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남이 하면 '불륜'이지만 내가 하면 '로맨스'인가? 2002년 첫 여성 국무총리로 지명된 장상 후보자는 위장전입 문제로 낙마했다. 물론 장남의 국적 문제와 부동산 투기 의혹 등 낙마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지만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은 장 후보자의 위장전입에 대해 끈질기게 문제 삼았다.
8.8개각을 통해 내정된 고위공직자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도 위장전입 의혹은 어김없이 등장했다. 신재민 문화관광체육부 장관 후보자를 비롯해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 이현동 국세청장 후보자,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등이 위장전입 의혹에 휩싸였고, 이들 대부분 '깨끗이' 시인한 상태다.
위장전입이 그동안 인사청문회 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메뉴'인 만큼 이번 청문회에서도 유야무야되는 분위기다. 한나라당 일각에선 "위장전입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자"는 의견까지 나왔다. '자녀교육용과 부동산투기용 위장전입을 구분해야 한다'는 논리다. 비록 여론의 역풍으로 꼬리를 내리긴 했지만, 위장전입을 주차딱지를 떼이는 것과 같이 '재수 없으면 걸리는' 가벼운 범죄 정도로 여기는 인식을 고스란히 드러낸 것이다.
앞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 13일 인사청문회에서 위장전입 사실을 인정한 이인복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여야 모두 '아버지를 모시기 위한' 위법행위에 면죄부를 준 것이다.
그러나 위장전입은 명백한 주민등록법상 범죄 행위다. 현행 주민등록법 제37조 3항은 위장전입을 행한 자에 대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돼 있다. 실제로 지난 해 위장전입으로 기소된 인원은 759명에 이르며, 이들 중 149명은 정식 재판에 회부돼 32명이 2억3000여만원에 이르는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처럼 일반 서민들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고위공직자의 불법을 묵인하는 것은 정치권의 직무유기라는 지적이다. 미래연합은 최근 '차라리 위장전입에 관한 법률을 폐기하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대통령은 지금까지 위장전입으로 벌을 받은 국민들을 사면하고 벌금을 돌려줘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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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연진 기자 g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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