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선영 기자]원·달러 환율이 연저점을 재차 눈앞에 뒀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1월11일 1117.5원 이후 석달만에 최저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숏마인드가 견고하다. 시장참가자들은 당국 개입 경계감을 강하게 의식하면서도 환율 레벨이 오를 때마다 매도에 나서고 있다. 외환시장에서는 환율이 1110원대로 진입할 경우 하락 속도가 더욱 가팔라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외환당국의 방어의지가 더욱 강하게 의식되는 시점이다. 9일 원·달러 환율은 장초반 1117.8원까지 저점을 찍은 상태다.
한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당국 개입에 기댄 롱플레이는 단타의 성격이 강한 반면 숏 플레이에 나서는 시장참가자들은 여유있게 거래에 나서고 있다"며 "장막판 당국 개입으로 환율 레벨이 오르면 역외를 비롯한 시장참가자들은 빠르게 매도에 나서는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역외환율, 장중 1120원선 붕괴
지난 8일 역외 뉴욕차액결제선물환(NDF) 환율은 장중 1118.5원까지 저점을 찍었다. 1개월물 스와프포인트 1.15원을 빼면 1117.35원으로 이미 연저점을 건드린 셈이다.
원ㆍ달러 NDF 1개월물 종가는 1121.0/1122.0원을 기록했지만 이 역시 현물환 종가대비로는 하락한 수준이다.
◆"위안화 절상, 이번엔 될까?" 기대감 팽배
이는 전일 위안화 절상 이슈가 부각되면서 위안화 및 이머징 마켓통화가 일제히 강세를 나타낸 영향이기도 하다. 미국 티모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이 전일 중국을 방문해 왕치산 중국 부총리와 회담을 가지면서 시장은 위안화 절상에 대한 기대감을 여실히 드러냈다.
늘상 보합권에 머물던 위안화가 10개월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한 데 말레이시아 링기트화 환율이 3.1979링기트로 0.46% 하락했다. 대만 달러도 31.56대만달러로 0.03% 떨어졌다. 싱가포르달러도 1.3941싱가포르달러로 0.12% 내렸다.
시장참가자들은 가이트너 장관의 갑작스러운 방중이 위안화 절상에 대한 담판 차원일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그는 지난 7일 인도에서 위안화 절상과 관련해 "위안화의 국제적 역할이 확대될 것이며, 건강하고 필요한 조정이 있어야 한다"며 완곡하게 표현한 바 있다. 앞서 미국은 중국의 환율 조작국 지정 여부를 담은 환율 보고서 발표를 연기했다.
지난 2005년 7월 21일 중국이 달러 페그(고정)제를 폐지했을 당시 약 2.1% 위안화 절상이 이뤄졌을 때도 원·달러 환율은 급락했다. 당시 원달러 환율이 7월21일 1042.40원 수준에서 그해 연말 12월30일 1013.0원까지 하락한 점에 비춰볼 때 원화 역시 어느정도 추가 절상 압력을 받을 수 있다.
◆외인 주식순매수 21거래일째..5월 삼성생명IPO도 대기
최근 외국인이 주식을 21거래일째 사들이면서 코스피지수가 부상한 점도 환율 하락 압력을 주고 있다. 주식 자금이 전액 외환시장으로 유입되지는 않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장중에 등장하는 주식자금은 일시에 환율을 2원~3원 가까이 누르고 있다.
여기에 5월에 삼성생명 기업공개(IPO)까지 원화 강세는 더욱 지속될 수 있다. 코스피에서 외국인 순매수가 지속되고 별다른 악재가 발생하지 않을 경우 환율은 1100원대까지 위협할 수 있을 전망이다.
외환시장에서는 삼성생명이 이번 기업공개에서 약 40%를 외국인 투자자들에 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주당 10만원으로 가정했을 때 원화로 약 17조7774억원, 달러로는 약 14억2200만달러로 예상되고 있다.
한 시장참가자는 "서울 외환시장 1일 평균 거래액을 고려해도 큰 금액인 만큼 이를 분할해서 소화할 방안이 필요할 것"이라며 "주관사별로 분할 처리하거나 시장평균환율(마, Mar) 환율로 처리해 환시 충격을 줄이는 방안 등이 고려될 것"이라고 말했다.
◆예보, 우리금융 지분 매각, 달러매물 가중
단발성 재료이기는 하지만 전일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하고 있는 우리금융 지분 7%를 블록세일하기로 한 점도 환율 하락 재료로 부각됐다.
외환시장에서는 이번에 예보의 블록딜이 9000억원 정도인 만큼 종전과 마찬가지로 이중 절반 이상이 외국인 몫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참가자들은 오는 13일까지 약 3억~5억불 정도의 원화 환전 수요가 유입될 것으로 내다봤으나 환율 하락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그리스 재료가 가라앉고 위안화 절상 이슈가 불거진 상황에서 환율 하락이 탄력을 받을 경우 이 역시 환율에 무게를 더하는 재료가 될 수 있다 .
한 외환시장 참가자는 "외국인 환전 수요가 3거래일에 걸쳐 분할 매도될 것으로 보여 일단 환율 하락요인"이라며 "시장평균환율(Mar)로 처리되거나 원화계정으로 지분을 매수하는 방법, 기존 주식을 팔고 갈아타는 방법 등 다양하게 처리될 수 있는 만큼 환율 하락에 대한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외환당국, 다음 레벨 1100원선 방어가 숙제
외환당국으로서는 만만치 않은 싸움이 될 듯하다. 일단 시장참가자들의 숏 마인드가 일시적인 반등에는 좀처럼 흔들리지 않고 있다.
시장참가자들은 연초 1117.5원대로 진입한 후 그리스 악재에 상승했던 환율이 채 1200원을 가지 못한 점을 이미 확인한 바 있다. 추가적인 악재가 없는 한 굳이 원화 강세가 제한될 필요는 없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시장 참가자들은 환율 1100원선이 무너질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경상수지 흑자와 함께 외국인의 주식 및 채권 자금이 견조하게 유입되고 있는 점도 이같은 믿음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외환당국이 한꺼번에 10억불 이상이 개입을 하더라도 속도조절에 그칠 뿐 추세를 돌려놓지 않을 것을 인지하고 있는 상태다.
이날 김중수 한국은행 신임 총재의 첫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리는 만큼 관련 코멘트가 주목된다. 고환율을 강하게 밀어부쳤던 최중경 전 기획재정부 차관이 경제수석으로 부임하는 데 발맞춰 김총재 역시 환율 관련된 강경한 스탠스를 보일지도 관건이다.
한 외환시장 참가자는 "대세는 하락이라는 인식이 있는 상황에서 당국 개입에 기대 롱을 들기가 쉽지 않다"며 "다만 전일 역외 투자자 바이와 함께 롱포지션을 보유한 시장참가자들이 이날 롱스탑에 나설 수 있는 만큼 환율 연저점 경신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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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영 기자 sigum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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