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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월드, 글로벌 국부펀드 전체 몰락 예고?

비슷한 투자행보 보여온 기타 국부펀드 안정성에 우려 증폭

중동펀드 대부분 관련돼...중국·싱가포르도 바짝 긴장


[아시아경제 김경진 기자]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인 버즈 두바이로 세계 이목을 주목시키며 중동무역의 허브로 자리 잡는 듯 했던 두바이가 대표 국영개발회사인 두바이월드의 모라토리엄 선언으로 부도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다른 국부펀드의 재정관리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두바이 당국이 두바이월드의 채무불이행 및 유예 요구 사실 발표를 시장 파장이 가장 적을 순간까지 보류한 것이 '묻지마 투자'의 막장을 드러내는 시발점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투자자들은 또한 자금 운용 명세 공개를 꺼리는 기타 국부펀드의 상황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물론 두바이 자체 원유생산량이 적고 원유산업이 아닌 금융·경제·문화 사업에 치중해왔기 때문에 두바이월드 부도가 오일머니로 무장한 중동의 모든 국부펀드를 대변한다고 단언할 수 없다.
그러나 두바이월드 주 채권단이 두바이 정부 투자자회사인 이스티스마르인 것을 비롯해 두바이 내로 흘러들어온 중동 국부펀드 자금이 적지 않은데 심각성이 있다.

중동 국부펀드가 대부분 90년대 말부터 축적된 오일머니에 기초하고 있는데, 이란 이라크 등으로부터의 지정학적 위험을 배제할 경우 수급을 기반으로 한 중동의 유가 교섭력이 금융위기 이후 급격히 약화됐다. 따라서 두바이의 모라토리엄 선언이 중동 국부펀드 전체 위험을 의미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는 것이다.


작년 금융위기 당시 중동 국부펀드가 GIC(싱가폴투자공사) 및 CIC(중국투자공사)의 투자 물건에 상당수 함께 참여했다는 점을 미루어 GIC 및 CIC도 과도한 프로젝트 파이낸싱이 빚어내는 잠재적 부도 위험에 처했을지 모른다는 시장 의심도 기우는 아니다.


이미 부도위기에 놓인 상업용 부동산 피터쿠퍼빌리지(Peter Cooper Village)와 스타이브샌트 타운(Stuyvesant Town) 건설에 GIC, 캘퍼스, 플로리다 공무원 퇴직 연금, 영국성공회 등의 자금이 대거 물린 것이 확인됐다.
때문에 금융위기 이후 다크호스로 떠오른 국부펀드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는 인식이 시장에 퍼졌다.
이들 국부펀드가 중동에 눈독과 공을 많이 들였다는 것은 다 알만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제로 금리 지속과 동시에 끊임없이 달러를 찍어대는 통에 달러가 연일 연저점을 경신해 중동 및 러시아 브라질 등 상대국들이 급격한 환율하락에 노출돼 위험이 증가한 것도 문제이려니와 막대한 외환 보유고가 달러 급락으로 증발 위기에 처한 것도 국부펀드에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오일머니로 무장한 중동은 군사적 위협과 아울러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에 압력을 가하면서 선진 자본시장 대열에 합류하는 듯 했다.
또한 중국과 싱가폴을 비롯한 아시아 주요 국부펀드가 포스트 금융위기 시대가 안겨준 남아도는 외환보유고를 중동을 비롯한 개발도상국의 부동산, 에너지, 통신 등 인프라 사업에 쏟아 부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세계 경제의 지속적 회복과 발전을 가정한 것이기에 그 가정 자체가 무너지면 국부펀드의 존립도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


물론 아부다비 정부가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고, 두바이월드의 규모가 아랍에미레이트 전체 경제의 3%에 불과하다며 중동국가들이 앞다퉈 시장을 안심시키고 있다. 하지만 이미 국부펀드의 불투명성에 배신당한 투심은 등을 돌렸다.


국부펀드 뿐만 아니라 HSBC, RBS, ING, 로이즈 등 거대 금융회사들도 두바이월드 관련 노출된 손실이 어느 정도인지 구체적인 규모를 밝히지 않고 있어서 시장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톰슨로이터가 올해 9월까지 중동 기업 및 중동 관련 프로젝트에 투자된 신디케이티드 론 규모가 260억 달러로 5년래 최저수준이다. 하지만 작년 동기간 대비 73%나 급감한 수치가 이정도라면 금융위기 이전부터 흘러들어온 투자자금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며 중동 문제는 더블딥을 넘어 제2의 공황을 초래할 씨앗을 잉태할 지 모른다는 우려를 낳기 충분하다.

김경진 기자 kj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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