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선혜 기자] 유로화 가치 하락에 유럽 수출 기업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수출 기업에 호재로 작용하는 통화가치 하락에 유럽 기업이 울상을 하는 이유는 뭘까.
유로화 가치 하락은 수출 가격을 낮춰 해외 시장에서의 상품 판매를 늘릴 수 있다. 사실 대다수의 유럽 기업은 유로화 약세를 반긴다. 독일에 위치한 산업단체인 독일공학협회(GEF)의 랄프 비허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유로화 약세로 고민하는 기업을 본 적 없다”고 단언한다.
문제는 안정성이다. 특히 12~18개월 이전에 사업계획을 세우는 대기업이 단기 급등락하는 환율을 헤지하기란 쉽지 않다.
최근 2년간 유로화 환율은 롤러코스터를 방불케 했다. 2008년 7월 1.60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한 유로화는 같은 해 10월 1.25달러 아래로 급락했다. 이후 약 2개월 사이 다시 1.50달러를 회복하기까지 유로화는 수차례 급등락을 반복했다.
그 사이 유로화의 실질적인 구매력은 감소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유로화의 구매력평가지수(PPP)는 유로당 1.15~1.20달러 선이라고 분석한다.
독일 헬스케어 업체 프레지니우스(Fresenius)의 울프 마크 슈나이더 최고경영자(CEO)는 “환율 수준보다 변동성이 관건"이라며 “최근 유로화의 변동폭이 확대로 기업의 대응이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통화가치 변동폭 확대로 인한 손실을 적지 않다. 독일 자동차제조업체인 폭스바겐(Volkswagen)의 경우 작년 러시아 루블화를 포함한 교역국 통화 가치의 급변동으로 12억유로의 손실을 입었다. 독일 주류회사인 하이네켄(Hineken)은 폴란드 졸티화의 23% 급락으로 작년 매출이 3700만유로 줄어드는 손해를 봤다.
이처럼 환율의 변동폭이 커지면서 기업의 환헤지 전략도 다양화해지는 모습이다. 대기업뿐 아니라 소기업까지 선물환 계약이나 환헤지 상품에 가입하는 한편 생산 라인을 미국으로 옮겨 원가와 판매 가격의 격차를 해소하는 기업도 등장했다.
또 덴마크의 윌리엄 드먼트 홀딩(William Demant Holding)은 원자재 결제 통화를 미 달러화로 설정해 자연 헤징을 채택 하고 있다. 이와 함께 주력판매 시장을 미국으로 삼고 생산은 유럽에서 이뤄지는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
한편 미국의 경제 성장이 유럽보다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유로화 약세는 향후 몇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대응하는 유럽 기업들의 발걸음도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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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혜 기자 shlee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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