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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 이어 'S'의 공포..중앙은행의 딜레마

중국 등 신흥국은 물론 선진국도 인플레 국면 진입. 침체 속 인플레 우려 증폭

[아시아경제 강미현 기자] 전세계 물가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지난해 중국에서 시작된 인플레이션 적신호가 신흥국은 물론이고 침체를 벗어나지 못한 선진국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이른바 'R(침체, Recession)의 공포'에 빠졌던 글로벌 경제가 급한 불을 끄자 'H(초인플레, Hyperinflation)의 공포'와 'S(침체 속 물가상승, Stagflation)의 공포'가 우려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특히 주목한 부분은 아직 침체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영국 등 선진국 경제 역시 인플레 비상에서 예외가 아니라는 점이다. 침체 속 자산 가격 상승에 긴축 여부를 놓고 중앙은행은 딜레마에 봉착했다.


◆ 연초부터 각국 인플레 비상 = 자산 가격의 심상치 않은 상승세가 최근 발표된 각종 경제지표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의 12월 CPI는 전년대비 1.9% 상승, 전문가 예상치인 1.4%와 전월 상승률 0.6%를 크게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극심한 한파가 가격 오름세를 부추기면서 양배추, 민물고기 등 신선식품의 가격은 전년대비 50% 가량 치솟은 것으로 확인됐다.


크레디트 스위스(CS)는 올해 중국의 인플레이션이 5%를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 연초부터 중국 정부가 긴축에 돌입했지만 치솟는 물가를 잡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판단이다.


자산 가격 상승도 위험 수위다. 중국 전역의 신규 주택 가격은 연율 기준으로 20% 이상의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12월 중국 부동산 가격은 18개월래 최대폭으로 상승했다.


천연자원이 풍부한 호주의 경우 원자재 투기자금이 유입되면서 고용 및 주택시장에 버블이 형성되고 있다. 호주 중앙은행(RBA)의 그라함 크레히 이사는 최근 호주의 인플레 가능성에 우려를 표시했다. 지난해 11월 RBA는 올해 호주의 근원 인플레 전망을 기존 2.0%에서 2.25%로 상향한 바 있다.


이 밖에 홍콩과 싱가포르 등 다른 이머징 국가들도 인플레 적신호를 보내고 있다. 홍콩의 12월 주택가격은 12년래 최고치로 올랐고, 작년 싱가포르에서는 민간주택 판매가 사상 최고 수준을 보였다. 인도의 지난 달 도매가격 인플레이션율도 7.31%로 13개월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물가 상승폭이 낮지만 선진국도 디플레에서 인플레로 진입하는 모습이다(사진 참고). 미국과 영국, 뉴질랜드, 캐나다 등 8개 선진국 가운데 일본 만을 제외하고는 모두 인플레를 기록 중인데 이는 불과 2~3달 전, 호주와 뉴질랜드, 영국 등 3개국만이 인플레를 기록한데서 그 숫자가 늘어난 것이다.


특히 영국의 12월 CPI는 전년대비 2.9% 상승, 1997년 집계를 시작한 이래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이처럼 각국에서 인플레 압력이 거세지자 규제당국도 긴축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중국은 각종 부동산 규제 정책을 시장에 소개한데 이어 은행 지급준비율 상향 조정 등을 통해 긴축 신호를 보냈다.


작년 세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상향조정했던 RBA는 내달 통화정책 회의에서 또 한차례 이를 올릴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인도 중앙은행 역시 오는 29일 회의에서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


◆ H와 S의 공포 = 경기부양책을 지속해야 한다는 국제 기구의 주문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인플레이션은 반갑지 않은 불청객이다.


금융위기 이후 주요국이 천문학적인 경기부양 자금을 쏟아냈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을 크게 우려하지 않았던 것은 인플레이션이 통제 가능한 수준이었기 때문. 실제로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출구전략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취할 때마다 인플레이션의 완만한 움직임을 근거로 제시했다.


하지만 민간 주도의 실물경기 회복이 가시화되지 않은 상황에 인플레이션이라는 복병이 불거지면서 중앙은행이 긴축에 나서면 그린슛(회복의 어린 싹)이 시들어버릴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영국의 12월 CPI가 발표됐을 때 이 같은 우려가 고조됐다. 긴축에 따른 충격이 지난해 8.7%에 이르는 경제성장을 이룬 중국과는 차원이 다를 것이라는 얘기다. 지난해 영국의 경제성장률은 -4.5%로 추정되며, 막대한 재정적자 및 경기 침체와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다. 이 때문에 긴축으로 발생하는 충격을 견디기 힘들 것이라는 판단이다.


머빈 킹 영란은행(BOE) 총재는 물가 상승이 단기적인 현상이라고 진단하며 금리인상 가능성을 일축했지만 인플레이션이 진정되지 않을 경우 물가와 경기회복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연출해야 하는 상황이다.


투자 전문가이자 션 하이먼은 최근 '월드 커런시 와치' 기고를 통해 영국을 비롯한 선진국 경제가 침체 속 인플레이션을 나타내는 스테그플레이션에 진입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올해 세계적으로 스테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하이먼은 "중앙은행이 적극적인 통화공급으로 인플레를 야기하는데 반해 정부는 고용 및 재화시장에서 과도한 규제를 실시해 침체를 야기, 스테그플레이션이 발생한다"며 "이는 정확히 현재 선진국 경제에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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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현 기자 grob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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