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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링룸 수장들③]'철학딜링' 정운갑 부산銀 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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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트라우마 효과 봤던 금융위기..철학적 성격으로 역발상 딜링

[아시아경제 정선영 기자] '물극필반(物極必反)'. 지난해 리먼 파산 이후의 시간을 정운갑 부산은행 딜링룸 부부장은 이 한마디로 정리했다.


"사물이 극에 달하면 반드시 반전이 있는 법이죠"라는 나지막한 목소리가 귀를 기울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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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함을 넘어 초연한 표정. 깔끔한 면셔츠, 다소 느린듯한 말투에서 IMF에서 리먼파산까지 산전수전을 겪은 고참 딜러의 여유가 묻어난다. 1993년도에 한미은행에서 시작해 부산은행 딜링룸까지 딜링 내공도 어느덧 17년째다.

잠못자던 금융위기, IMF 트라우마 효과 톡톡


위기가 10년마다 찾아온다는 '10년주기설'을 증명이라도 하듯 IMF 이후 10년만에 터진 금융위기는 17년차 딜러를 잠못들게 했다. 새벽마다 일어나서 세수도 하기전에 뉴욕증시와 NDF환율을 확인하기 일쑤였다.


그는 "외부의 급속한 충격으로 시장이 짧은 시간안에 빠르고 거칠게 반응했다"며 "리먼 익스포저를 관리해 나가는 문제, 특히 줄 것, 받을 것 있는 은행들 모두가 피곤한 1년이었다"고 회상했다.


서브프라임 사태는 그의 꿈자리까지 흔들어 놓았다.
작년 9월 리먼사태가 터지던 그날. 스왑가격이 우수수 떨어지는 꿈에 시달리다가 깨어난 그는 사흘에 걸쳐 스왑포지션을 정리했다. "1년짜리에 4억불 셀앤바이 했는데 정리 안했으면 평가손만 -10원이 났을 것"이라며 "수십억불이 날아갈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고 정부부장은 덧붙였다.


금융시장에 매머드급 충격을 던졌던 글로벌 금융위기. 그러나 IMF라는 큰 파고를 경험한 정부부장에게는 시장에 대한 또 다른 생각을 하게 만든 사건이었다.


"IMF는 우리나라에서는 일종의 트라우마라고 할 수 있어요. 이번 리먼 사태를 극복하는 과정도 IMF시기를 이겨낸 덕을 많이 본 셈이죠"라고 그는 강조했다.


사상초유의 시장 왜곡과 평가손 문제에 우리 시장이 좀 더 성숙하게 대처할 수 있었던 것도 IMF때의 경험이 바탕이 됐다는 것이다. 그는 "자본주의의 붕괴가 아닌 조정일 뿐이며 시장이 정상화 될 것이라는 강한 확신이 없었다면 힘든 시간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IMF 때는 충격..지금은 위기 후의 허전함


IMF때의 외환시장은 어땠을까. "충격적이었죠"라는 답변이 돌아온다.


당시 환율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업체가 달러 사자주문을 내고 나서 약간 머뭇거리는 몇 초 사이에 100원이 올랐다고 한다. 눈을 의심할 정도였다고. 그는 "그래도 사달라고 하더라"며 "그 때는 다들 불안해 하던터라 탑이 어디일까, 언제쯤 진정될까 아무도 감도 없었고, 경험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위기가 진짜 무서울 때는 그것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를 때가 아니던가. 10년이 지나 이번 서브프라임 금융위기를 겪는 그의 모습은 180도 달라졌다. 불안감에 시달리는 대신 오버나잇 2500불로 풀베팅을 했다.


"최근 1년은 점심시간도 없었다"며 "위기가 진정되고 나니까 점심시간에 나가서 햇볕도 쬐고 배는 부른데 파티가 끝난 후에 오는 왠지 모를 허전함 같은 것이 느껴진다"고 그는 웃음지었다.


막연했던 첫 딜..철학자같은 성격이 역발상의 계기


지금은 웃고있지만 그도 처음부터 딜러생활이 쉬웠던 것은 아니다. 지점에서 대출업무를 하다가 1992년도에 처음 딜링룸으로 발령을 받았을 때 정부부장은 자신도 없고 계속할 생각도 없었다고.


첫거래도 그저 막연했다고 한다. 그는 "당시에는 체계적으로 앉혀놓고 교육하고 그런것도 없었어요"라며 "몇 백만불씩 베팅하고 나서 그냥 있는 거죠. 그냥. 막연했어요"라고 말했다.


골똘히 생각하길 좋아한다는 그. "평소 다수보다는 소수에 속하는 성격인데 처음에는 딜러와 잘 맞을까 싶었다"며 "딜을 하다보니 돈도 조금씩 벌게 되고 오히려 다수를 따르지 않는 성격이 때로는 역발상의 계기가 되기도 했다"고 무덤덤히 설명을 끝낸다.


질문을 하나 던지면 한 템포 느리지만 신중하게 생각한 답변이 돌아온다. 이런 성격 때문일까. 그는 후임딜러들에게 '철학자같은 딜러'라는 평을 듣는다.


딜이 잘 안풀릴 때도 주문용 키패드를 집어던지는 대신 가끔 혼자 중얼거리며 딜링룸을 거닌다. 혼자 시장에 대한 생각을 가다듬는 것이다. 다만 그가 중얼거릴 때 동료딜러들이 조금 놀랄 뿐. 그가 무심코 툭툭 던지는 '괴짜 기질이 엿보이는' 말들은 어느새 부산은행 딜링룸에서 어록이 돼 있을 정도다.


최근에는 우주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 우주의 생성, 지구의 수명이나 외계인 등에 관한 책을 많이 읽는다고. 의외의 답에 놀라 종교를 물었다. 천주교란다.


자기 뷰를 갖되 접을 때는 확실하게


정부부장의 딜링 스타일은 어떨까. 정부부장은 "큰 그림에서 아우트라인을 갖는 것이 좋다"며 자기 뷰를 갖고 스타일을 지키면서 거래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주로 경상수지를 중심으로 뷰를 정한다고 한다. 흑자면 셀의 관점에서, 적자면 바이 관점에서 접근한다고. "뷰를 갖고 포지션을 한번 잡으면 오래가면 편이에요"라며 "길게는 4일~5일 갈때도 있다"고 말했다.


진중한 딜링스타일과 더불어 딜을 접을 때는 확실하다. "예전에는 주말에 포지션을 들고 갔다가 거꾸로 가면 기분이 안좋았다"며 "지금은 로스 최대치를 계산해놓고 가기 때문에 오히려 전보다 덜 부대끼는 듯하다"고 말한다.


딜러는 딜을 할 때와 안할 때를 구별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습관성이 되면 자기도 모르게 손이 나가요. 본능적으로 포지션을 싣는 거죠"라며 "이런 식으로 딜을 하면 대부분 자신이 없어 노심초사 하게 마련"이라고 잘라 말한다.


그는 "딜러들끼리 술 마실 때도 문자메시지 자주보면 불안하다는 증거"라며 "심지어 술먹다 나가서 전화로 포지션을 자르기도 한다"고 말했다. 중개회사에서 보내주는 환율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딜에 대한 생각을 놓지 못하는 딜러들만의 직업병이라고.


그러나 외환딜러라는 직업에 대한 의식은 남다르다 못해 애정이 묻어난다. 정부부장은 "자본주의는 시장으로 대표되고 딜러는 시장참가자로서 공정가격에 일조하는 데 존재의 의미를 두고 있죠"라며 "언젠가는 딜러 출신이 시장에서 배운 지식을 통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때가 있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끝으로 좌우명을 물었다. "부득탐승(不得貪勝)이죠. 승리를 탐하면 얻을 수 없습니다".


바둑에서 인용되는 위기십결((圍棋十訣). 딜링이든 바둑이든 승부를 낼 때는 마음을 비우라는 그의 한 마디가 어떤 말보다 강하게 남는다.


정운갑 부산은행 부부장은 1992년 한미은행으로 입사해 머니딜러, 인터뱅크딜러를 거친 후 1994년부터 본격적으로 딜링을 시작했다. 이후 아랍은행과 싱가포르은행(UOB)을 거쳐 현재 부산은행 딜링룸의 메인딜러로 근무하고 있다.

정선영 기자 sigumi@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정선영 기자 sigum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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