머니에 들어 있던 돈이 다 떨어지자 문이 안 잠겨져 있는 식당을 털어 다음날 한 끼를 떼우는 신세가 됐다.
한국에서 버림받아 미국으로 입양갔던 김 씨는 미국에서 추방당해 한국으로 돌아 온 뒤 또 다시 사회적으로 버림받는 처지로 전락한 것이다.
이같은 김씨의 사연이 알려지자 네티즌들 사이에선 "죄는 밉지만 그럴만한 상황인 점도 이해가 된다"며 모금 운동을 벌이자는 제안이 나오는 등 동정론이 일었었다.
김봉수 기자 b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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