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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벨이 울리지 않는 나라, 두바이


[아시아경제 김병철 두바이특파원] 두바이 등 중동 나라들을 처음 경험하는 한국 사람들이 하나 놀라는 게 있다. 분명히 전화를 준다고 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전화가 오지 않는다는 것.


비교적 성질이 급한 한국인들은 도저히 참을 수 없어 화가 머리끝까지 나게 마련이다. 그러나 그런 일이 반복되다 보면, 으레 제풀에 지쳐 포기하게 된다.

두바이 생활이 몇 달이 지나고 나면 사람들은 곧 깨닫게 된다, 내가 돈이나 서비스를 받아내야 하는 일을 가지고 상대로부터 전화를 받기란 쉽지 않다는 것을. 또 이에 비해 영업 등 그들에게 금전적으로 도움이 되는 일의 경우에는 끊임없이 전화가 걸려온다는 사실도. 더구나 어디서 내 전화번호를 얻었는지도 제대로 밝히지도 않는 사람으로부터.


과연 그들은 왜 내가 기다리는 전화는 하지 않는 것일까?

인구의 90%가 외국인인 두바이에서 사람들은 책임자가 아니면 결코 책임 있게 행동할 수 없다. 조금의 권한도 없는 대부분의 전화를 걸거나 받는 사람들은 '나중에 전화를 주겠다'는 약속 이외에는 어떠한 약속도 하지 않는다. 물론 대부분은 지켜지지 않는 약속이지만.


대개 외국인 노동자들인 그들은 자신에게 권한이 거의 없다보니 어떠한 책임도 질 수도 없다. 그래서인지 좀처럼 그들에게서 '아이엠 쏘리'라는 말도 참 들어보기가 힘들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순간 스스로에게 책임이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서비스 산업이 경제의 중심에 서있는 두바이 같은 곳에서도 한국과 같은 수준의 '속 시원한' 서비스는 찾아보기 힘들다. 어찌 보면 한국의 서비스 업계 종사자들이 얼마나 친절하고 경쟁력 있는지, 또는 얼마나 팍팍한 삶을 살고 있는지 돌이키게 된다.


한국에 들어갔다가 고장난 게임기를 수리했던 아이들은 단 20~30분 만에 현장에서 수리가 끝나자 스스로 한국인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기까지 한다. 두바이에서는 적어도 한 달은 걸리기 때문이다. 한국이 신기한 것인지, 두바이가 신기한 것이지 모를 일이다.


한편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근 각종 프로젝트들이 중단 또는 취소되면서 두바이의 많은 사람들이 어느 날 갑자기 두바이를 떠나야 했다.


갑자기 집을 비워야 하는 세입자들에게 일년치 집세를 한꺼번에 받은 집주인들이 남은 집세와 보증금을 쉽게 돌려주지 않음은 물론이다. 특히 이때 기다리는 전화는 정말 오지 않는다. 노동허가가 취소되고 한 달 안에 출국해야 하는 외국인들에게 집주인들이 친절하게 돈을 돌려줄 리 있겠는가?


두바이의 한 한국인은 "받을 돈이든, 줄 돈이든 지금 현재 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주도권을 갖는다"라고 말했다.


너무 많은 빚을 진 채무자는 오히려 채권자들에게 당당한 태도를 보이는 법이라고 했던가. 돈을 줄 사람은 바로 나라는 듯…. 역시 돈을 줄 때는 꼼꼼히 살펴서 줘야하나 보다.


처음 두바이에 와 두 자녀를 한 학교에 등록했던 한국인 학부모는 이틀을 학교에 보낸 후 다른 학교로 전학을 시키려 하자 약 800만원의 정도의 학비는 돌려봤을 수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 두바이 어느 곳에서나 돈을 돌려줄 때는 갖가지 규정을 들이댄다. 일단 한 번 준 돈은 내 돈이 아니라는 각오를 해야 한다.


그렇다면 돈만 그럴까? 자동차를 정비소에 맡겨도 상당한 인내심을 요구한다.


자동차 배터리를 교환하는 데는 얼마나 걸릴까? 차를 맡긴 지 사흘만에 찾을 수 있었다. 간단한 접촉사고로 범퍼를 교체하는 데는 열흘이 걸렸다. 조금 더 큰 접촉사고를 낸 한 이웃은 한 달째 차를 정비소에 맡기고 있다. 대개 기다리다 지쳐 화도 나지만 차를 받을 때 드는 생각은 그래도 고쳐줘서 감사하다는 것.


그래도 중동에서는 여러 가지 좋은 점이 많은 곳이 두바이다. 그러나 일상에서 느끼는 중동사회는 여전히 상당한 인내심을 요구하는, 결코 만만한 상대는 아닌 듯싶다.

[성공투자 파트너] - 아시아경제 증권방송


김병철 두바이특파원 bckim@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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