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성곤 기자]이명박 대통령은 14일 무담보 소액대출인 미소금융사업과 관련, "대기업들이 서민들에게 직접 자활의 기회와 기쁨을 주는 일에 나선 것은 시대를 앞서가는 모범사례"라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역사적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제30차 라디오·인터넷 연설을 통해 "마침 내일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대기업이 운영하는 미소금융재단 첫 사업장이 경기도 수원에서 문을 연다. 이를 계기로 우리 사회에 나눔과 봉사의 정신이 확산되기를 바란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다음은 이명박 대통령 라디오연설 전문.
안녕하십니까, 대통령입니다.
최근 경기가 나아지면서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미미하나마 온기를 느끼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서민들이 온기를 느끼기에는
아직 이른 것 같습니다.
정부는 경기를 회복시키고자 모든 노력을 다하면서도
서민들이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하는 데
정책의 중심을 두고 있습니다.
특히 자활의지가 있어도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하거나,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고금리 사채를 쓰는 서민들을 위해
미소금융사업을 하겠다고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마침 내일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대기업이 운영하는 미소금융재단 첫 사업장이
경기도 수원에서 문을 엽니다.
삼성, 현대자동차, LG, SK, 롯데, 포스코 등
6대 그룹이 시작했고,
이렇게 참여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습니다마는 KB, 우리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기업은행 등
5개 은행에서도
차례로 사업장을 열게 되었습니다.
향후 10년간 2조 원이 목표였습니다만
덕분에 2천억 원 이상이 더 모일 것 같습니다.
그러면 영세사업자 20만 이상이 이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점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만들어져서
전국 곳곳에 이삼백 개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봅니다.
전통시장이나 주민센터처럼
서민들이 자주 가는 곳에 생겨서
누구나 쉽게 찾아갈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 같은 금융안전망이
전국 범위로 촘촘히 만들어지는 것은
우리나라가 처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는 기업이 자신들이 기부한 돈으로
직접 사업을 한다는데 의미가 있습니다.
물론 그동안에도
중소기업과 상생을 위한 협력을 한다든가,
장학사업을 한다든가 하는 일들을 많이 해 왔지만,
이제 재래시장의 영세상인, 좌판상인과
벼랑 끝에 몰린 서민 개개인에게까지
소액금융으로 도움을 주고자
발 벗고 나선 것입니다.
지금 글로벌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전 세계가 나라 안팎의 불균형을 줄여보고자
지혜를 모으고 있습니다.
바로 이럴 때 대기업들이 서민들에게 직접
자활의 기회와 기쁨을 주는 일에 나선 것은
시대를 앞서가는 모범사례이자
나아가 기업사에 있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역사적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계기로 우리 사회에
나눔과 봉사의 정신이 확산되기를 바라고,
장차 우리의 성공사례를
세계와 함께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참여해 주신 모든 분들과 기업에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그런데 제가 미소금융, 미소금융 하는데
‘어디서 들어본 거 같은데 잘 모르겠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사례를 들어 쉽게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지난 여름 인천에서
‘하랑’이라는 옷가게를 연 이지은 씨,
이제는 가게 주인이 되었으니까 사장님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이 사장님도 남에게는 말 못할 아픔을 겪었습니다.
두 아이를 홀로 키우면서
공장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했는데,
한 달에 44만 원을 받았다고 합니다.
아이들이 있어서
야근이나 특근을 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기초생활지원을 받기는 했지만,
두 아이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
자신의 삶에 대한 회한, 이런 것 때문에 마음은 괴롭고
사회에 대한 불만도 점점 커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생계형 예비 창업자를 돕는
사업을 통해 2,000만 원을 무담보로 대출받았습니다.
대학 때 의상학을 전공했던 경험을 살려서 옷가게를 열었고
지금은 장사가 제법 잘 된다고 합니다.
이 사장님은 현재 친구 두 명과 동업을 하고 있습니다.
집으로 가져가는 돈은 줄었지만,
아이들과 함께 더 나은 미래를 꿈꾸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저를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아이들과 함께 꿈을 꿀 수 있게 되었어요.
하지만 제 꿈은 여기서 머무는 게 아닙니다.
친구들과 함께 인터넷을 통해서 옷을 파는 사업을 준비하고 있어요.
사업이 잘 되면 제가 받은 은혜를
저보다 어려운 사람을 위해서 꼭 돌려드릴 거예요.”
이 사장님의 새로운 사업이 번창하기를 기대합니다.
미소금융은 또한
좌판상인, 노점상인 같은 무점포 상인과
조그마하게 자영업을 하시는 분들에게도 도움이 됩니다.
서울 수유재래시장에서
‘두부사랑’이라는 가게를 하시는 박진효 씨는
지난 5월에 300만 원을 대출받았습니다.
그 돈으로 가격변동이 심한 참깨와 들깨,
품질 좋은 콩을 샀다고 합니다.
좋은 재료를 기름과 두부를 만든다고 소문이 나서
단골들이 더 많이 생겼다고 합니다.
빌린 돈은 하루에 17,000원씩 6개월 동안 304만 원을 갚았습니다.
300만 원에 대한 6개월치 이자가 4만 원이었던 셈입니다.
“남들은 그깟 300만 원이라고 하지만
정말 필요한 사람에게는 3억 원보다 큰돈입니다.
그리고 제가 빨리 갚아야 다른 사람도 빌려 쓸 수 있다는 생각에
일주일 단위로 꼬박꼬박 돈을 갚았습니다.
이런 제도가 확산돼 더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받으면 좋겠습니다.”
그렇습니다.
제 경험에 의하면 50억 원을 빌린 사람은
갚지 않은 일이 제법 있지만,
50만 원, 500만 원 빌린 사람은
조금 늦게 갚을지는 몰라도
갚지 않는 일은 드뭅니다.
저는 우리 국민들의 진실한 의지를 믿습니다.
소액대출을 받는 분들이 박 사장님처럼 제때 갚을 수 있을 때 더 많은 이웃이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우리 사회에 신뢰라고 하는
엄청난 자산을 키워갈 수가 있을 것입니다.
참고로 박 사장님께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올해 수능시험을 봤다는 두 자녀의 학비는
대학 졸업 후 아이들이 스스로 벌어서 갚게 하면 어떨까 합니다.
저는 지난 9월 이 시간에,
미소금융과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제도’,
그리고 보금자리 주택에 대해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이 세 가지 서민정책에는
자신의 위치에서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국민을 돕겠다는
정부의 철학이 담겨있습니다.
내년이면 우리 국민들이
그 효과를 피부로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미소금융에 참여하신 분들께
당부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소액대출이라고 하지마는
대출받는 분에게는
가뭄의 단비처럼 소중한 돈입니다.
돈과 함께 진심과 애정을 아울러 전달해 주십시오.
대출 받은 분들이 성공할 수 있도록
그 분들의 눈높이에 맞추어서
조언도 해주시고 사후관리까지 해 주실 것을
특별히 부탁드립니다.
여러분의 헌신적인 봉사와 사랑의 마음이야말로
미소금융을 뿌리내리고 열매 맺게 하는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서민 한 명의 경제적 자립을 돕는 것은
그 가족을 지켜 주는 일과 같습니다.
우리사회 중산층을 두텁게 만드는 일입니다.
대한민국을 보다 따뜻하게,
보다 활기차게 만드는 일이기도 합니다.
우리 국민 모두의 얼굴에
미소가 흐르는 그 날까지
우리 모두 함께 노력해 나갑시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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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곤 기자 skz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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