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좋은 기업은 많지만 위대한 기업은 많지 않다. 20세기의 경영명저로 꼽히는 짐 콜린스의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를 보면 좋은 회사이긴 하지만 위대한 회사가 아닌 기업들에게 어떻게 하면 위대한 회사가 될 수 있는지 실증적 사례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5년의 연구기간동안 1000여개의 미국 회사들을 분석하여 그 중 11개의 위대한 기업을 선정하고, 이 기업들이 위대한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었고, 그것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을 소개해주고 있다. 그러나 11개의 위대한 기업 중 '패니 메이'가 들어 있다. 패니 메이는 지금의 금융위기의 주범인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로 붕괴된 기업이다. 주택담보가치와 리스크를 무시한 채 무분별한 대출 판매로 종말을 맞이한 것이다.
기업의 역사가 비교적 긴 유럽과 일본의 경우 기업의 평균 수명은 13년에 불과하며, 초대형 다국적 기업조차 평균수명이 50년 미만인 경우가 많은 걸 감안하면 위대한 기업의 붕괴 역시 당연한 일일까? 이쯤에서 우리는 위대한 기업이 단지 높은 수익률과 성장률을 이룩한 회사가 아니라 고객으로부터 높은 충성심을 보이는 기업으로 그 판단 기준을 바꿔보는 것은 어떨까?
지금 누군가 패니 메이에 대해 애석해하며 슬퍼할 사람들이 있을까? 그런데 애플이 없어진다면? 아마도 그 기업을 그리워하는 사람이 많을 듯하다. 위대한 기업이라 하더라도 고객이 기업에 대해 마음속으로부터 끈끈한 유대감을 느끼지 못한다면 미래에 설 자리는 없다.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의 로버트 부르너가 쓴 '애플과 삼성은 어떻게 디자인기업이 되었나'를 보면, 이제 위대한 기업의 성공조건은 '디자인'이라고 말한다. 바로 고객과의 관계를 통한 정서적 유대감 때문이다.
고객들은 멋진 첨단기술과 사용의 편리성만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 더하여 기업과의 정서적 교감을 통한 유대감에서 즉,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를 산다는 것이다. 때문에 같은 MP3라도 애플이 만든 아이팟(iPod)을 사고, 애플이 만든 핸드폰을 산다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모든 것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 기업들도 전 세계 브랜드가치에서 100위권안에 드는 기업들이 생겨나며 글로벌 기업으로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런데 한국 TV가 없어진다면 슬퍼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부르너는 그런 기업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회사가 없어지면 반드시 대체하는 기업이 생겨나고 지금까지 기업역사는 그렇게 반복되어 왔다.
고객과의 체험을 통해 고객이 좋아하는 요소를 반영하고, 그렇게 디자인하는 기업이 성공하는 시대이다. 디자인이 단순히 스타일링이 아니라 경영전반을 아우르는 전략이 된 이유이기도 하다.
정부에서는 매년 굿디자인(Good Design) 기업을 선정하고 있다. 또한 우리만의 굿 디자인이 아니라 세계인의 굿 디자인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독일과 호주 등 세계의 굿디자인 선정제와 교류하며 상호 인증하고 있으며, 해외 유수한 전시회나 박람회에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의 글로벌 기업들은 물론 히든 챔피언으로 수출한국을 빛내고 있는 수많은 중소기업들중 전 세계의 고객들로부터 열렬한 러브마크(Love marks)를 받으며 사랑받는 기업이 많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경제침체로 모두가 어려운 지금, 어려울수록 더욱 더 적극적으로 디자인에 투자해야 한다. 디자인은 단순히 신제품개발에 관여하는 하나의 과정이 아니라 최종 소비자인 고객에게 한 발 다가가 구매할 수 있는 욕구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또한 어려울때 투자한 가치는 특히 디자인은 고객의 즐거움을 제일로 하기에 기업의 경쟁력으로 나타나 기업의 브랜드가치를 높일 수 있다.
사용하기에 편리하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좋은 디자인에서 고객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위대한 디자인으로 바뀌는 지금, 괜찮은 기업에 머무를 것인가, 위대한 기업으로 도약할 것인가? 우리 기업들의 도전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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