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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링룸 수장들②]'뚝심딜'이성희 JP모간銀 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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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와 Jobbing을 섞은 '뚝심 딜링'.."금융위기, 외환보유고 중요성 절실"

[아시아경제 정선영 기자] "작년 가을에는 은행들이 우수수 떨어지더니 올해는 그 은행을 사람들이 밟고 다니네요."


리먼 파산 이후 1년. 자고 일어나면 유수의 은행들이 픽픽 쓰러지던 때와 은행에 대한 관리 감독이 심화되는 올 가을을 비유한 뼈있는 농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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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막 시작된 덕수궁 돌담길. 그 안쪽에 자리잡은 JP모간체이스은행 서울지점에서 이성희 지점장을 만났다. 카운터파티를 긴장시킬 정도의 무게있는 딜로 외환딜러라면 누구나 손꼽는 대표 딜러다.
외환딜러로서 외국계은행의 지점장 자리까지 올랐으니 제대로 성공가도를 달린 셈. 그러나 그의 목과 어깨에는 힘이 들어가 있지 않다.

외환시장에서 한솥밥을 먹어 온 베테랑 딜러들은 이지점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자신에게 득이 되는 사람이든, 그렇지 않은 사람이든 한치의 소홀함이 없다고. 경상도 사나이 특유의 '뚝심', 상대방을 무장해제시키는 싹싹한 말투와 천진한 표정이 인상적이다.


금융위기 1년 "외환보유고 빛을 발한 시기"


이지점장은 금융위기 1년을 '유비무환'의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외환보유고의 적정 규모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케 하던 때였죠"라며 "그동안 2000억불 이상 꾸준히 쌓은 외환보유고가 빛을 발했던 시기"라고 언급했다.


어느 금융주체든 언제 망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엄습했던 금융위기. 시장참가자들 대부분이 외환보유고 '숫자 2000'에 집착하던 때가 아닌가. 그는 "옵션 변동성이 70%에 육박하고 CDS프리미엄이 700%까지 갔으니 나라가 흑자 도산할 수도 있다는 우려감을 떨치기 힘들었죠"라고 회상했다.


금융기관 뿐 아니라 기획재정부나 한국은행 등 정부 당국자들도 피말리던 때였다는 점에서 시장 안정화를 위해 노력한 숨은 영웅들이 부각되지 못한 점도 아쉽다고 그는 말했다. 비관론이 팽배했던 민감한 시장에서 정책 당국이 어떤 대안을 내놓아도 비난을 받기 일쑤였다는 지적이다.


달러 유동성이 급격히 마르면서 시중은행은 물론 기업들조차 달러에 목말라하던 지난해. 풍부한 달러로 유동성 공급자로 나선 외은지점들조차 조심하던 시기였다. JP모간체이스는 지난 금융위기 속에서도 착실히 실적을 쌓았다.


이지점장은 "달러를 투입해 적절한 밸런스시트(B/S)비즈니스를 한 것도 있었지만 재정거래 기회도 많았다"며 "클린 밸런스시트, 미달러 펀딩, 달러운용 룸(한도) 삼박자가 사상 최고 실적의 기반이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높은 환변동성과 시장의 쏠림은 은행들의 딜링룸 수익에 황금기를 선물했다.
그러나 달러 운용 한도를 미리 써버려 달러 공급을 할 수 없었다거나 본사로부터의 펀딩 자체가 여의치 않았던 일부 외은지점들은 때를 만나고도 적은 수익에 만족해야 했다. 달러 룸이 풍부했던 JP모간체이스로서는 이 때를 제대로 활용한 셈이다.


가족적인 딜링룸 분위기에 최상의 네임밸류


은행식구 90명 안팎. 그리 크지 않은 규모에도 금융위기 속에서 탄탄한 저력을 발휘한 JP모간체이스은행.


딜링룸 분위기도 가족적이다. 이지점장을 중심으로 하나의 팀으로 이뤄져 있어 서로간에 벽이 없다. 가끔 이지점장이 던지는 썰렁한 유머에 웃을 일도 많을 듯하다.
유대감과 팀웍에서 비롯된 활발한 시장참가, 글로벌 은행다운 거래규모 등으로 외환시장을 주도하는 JP모간체이스은행. 시장참가자들 사이에서 뛰어난 네임 밸류를 갖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거다 싶을때는 밀어부치는 무서운 집중력과 추진력. 포지션을 길게 보유할 때도 있지만 적절한 Jobbing(시장 상황에 따라 대응을 달리하는 것)을 곁들이는 유연함을 고루 갖춘 것이 그의 딜링 스타일이다.


'ATM', '머니머신' 별명의 탁월한 승부사


이같은 이대표의 스타일은 지난 1993년 산업은행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딜링룸도 초창기였던 만큼 선임딜러가 수도 없이 바뀌어 이지점장은 외환시장에서 유일하게 행원으로서 타행의 노련한 딜러들과 맞서야 했다. 27살. 대학을 졸업한 직후였다. 그만큼 한시도 긴장을 놓을 수 없었을 터.


카운터파티를 기억해 뒀다가 다양한 전략으로 맞서면서 '쉽지 않은 상대'로 인식되도록 하는 일이 급선무였다. 그럼에도 당시에는 2000만원만 손해를 봐도 자신의 연봉에 육박하는 금액에 가슴이 떨렸단다.


수많은 위기를 이겨낸 사람은 평화로우나 또 다시 승부를 마주했을 때는 냉정하다. 딜러생활을 처음 시작한 후 지금까지 20여년. 그가 얻은 별명은 ATM이다. 머니머신. 돈을 버는 기계에 비유될 정도로 그의 명성은 남다르다. 술자리에서도 '라이어스포커'등의 게임을 즐길 정도로 이지점장은 천상 딜러다.


첫거래의 기억을 묻자 "실패했어요"라고 말한다. 사무실 이삿짐을 옮기면서 그만 손가락을 다치고 말았던 것. 지금은 주문용 키패드나 마우스 등을 이용하지만 당시에는 텔렉스로 주문을 했다. 상처 때문에 양손을 쓸 수 없어 벼르고 있던 첫 딜을 할 수 없었다고. 아까운 데뷔 딜링의 실패는 지금까지도 그의 손가락에 흉터로 남아 초심을 돌아보게 한다.


경영자로서 숨겨진 무기는 '소탈한 유머'


외환딜러에서 경영자로 자리를 옮긴 후 이지점장은 사람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그는 "예전에는 딜링에 비하면 경영은 그리 힘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경영자의 입장이 돼 보니 딜링보다 훨씬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며 "수많은 사람들의 생각을 다양하게 고려해야 하는 입장"이라고 언급했다.


딜러나 경영자이기 앞서 무엇보다 그를 빛나게 하는 것은 소탈한 유머다. 외환딜러 시절 한동안은 소주도 가려마셨다 한다. 롱 포지션을 잡았을 때는 '처음처럼'을, 숏포지션을 잡았을 때는 '참이슬'을 마셨다고. 상표명에 집착한 것은 아니지만 이슬이 맺히면 떨어지니 롱포지션 때는 절대 마실수 없었다며 웃는 이지점장.


한편으로는 소박한 꿈도 하나 갖고 있다. 이지점장은 "언젠가는 오토바이를 타고 전국일주를 해 볼 거에요. 군단위로 돌면 한 두달 걸리지 않을까요?"라고 말했다. 그리고 덧붙인다. "제 머리에 맞는 큰 헬멧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지점장 특유의 소탈한 유머, 자꾸 들으면 중독성이 있다.


이성희 JP모간체이스은행 서울지점장은 지난 1989년에 산업은행에 입사해 1996년까지 딜러로 근무한 후 체이스맨하탄은행, JP모간체이스은행에서 근무했다. 지난 2006년부터 JP모간체이스은행의 지점장을 역임하면서 딜링룸을 이끌고 있다.



정선영 기자 sigumi@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정선영 기자 sigum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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