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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시대] 충무로에 살았던 옛 인물과 문화유적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남산골 딸깍발이'. 과거에 합격하지 못해 가난하지만 오기만 남아있는 선비를 뜻한다. 조선시대 이 남산골 샌님들은 충무로 일대 가난한 동네에서 살았다. 말하자면 가난한 선비가 신분 상승을 엿보며 학문을 닦던 곳이다.


반면 청계천 북쪽을 의미하는 북촌에는 권세있는 양반들이 모여 있었다. 하지만 남산 기슭의 경치좋은 곳에는 고위직 관리들도 거주했다.

충무로에 대한 연구는 서울역사를 기록, 편찬하는 기관인 서울시 시사편찬위원회를 통해 이뤄졌다. 특히 21년여 동안 시사편찬위원회 연구책임자로 작업을 벌여 온 박경룡 서울역사문화포럼 회장의 결과물이 남아 있다.


박경룡 회장은 "충무로에는 현재 실제로 존재하면서 문화재로 등록된 옛 유물 유적은 없지만 우리 연구팀은 마을 이름을 토대로 문헌과 사료를 추적하면서 충무로 일대 조선의 시대상을 반영하는 문화 유적들과 인물들에 대한 자료를 편찬해 왔다"고 말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흥선대원군 집권 당시 포도대장 이경하도 충무로에 살았다. 그가 살았던 낙동은 지금의 충무로 1가와 명동2가, 회현동3가에 걸쳐 있는 지역이다. 혹심한 살육으로 이름이 높았던 이경하를 낙동대감이라 했는데 울던 아이도 '낙동대감'하면 울음을 그쳤다는 말이 있다. 그는 자신의 집으로 천주교인을 잡아다 고문하기도 해 염라대감이라고도 불렸다.


조선초 세종 때의 문신인 조말생의 집터는 남산의 정맥이 뻗어 내려와 거북이가 엎드린 복구형(伏龜形)으로 돼 있으며, 무학대사가 정해준 것이라고 해 '낙양(洛陽)의 명원(名園)'이라고 전해졌다.


충무로2가를 중심으로 한 지역을 옛날에는 진고개 또는 이현(泥峴)이라고 했다. 이곳에는 정조시대의 명신이며 학자로도 유명한 홍양호가 살았다. 그는 중국의 여러가지 차(車)량 제도를 모방해 그 편리성을 보급시킬 것을 강조했다.


남산골의 딸깍발이가 존재했던 시대가 지나고 갑신정변 이후 부터는 일본 공사관이 충무로로 옮겨오면서 일본인들이 진고개 일대에 모여 살게 됐다. 진고개는 고종 32년(1895)과 광무10년(1906)에 깊이 8척 가량을 파내 높이를 낮추고 길을 닦아 현대식 도로를 만들면서 높이 5척의 방추형태 하수도를 묻었다. 서울시내 하수구 도랑의 시초가 된 것이다.


일본 공사관은 천연동에 소재한 청수장을 청사로 사용하다가 임오군란에 그 가옥이 소실돼 1884년 3월 금릉위 박영효 저택(현재 종로구 경운동)을 매수해 목조 신청사를 4월에 착공했다. 같은해 10월에 준공했지만 1개월 후인 12월 7일 갑신정변 때 다시 소실됐다. 일본은 정변 결과 체결된 한성조약으로 현 남산한옥촌 땅에 새로 관사를 지었다. 당시 시공한 이는 동경의 도목수 나까무라다.


박경룡 회장은 "일본인들은 소실된 이 영사관을 서울 최초의 2층 양옥이라고 자랑했지만 완공 후 한달만에 소실된 데다가 건축양식이 치졸해 역사적으로는 아무런 가치도 없었다는 기록이 있다"고 전했다.


충무로 3가·초동·을지로 3가에 걸쳐서 있던 마을은 초정(椒井 )골이라 부른다. 이곳에 위치한 후추우물에서 연유한다. 현재는 사라졌다. 물맛이 맵고 톡 쏜다고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우물은 당시 위장병에 특효로 알려져 오랫동안 애용됐으나1906년 일본인들이 진고개에 하수구 도랑을 만들어 물빛이 흐려지고, 맛도 보통 물처럼 돼 효능이 없어졌다고 한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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