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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피플&뉴앵글] 베트남 쌀국수가 주는 교훈(?)

시계아이콘01분 29초 소요

[영피플&뉴앵글] 베트남 쌀국수가 주는 교훈(?) 베트남 쌀국수는 '국물'을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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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내내 따뜻할 것만 같았던 캘리포니아에도 겨울이 성큼 다가왔다. 난 이런 쌀쌀한 날엔 베트남 쌀국수 집을 주로 찾는다. 6~ 7불(한화 7000~ 8000원)밖에 안하는 저렴한 가격에 따뜻한 육수와 푸짐하게 얹어진 고기까지 양껏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 대표 음식인 쌀국수는 '국물'을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식이다. 거기에 고추나 매운 소스를 가미하면 얼큰한 맛까지 더해져 더욱 배 속을 따뜻하게 채워준다. 미국 현지 한인들에겐 숙취 후 먹는 훌륭한 해장 음식으로도 꼽힌다.


베트남 쌀국수는 미국에서 단순히 한인들에게나 현지 베트남인들에게만 인기 있는 음식이 아니다. 백인들을 비롯한 여러 민족과 인종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베트남 쌀국수가 원래 18세기 베트남을 식민 통치 했던 프랑스인들의 수프 요리에서 유래했다고 하니, 서양인들의 입맛에 맞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 모르겠다.

사실 베트남 쌀국수가 미국과 한국 등지에 전파된 것은 1975년 사이공의 함락과 큰 연관이 있다. 사이공 함락은 단순히 1959년 발발해 16년간 이어진 베트남 전쟁의 종지부를 찍었을 뿐 아니라, 절대 꺾이지 않을 것 같던 세계 최강국 미국의 굴욕적인 패퇴를 알리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당시 미국을 비롯한 수많은 서방 국가들은 민주주의 수호라는 고결한 명분을 가지고 엄청난 규모의 파병을 단행했지만, 아무런 소득 없이 수많은 군인들의 피만 흘린 채 베트남 땅에서 발길을 돌렸다. 긴 전쟁에서 패배한 남쪽 베트남 사람들은 공산주의를 피해 여러 나라로 도피했고, 그때 찾은 것이 전쟁을 원조 해주었던 미국과 한국 등지였다. 당시 돈 없고 기술 없던 베트남 피난민들이 시작한 것이 쌀국수집이었다.


[영피플&뉴앵글] 베트남 쌀국수가 주는 교훈(?) 한국에도 있는 베트남 쌀국수 체인점인 'Pho Hoa'의 미국 지점 모습

오늘날 사랑받는 쌀국수는 베트남 피난민들이 쏟아낸 눈물과 핏방울의 상징이자, 결정체라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하지만 잘못된 역사가 또 한 번 되풀이되려 하고 있다. '민주주의 수호'라는 미명 하에 '대규모 파병'이 30여년이 지난 지금 또 단행되려 하는 것을 두고 하는 얘기다.


며칠 전 정치학 수업 중 교수님이 20명 남짓한 학생들에게 "2차 대전 후 미국이 폭탄을 투하한 국가가 몇개국이냐?"고 물은 적 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머뭇거리며 "8~12개국 정도 될 것"이라고 대답했다. 교수님이 알려준 정답은 놀라웠다. 미국이 2차 대전 이후 폭탄을 투하한 국가는 40개국이 넘었기 때문이다. 교수님은 "미국인들 스스로가 얼마나 자신들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무지한 지 알려주는 단면"이라며 학생들을 꾸짖었다.

6,70년대 베트남 전쟁이 미국에게 남긴 것은 세계 강대국으로서의 굴욕과 따뜻한 베트남 쌀국수 국물이다. 민주주의라는 이름뿐인 정의를 위해 흘린 피가 적지 않았다. 미국의 무능력함 때문에 베트남 국민들이 받아야 했던 고통은 이루 헤아릴 수 없다.


그때 아픔을 겪은 베트남 사람들의 한(恨)이 이토록 깊은 국물 맛을 만들 수 있도록 한 것이 아닐까. 어떤 이유로도 그런 비극은 되풀이돼선 안 된다. 추운 겨울날 TV 뉴스에서 아프간 파병을 선언하는 오바마 대통령을 보며, 그와 많은 미국인들에게 베트남 쌀국수가 주는 교훈을 잊지 말라고 당부하고 싶다.




글= 강기석
정리= 윤종성 기자 jsyoon@asiae.co.kr

◇ 강기석 씨는 현재 미국 UC버클리대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이다. 6년 전 미국으로 유학 간 기석 씨는 고등학교 2,3학년을 미국에서 마치고 대학에 입학했다. 1년 간 중국 북경대로 교환학생을 다녀오기도 했다. 사진에 관심이 많아 학생 신문사에서 사진 기자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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