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예정지구 감정평가서 '기타' 요인 남용
법적근거 없는 4조7000억 기반시설 설치 요구 수용
[아시아경제 이승국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100조 원이 넘는 부채를 떠안게 된 것은 주도권 선점을 위한 과도한 토지보상과 무분별한 사업확대 등으로 재무건전성이 악화됐기 때문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LH의 재무건전성 악화 원인을 분석 및 개선대안 마련과, 공공임대주택 사업 등 주요사업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지난 3월8일부터 4월2일까지 기관운영감사를 실시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30일 밝혔다.
감사결과에 따르면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가평가는 표준지 공시지가에 지역요인 등을 반영하고, 그 외 반영해야 할 사항이 있을 경우에 한해 기타요인으로 보정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국토해양부는 감정평가업자가 표준지 공시지가에 지가변동률, 지역ㆍ개발요인 등까지 반영한 감정가가 보상대상자의 희망가격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로 당해 사업지구와 관련 없는 지역의 과다 보상선례나 이미 개발이익이 반영된 인근지역의 사례를 인용하는 등 지가평가를 과다하게 하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지도ㆍ감독을 소홀히 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그 결과 개발이익 등을 배제토록 돼 있는 법 규정 등과 다르게 보상이 이뤄져 110개 사업지구의 토지보상비 중 기타요인 보정에 해당하는 비용이 무려 17조8381억원으로, 사업성 악화 및 부채가 급증했다고 감사원은 설명했다.
또한 '택지개발촉진법 시행규칙'에는 LH는 택지개발사업 등의 사업을 추진하면서 법적 근거가 없거나 사업과 관련 없는 기반시설설치비는 조성원가에 포함시킬 수 없도록 돼 있고, '대도시권 광역교통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당해 사업 교통문제 해결을 위해 총사업비의 20% 상당만을 도로 등 기반시설비로 반영토록 했다.
하지만 LH가 43개 지구에서 지자체의 요구를 수용한 비용이 4조7000억원에 이르는 등 당해 사업과 직접 관련이 없는 지자체의 기반시설 설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하고 조성원가에 다시 계상해, 입주자에게 부담을 전가하고, 미분양 증가로 인해 재무구조 악화를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이 밖에도 LH공사는 2009년 12월 자체적으로 마련한 '중장기 사업계획'에 자금조달 한계로 2012년까지는 신규 투자자금의 여력이 없으며, 사업계획 승인을 받고도 착공하지 못하게 되는 주택물량이 2014년에 72만8000호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음에도 주택건설사업 계획을 취소하거나 토지매각 등의 방안을 마련하지 않아 재무구조 악화에 따른 공공주택 공급 등 정책사업 수행에 차질이 예상된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국토해양부, LH, 행정안전부 등에 사업타당성 등을 재검토해 수요가 없거나 수익성 개선여지가 없는 사업은 축소ㆍ취소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지자체에서 법적 근거 없이 기반시설 설치를 요구하거나, 보상비를 과다 평가하는 일이 없도록 개선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고 말했다.
이승국 기자 ink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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