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한나라당이 '성희롱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7.28재보궐 선거를 일주일 앞두고 불거진 강용석 의원의 성희롱 파문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건 소재 자체가 휘발성이 강한데다, 이명박 대통령 부부까지 끌어 들였다는 점에서 여권 전체가 발칵 뒤집혔다. 결국 관련 보도가 나온 지 반나절 만에 강 의원의 제명을 결정, 서둘러 진화에 나선 모양새다.
한나라당 윤리위원회는 20일 두 차례 회의 끝에 강 의원을 제명키로 결정했다. 강 의원이 이날 회의에서 참석해 보도 내용을 전면 부인했지만 해명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윤리위 부위원장인 이종수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21일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강 의원의 주장에는 설득력이 부족했다"며 "간접적으로 사실을 확인을 한 만큼 징계에는 논리가 부족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사건의 발단은 강 의원이 여대생을 상대로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한 일간지 보도에서 비롯됐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강 의원은 지난 16일 제2회 국회의장배 전국 대학생 토론대회에 참석한 대학생 20여명과 저녁 식사 자리에서 아나운서를 지망하는 한 여학생에게 "다 줄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래도 아나운서를 할 수 있겠느냐"는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보도됐다.
그러나 강 의원은 이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그는 "진로를 고민하는 학생에게 '아나운서 보다는 기자가 낫겠다'고 조언한 것"이라며 해당 언론사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또 윤리위 결정에 대해선 재심을 청구키로 했다.
이처럼 한나라당이 이례적으로 반 나절만에 가장 높은 수위의 징계를 선택한 것은 당장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7·28 재·보선 등에 악영향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당으로선 강 의원과 언론 보다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진실게임 양상으로 논란이 지속되는 것만으로도 부담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한나라당은 이미 최연희 의원의 여기자 성희롱 사건, 박계동 전 의원의 술집 여종업원 성추행, 이명박 대통령의 '맛사지걸' 발언 등으로 '성희롱당', '성나라당'이라는 비난을 받은바 있다.
특히 성희롱 파문에 이명박 대통령 부부까지 포함됐다는 점도 한 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강 의원은 지난해 청와대를 방문했던 이 여학생에게 "그때 대통령이 너만 쳐다보더라. 남자는 다 똑같다. 옆에 사모님(김윤옥 여사)만 없었으면 네 (휴대전화) 번호도 따갔을 것"이라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 관계자는 "이명박 대통령과 김윤옥 여사까지 끌어들인 점에 대해 당원들도 분노하고 있다"며 "고 전했다.
여기에 강 의원이 "(민주당 전현희 의원은) 60대 이상 나이 드신 의원들이 밥 한번 먹고 싶어 줄을 설 정도", "나경원 의원은 얼굴은 예쁘지만 키가 작아 볼품이 없다"는 등의 발언도 추가로 보도되고 있어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민주당 등 야권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을 기세다. 민주당 노영민 대변인은 “용서할 수 있는 수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은 성폭력 수준의 발언으로 낯이 뜨거울 지경”이라고 논평했고,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본인이 스스로 물러나거나, 물러나게 해야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당 윤리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전날 강 의원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했다.
@include $docRoot.'/uhtml/article_relate.php';?>
지연진 기자 gyj@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