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오는 11월 열리는 서울 G20 회의에 산업은행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 논의될 글로벌 금융규제 강화안의 수위에 따라 산업은행의 CIB(상업+투자은행) 전략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은 지난 2월, 은행의 대형화와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를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미국의 '볼커룰' 추진으로 인해 시암시티은행(SGIB) 인수를 포기한 바 있다. 이로 인해 글로벌 CIB로 도약하려던 산은의 계획은 크게 차질을 빚었다.
최근에는 은행 내 사모투자펀드(PEF) 업무를 맡고 있는 PE실의 분리설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층 강화된 볼커룰이 G20 회의 논의를 통해 국내에도 도입된다면 산업은행의 CIB 전략은 사실상 유명무실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1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내부 TFT팀을 구성, 산은 PE실 분리를 대비한 준비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은행들의 경우 PEF 부서를 은행 외부에 두고 운영하고 있으나, 민영화 방안으로 '글로벌 CIB'를 표방했던 산업은행은 은행 내 '실(室)' 단위로 두고 있었다. PEF로 기업 구조조정에 적극 참여해 글로벌 CIB로 나아간다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지난 2월 볼커룰 쇼크로 인해 CIB 전략은 전면적인 변화가 불가피하게 됐다. 물론 미국 의회에는 한층 완화 된 볼커룰이 통과됐지만, 최근 글로벌 금융 트렌드는 은행의 위험투자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어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번 서울 G20의 은행 규제방안 논의에 산업은행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이 회의에서 논의될 볼커룰의 수준에 따라 산업은행 CIB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PE실의 분리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
산업은행 고위 관계자는 "G20회의에서 논의될 볼커룰의 결과를 보고 나서야 PE실 분리 여부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아직은 결정된 것이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융계에서는 볼커룰이 미국 내에서도 초안보다 완화된 방향으로 적용됐고, 바젤3도 기존안보다 완화됐다는 점에서 서울 G20회의에서 논의될 볼커룰도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G20 회의 내용에 따라 산은 PE실이 은행내에 남을 가능성도 있다는 반응이다.
한편, 이번 G20회의에서 논의될 금융 규제안 결과가 우리금융의 민영화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도 산업은행이 이번 회의에 집중하는 이유다.
민영화에서 우리금융보다 후순위인 산업은행은 일단 내년 주식시장 상장을 목표로 기업공개(IPO) 과정을 준비 중이다. 민영화 일정이 기약없이 미뤄진 상황이지만, IPO를 통해 주식시장에서 가격이 정해지면 민영화 착수 시에는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이라는 계산에서다.
이지은 기자 leez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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