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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이명박 대통령 제46차 라디오·인터넷 연설

안녕하십니까, 대통령입니다.


한낮에는 무더위가 여전합니다만, 절기로는 더위가 한풀 꺾인다는 처서가 되었습니다. 좀 있으면 가을 풀벌레 소리가 우리 마음을 달래줄 것입니다.

오늘은 ‘문화 복지’와 ‘문화 상생’에 관해 함께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그간 경제위기를 극복하느라 문화에 관해 말씀드릴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경제뿐만 아니라 높은 문화 수준을 지녀야 진정한 선진국이 될 수 있습니다.


저는 사업 차 젊은 시절부터 많은 나라를 다녔습니다. 바쁜 일정 중에서도 꼭 틈을 내어서 방문한 나라의 대표적인 박물관이나 전시회, 연극, 음악공연장을 찾곤 했습니다. 언젠가는 헝가리에 가서 오페라 하우스를 찾았습니다. 그 때는 동유럽 공산체제가 무너진 직후라 현지 경제사정이 무척 좋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많은 어린 학생들이 공연을 보러 온 것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공연이 끝나고 안내하는 할머니에게 어떻게 이렇게 많은 아이들이 예술공연을 보러 올 수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정부가 서민층 어린이들의 공연 관람을 지원한다“고 했습니다. 또한 “어려서 예술을 많이 접하면 어른이 되어서도 문화 예술을 즐겨 찾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저는 이 말을 듣고 깊은 감명을 받았고, 지금까지도 잊지 않고 있습니다.


사실 서울시장 때 저는 ‘문화 서울’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세계적 도시에 걸맞은 시립교향악단을 만들고자
정명훈 지휘자를 음악감독으로 초빙했습니다.


그는 ‘조국의 음악발전을 위해 헌신하겠다’며 기꺼이 저의 요청을 수락했습니다. 그리고 대중이 클래식을 쉽게, 친근하게 접할 수 있도록 시향이 직접 구청 강당을 찾아가서 음악회를 열었습니다. 그 약속을 지킨 것을 나는 고맙게 생각합니다. 많은 시민들이 행복해 했고, 뜨거운 박수를 보냈습니다. 문화에 대한 시민들의 갈증이 그만큼 컸던 것입니다.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를 맞은 우리도 이제 문화국가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경제적으로만 부유하고 문화적 배경이 없는 나라를 우리는 선진국이라 하지 않습니다. 소득만 높고 품격과 교양이 없는 사람을 우리는 존경하지 않습니다.


국민의 ‘문화 행복’을 위해 정부가 할 일은, 문화를 누릴 수 있는 기회를 고르게 보장하는 것입니다. 경제가 어려우면 문화생활비를 가장 먼저 줄이게 됩니다. 서민들은 더욱 그렇습니다. 소득 격차에 따라 문화생활도 큰 차이가 납니다. 우리나라 국민은 통계상으로 보면 한 해 평균 한 번 정도 예술공연을 관람한다고 합니다. 형편이 넉넉치못한 분들은 더 말할 것도 없을 것입니다. 지역별로도 대도시와 농어촌 지역의 문화 격차가 큽니다.


우리 정부의 문화 정책은 문화 기회 격차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공정한 사회’라는 국정 이념을 문화 복지 분야에서도 실천하고자 합니다.


우리 정부 들어와서 이미 국립박물관과 미술관을 무료 개방했고, 문화 소외계층과 지역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문화 서비스도 시행하고 있습니다. 저소득층 문화복지를 위한 문화바우처 제도도 시행하고 있습니다만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내년부터 이를 대폭 확대, 강화해 나가는 방안을 검토하겠습니다.


올 해 문화바우처 지원예산은 100억에도 못 미치고 있습니다. 내년부터 예산을 빠르게 늘려서 저소득층의 문화 혜택을 확대해 나가겠습니다. 관객이 늘어나면 영세한 문화 공연단체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해서 이를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하겠습니다. 많은 국민이 생활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문화 정책이, 저의 확고한 원칙입니다.


기업이 문화예술을 후원하는 기업 메세나도 현재 활발하게 되고 있지만 문화상생 차원에서 더욱 활발해지면 좋겠습니다.


자라나는 미래 세대가 문화 기회를 마음껏 누리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정부는 이미 소외 지역에 예술 강사를 파견해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예술꽃 씨앗학교’ 사업을 펼쳐왔습니다. 전남 여수의 여수북초등학교는 학생이 줄어 폐교 위기를 맞았지만, 예술꽃 씨앗학교로 선정되면서 학교는 되살아났습니다. 이런 사업은 앞으로 더욱 확대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우리는 본래 문화민족이었습니다. 150년 전 병인양요 때, 강화도 외규장각 도서를 약탈하던 한 프랑스 장교는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이곳에서 감탄할 수밖에 없고, 우리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것은 아무리 가난한 집이라도 어디든 책이 있다는 사실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전후에 우리의 삶이 너무 어려워지면서, 문화는 일부 계층만 즐길 수 있게 된 측면도 있습니다.


이제는 우리 국민 모두가 고르게 문화를 누릴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문화를 누릴 때 얻는 만족감이 삶의 행복으로 이어집니다. 어렵고 힘든 처지에서도 음악도 듣고 연극도 보면서 마음의 위안을 얻을 수가 있습니다. 실제로 국가별 행복 순위를 보면 경제나 소득 수준과는 별 상관이 없다고 합습니다. 경제적 여건도 중요하지만 인간관계의 질이나 일상생활의 작은 만족이, 행복감을 더 높인다고 합니다.


저는 청소년 시절, 형편이 나은 집 친구들이 책도 마음껏 읽고, 음악도 듣는 것을 보면서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습니다. 가정 형편과 상관없이 우리 아이들 모두가 문화를 누리면서 행복해할 때, 우리 모두가 함께 행복해질 수가 있습니다.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지난 광복절에 제 모습으로 복원된 광화문의 ‘광화’라는 뜻은 ‘빛이 사방을 덮고 가르침이 만방에 미친다’고 합니다. 우리 조상들은 문화의 빛으로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고자 했습니다.


모든 국민이 어려서부터 문화예술을 접할 수 있는 나라, 생활 형편과 상관없이 누구나 문화를 누리는 나라. 이것이 제가 꿈꾸는 문화국가 대한민국입니다.


이제 가을이 멀지 않았습니다. 올 가을에는 좋아하는 책도 읽고 좋아하는 음악도 들으면서 삶의 여유를 찾으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조영주 기자 yjcho@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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