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지금으로부터 1년반전인 2008년 겨울, 서울 인사동 선술집 '식객'의 구석 방.
막걸리 잔을 기울이던 허영만 화백이 이런 말을 던졌다.
"돛단배를 타고 바다의 백두대간을 가는 건 어때? 서해와 남해를 돌아 독도까지 말이야."
여기까지는 술자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 그런데 옆에서 듣고 있던 '히말라야의 사나이' 산악인 박영석 대장이 "야, 그거 좋은데요, 파도와 싸우며 바람을 타고 독도까지~"라고 거들면서 '농담'이 '진담'으로 변하고 만다.
이렇게 의기가 투합한 중년 남성 14명은 무동력 돛단배에 의지해 만 1년에 걸쳐 한반도 바닷길을 항해했다.
이동 거리는 뱃길로 총 3075킬로미터.
이처럼 술좌석에서 시작된 무모한 항해 일기가 '허영만과 열 세 남자, 집 나가면 생고생, 그래도 나간다'(304쪽, 가디언, 13000원)라는 책으로 나왔다. 대표 집필은 허 화백과 송철웅씨가 맡았고, 사진작가 이정식씨가 생생한 여행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책에 담았다.
'웃자'고 시작된 일이 막상 실천으로 옮겨지면서 '죽자'고 덤비는 일이 되어 버렸다. 여름에는 벌레떼에 시달리고 겨울에는 추위에 덜덜 떨었다. 바람이 없으면 배가 꼼짝 않고 바람이 불면 배가 뒤집혔다. 페이지마다 펼쳐지는 '소년같은 중년들'의 탐험기는 읽는 이를 포복절도케 한다.
하지만 바닷길을 다니면서 이들은 이 땅의 바다와 섬과 해안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사나이들의 우정이 얼마나 '찐'한지를 느끼게 됐다.
'내가 제대로 살고 있는 건가"라는 의문이 스멀스멀 드는 남자라면, 책을 통해 대리만족을 얻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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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석 기자 gongg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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